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포맷 ‘바퀴 달린 집’과 ‘여름방학’이 호불호 갈린 까닭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요즘 대세는 체류 예능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병으로 인해 요리, 육아와 함께 예능 빅3 장르였던 여행 예능은 그 하위 장르인 체류 예능으로 집약되는 분위기다. 여러 곳을 다니며 일반인 관광객 다수와 조우하는 여행 예능은 거리두기 부담 때문에 크게 위축됐다. 일정 지역에 한동안 머물며 정해진 소수 인원끼리만 밥해 먹고 생활하고 체험하는 체류 예능이 일반 여행 예능을 대체했다.

최근 어촌편 시즌 5가 큰 인기를 누린 원조 <삼시세끼>를 비롯, tvN <바퀴 달린 집><여름방학>, 그리고 2부작 파일럿이지만 8% 넘는 시청률로 관심을 모은 안정환·이영표의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등은 모두 체류 예능으로 분류할 수 있는 포맷이다. 최근 두세 달 내 체류 예능들은 이처럼 쏟아져 나왔다.

사실 체류 예능은 모두 나영석 PD의 그늘 아래 있다. 나영석 PD2014<삼시세끼>를 시작으로 정선편, 어촌편, 고창편 등을 거치면서 체류 예능의 틀을 잡았다. 주로 배우들이 등장해 재료 구하고 요리하고 밥 먹고를 반복하는 것이 예능이 되는 새 장을 열었고 예능에서 재미와 함께 힐링도 얻는 새로운 경험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그런 체류 예능 중 최근 <여름방학><바퀴 달린 집>이 대조되는 반응을 얻고 있어 그 차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영석 사단이 만들고 정유미, 최우식이 출연하는 <여름방학>은 두 배우가 강원도 고성에서 한 달간 체류하며 지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가는 어른이들의 홈캉스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다.

잘 쉬고 운동하고 몸에 좋은 음식 해 먹고 일기 쓰는 이 예능은 15%의 높은 시청률로 큰 관심을 보이며 출발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시청률이 하락, 4회에 2%대까지 떨어지면서 부정적 평가가 많은 상황. 박희순, 이선균이 게스트로 등장한 5, 6회 처음으로 반등을 보였지만 완전히 반전됐다 보기에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분위기다.

역시 배우인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가 나오는 <바퀴 달린 집>은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유랑하며 소중한 지인을 초대해 하루를 살아보는 버라이어티이다. 캠핑카라는 거주지(?)의 특성에 따라 장소 이동이 좀 있지만 다른 체류 예능과의 차별점일 뿐 결국 요리하고 밥 먹는 포맷인데 성적이 <여름방학>보다 낫다.

최고 5.1%8회부터는 4%대를 유지하는 시청률로 동시간대 예능 중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오는 27일 종영이 해피엔딩될 분위기다. <여름방학>의 부진에는 초반 숙소의 왜색 논란과 게임 표절 의혹 등 잡음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노이즈 마케팅이 관심을 모으는 경우도 많아 이런 논란을 결정적 이유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예능 성패를 간단한 인과관계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여름방학><바퀴 달린 집> 사이에서 대비되는 차이를 찾을 수는 있다. <여름방학>은 정유미와 최우식이 캐릭터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 정유미가 누나로 리더십을 보이는 모습 속에 독특함이 있고 최우식이 좀 더 동생에 맞게 장난스럽기는 하지만 둘 사이 스타일 차이에서 오는 명확한 대조가 있지는 않다.

캐릭터도 명확히 갈리지 않는데 서로를 배려만 해 행위의 충돌도 없다. 그렇다고 둘 모두 예능을 이끌 만큼 유머나 개인기가 뛰어난 편도 아니다. 캐릭터든 사건이든 부딪힘이 없으니 편안함은 있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텐션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예능도 방송 시간 후반부를 향해 가면서 분위기가 고조되는 드라마틱한 구성이 있어야 시청자들의 눈길을 잘 잡을 수 있다. 이런 상승 흐름은 에피소드들의 배치나, 캐릭터 간 충돌 같은 상호 작용 등을 통해 만들 수 있다.

<여름방학>4회 템플스테이처럼 방송 시간 후반부에 새롭거나 흥미로운 요소들이 있는 에피소드 배치를 통해 흐름을 고조시키려는 노력은 하고 있다. 하지만 캐릭터 사이의 대조가 없는 상태라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는 듯하다. <삼시세끼> 어촌편 같은 경우를 봐도 차승원과 유해진은 서로를 존중해서 대립을 피할 뿐이지 대비되는 캐릭터고 그 차이에서 재미가 발생한다.

여기에 손호준이 둘 사이를 오가며 반응하는데 이는 캐릭터간 균형을 안정화하고 재미를 확장하며 증폭시킨다. 반면 <여름방학>은 출발부터 삼각이 아닌 두 주인공의 구도인 데다 둘의 캐릭터마저 차이가 적어 캐릭터 플레이를 찾기 힘들다. 그러니 지루해지기 쉽다.

반면 <바퀴 달린 집><삼시세끼> 어촌편의 이상적인 인물 구도를 잘 따른다. 능동적이고 리더십이 있는 인싸 스타일의 성동일과, 할 줄 아는 거 적고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불편러인 아싸 스타일의 김희원은 캠핑을 수행하면서 캐릭터와 행동의 대립이 넘쳐난다. 이 부분에서 잔재미가 계속 이어지고 여기에 여진구가 휘말리면서 균형과 부가적인 재미를 만들어낸다.

게스트 측면에서도 <여름방학><바퀴 달린 집>은 차이를 보인다. 체류 예능에서 시청률이 상승하는 회차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게스트가 등장할 때가 많다.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5를 봐도 정체되는 듯한 시청률이 한 단계 상승한 경우는 공효진과 이서진이 게스트로 등장했을 때다.

그도 그럴 것이 체류 예능은 시청자들이 주인공들에게 익숙해지는 상황을 이겨내야 하는데 가장 쉽고 확실한 해결책이 게스트 투입이다. 아무리 예능에서 보지 못한 배우들이 투입된다고 해도 극적인 상황이 많지 않은 체류 예능에서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금방 잡히고 익숙해진다.

<바퀴 달린 집>은 전 회차에 게스트가 있는 포맷이다. 반면 <여름방학>은 하락만 계속하던 시청률이 박희순과 이선균이 게스트로 등장하면서 멈추고 반등했다. 박희순, 이선균은 주인공 정유미, 최우식 둘과는 확연히 다른 캐릭터로, 개별적으로도 관심 가는 모습들을 보여준 것은 물론 기존 주인공들과 맞닿을 때 흥미를 유발하는 텐션을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여름방학>은 처음 시작에도 게스트 박서준이 있었다. 하지만 박서준은 박희순, 이선균과 달리 두 주인공과 캐릭터가 비슷했는데 이 때문인지 시청률은 상승하지 못했다. 그 후 두 주인공만 남은 회차에 접어들면서 시청률 하향세는 심화됐다.

<여름방학>은 다른 체류 예능에 비해 힐링에 좀 더 비중을 많이 둔 모양새다. 하지만 재미를 잡기 위한 장치들을 덜 챙긴 탓인지 시청률 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바퀴 달린 집>은 체류 예능의 기본에 충실한 상태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바퀴 달린 집>은 마지막회를 남겨 놓고 있고 <여름방학>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여름방학>도 반등에 성공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내용을 보여줄지, 종영 때는 어떤 분위기일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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