‘바퀴’ 아이유·여진구, 이렇게 착한 마음씨들을 봤나

[엔터미디어=정덕현] 능이를 넣은 밥이 설익어 ‘생쌀 맛’이라는 말에 열심히 저녁을 준비했던 여진구는 속상해한다. 손님으로 초대한 아이유에게 제대로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망친 것만 같아서다. 그런데 대뜸 아이유가 나서서 그 생쌀에 가까운 밥을 먹어보며 애써 “괜찮다”고 엄지를 치켜 올려준다. 풀죽은 여진구를 리액션으로나마 챙겨주고픈 아이유의 착한 마음이 느껴진다.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에서 막내 여진구는 아마도 자신이 처음으로 초대한 손님이라 더 신경을 썼을 게다. 혹여나 불편한 건 없나 아이유를 챙기고 자신이 저녁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어디 모든 게 뜻대로만 될까. 고추장을 발라 구우려 직접 양념까지 만들었지만 불이 너무 세서 아예 양념은 포기했고, 고기도 겉은 익었지만 속은 안 익은 것들이 있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갑자기 비까지 쏟아져 낮에 햇볕을 가리기 위해 쳐 놓은 타프가 물풍선처럼 불안하게 불어나기 시작했고 성동일과 김희원이 나서서 우비를 챙겨와 타프의 경사를 만들었다. 여진구는 여러모로 계획대로 되지 않은 손님 대접 때문에 신경이 쓰였지만 그래서인지 아이유는 고기를 더 맛있게 먹으려는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진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리액션을 잘 알고 있다는 여진구는 그게 자신을 위해 괜스레 그렇게 하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이유가 얼마나 타인을 배려하고 생각하는가는 “매운 걸 좋아하냐”고 묻는 김희원의 물음에 곧바로 “좋아한다”고 답하는 그 모습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옆에 앉아있던 여진구가 아이유에게 그 답변에 의아해하며 “매운 걸 좋아한다고요?”라고 묻자 아이유의 말이 참 따뜻하다. “잘은 못 먹는데...” 선배님들이 해주시는 거라 그렇게 말했다는 것. 타인을 배려하는 아이유의 마음과, 그 마음까지 읽어내는 여진구의 마음이 오고간다.

설거지를 함께 하다 물이 잘 나오지 않자 물탱크에 물을 넣기 위해 혼자 나간 여진구가 낑낑 대는 장면에서도 두 사람의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훈훈하게 그려졌다. 그 무거운 물통을 들고 물을 붓는 여진구는 어딘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나온 아이유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애써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게 힘든 걸 아는 아이유는 어떻게든 도와주려 했고, 여진구는 힘쓰는 일은 자신이 하려고 괜스레 물이 얼마나 찼는지 확인해보라고 시키기도 했다.

잠자리에서도 아이유를 좀 더 편안하게 자게 하기 위해 여진구는 아래층에 침구를 챙겨줬고, 윗층에 자기 위해 오르다 부딪치는 여진구의 소리를 듣고 아이유는 “거기 좁은 거 아니냐”며 바꿔 자자고 묻기도 했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까지 상대방의 마음이나 입장을 들여다보려는 아이유와 여진구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사실 <바퀴 달린 집>은 대자연을 앞마당으로 두고 맛있는 음식을 해먹고 휴식을 취하는 그 장면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주는 면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가 초대하는 손님들을 극진히 대접하고 그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해주는 것 역시 흐뭇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여진구의 초대에 응해 오게 된 아이유는 별다른 일은 하지 않았어도 특별한 손님이라 여겨진다. 상대방을 챙겨주는 말과 행동들이 그 자체로 따뜻한 느낌을 만들어주었으니 말이다. ”내가 문경을 왔으니 넌 어디까지 와줄 수 있냐”는 아이유의 물음에 “언제 어디든 가지. 누나가 부르면”이라 답하는 여진구. 그 착한 마음씨들이 오고가는 걸 보고만 있어도 마음의 포만감이 느껴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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