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가볍지 않은 논란을 이 한가로움이 이겨낼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예능 <여름방학>은 시작부터 너무 큰 논란에 휩싸였다. 그 첫째는 왜색 논란. 정유미와 최우식이 한 달 간 살아보는 강원도 바닷가의 집이 적산가옥을 닮아 보기 불편하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으로 생겨난 논란이다. 결국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사과문을 냈고 이를 수용해 2차 촬영이 들어가기 전 문과 창틀 등 집을 손보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표절 논란이다. 이 프로그램이 일본 소니사의 게임 나의 여름방학과 유사하다는 데서 나온 논란이다. 여기에 대해서 제작진은 해당 게임을 알지 못하며 완전 참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편안함이 콘셉트인 프로그램으로서는 시작점부터 생겨난 이런 논란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논란이 생긴 것만으로도 편안하게 보기가 쉽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tvN 예능 '여름방학' 촬영장소. 논란이 되기 전(위)과 논란 이후 공사한 모습(아래)
tvN 예능 '여름방학' 촬영장소. 논란이 되기 전(위)과 논란 이후 공사한 모습(아래)

특히 이런 논란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건 <여름방학>이 가진 프로그램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2회까지 방영된 내용을 보면 <여름방학>은 애초 홈캉스 리얼리티라고 굳이 강조한 것처럼 특별한 사건들이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 부분은 확실히 최근 종영한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5와도 차별되는 지점이다.

<삼시세끼>는 한가로운 죽굴도라는 섬에서의 일상을 담고는 있지만 매 회 의외의 참돔을 낚는다던가, 어떤 식사를 하게 될 것인가 같은 사건들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은 그 캐릭터들 자체가 계속 해서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인물들이다. 하다못해 뭐라도 뚝딱뚝딱 만들어내면서.

하지만 <여름방학>은 그런 지점들이 없다. 심지어 첫 손님으로 요즘 대세배우인 박서준이 찾아오고 그와 그 곳에서 나는 가리비와 문어를 곁들여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다음 날에는 바닷가에 나가 수영을 해도 그것이 굉장한 사건처럼 여겨지지는 않는다. 대신 이들의 별거 아닌 일상들, 이를테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커피를 내려 마시고 마당에 난 과일을 따서 샐러드를 해먹거나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휘 도는 그런 일들이 사건이라면 사건이다.

대화 또한 굉장한 웃음을 주는 그런 포인트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미소를 짓게 만드는 정도다. 정유미와 최우식은 진짜 우유남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편안함을 주고, 손님으로 왔지만 실제 절친이라 마치 가족 같은 박서준도 그렇게 튀는 모습이 없다. 심지어 박서준과 최우식의 절친인 BTS 뷔와 화상으로 나누는 통화까지 일상적인 전화 통화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느낌은 의도적으로 과도한 연출을 자제한 데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여름방학>은 어떤 사건을 기대하기보다는 그냥 쳐다보고 있으면 그 시간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편안해지는 그런 휴식 같은 예능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이것은 만일 논란이 없었다면 충분히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먹힐만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코로나 시국에 지친 마음 탓인지 최근 시청자들에게는 별 다른 사건이 없어 폭소는 없어도 그저 쳐다보면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편안함을 원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러니 가지 못하는 그런 곳에서 지내는 이들을 보며 대리충족 하고픈 마음이 왜 없겠나.

문제는 논란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논란을 과연 이 한가로움을 콘셉트로 내세우고 있는 프로그램이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왜색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와 함께 이를 수용한 변화를 보여주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으니 그나마 괜찮다 여겨지지만, 표절 논란은 너무 무겁다. 과연 <여름방학>은 이런 난관들을 버텨낼 수 있을까. 별 일 없는 것을 콘셉트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그 바깥에서는 별 일들이 생겨나고 있으니.

콘텐츠 평론과 먹방의 만남.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의 코너 ‘맛있는 리뷰’에서 정덕현 평론가가 건강하고 혁신적인 ‘맛남의 광장’을 우려낼수록 맛이 더 좋아지는 백숙에 빗대 해석합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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