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정유미와 최우식이어서 더 휴식 같아진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정유미와 최우식은 어딘지 헐렁한(?) 느낌이 있다.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여름방학>에서 아마도 첫 미팅이었던 것 같은 어느 카페에서의 첫 만남 장면부터가 그렇다. 비 내리는 날 정유미는 옷으로 머리를 가린 채 웃으며 카페로 들어왔고, 최우식은 정유미의 잘 차려 입은 옷을 보고 자신이 너무 후줄근하다며 대뜸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왔냐고 묻는다.

그 일상 대화 속에서 정유미와 최우식의 우유남매케미가 일단 엿보인다. “누나 뭐 하고 왔어?”하는 최우식의 질문에 ? 집에 있다 왔는데..”라고 답하는 그 지극히 평이한 대화도 그렇다. 그저 환하게 웃는 별 대수롭지 않은 대화 속에 끈끈한 남매 같은 관계가 저절로 묻어난다.

그래서 이들이 여름방학콘셉트로 한 달 간 강원도 바닷가 집에서 함께 지낸다는 이 예능의 파격적인(?) 설정에도 그저 수긍할 수 있게 된다. 최우식이 어떤 친구냐는 제작진의 인터뷰에 정유미는 둘만 그 집에 있는 것이 솔직히 불편할 수 있지만 안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가 오히려 걱정하는 건 최우식이 너무 편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이 너무 많이 나올까봐서다.

마찬가지로 최우식 역시 정유미가 그런 친구였다. 때론 동생 같을 때도 있고 친구일 때도 있으며 가끔은 누나일 때도 있는 그런 사람. 그러니 이들이 함께 지내는 한 달 간의 여름방학의 풍경이 그려진다. 거기에는 새로운 사람이 만나 느끼는 어떤 긴장감이나 친해지는 과정의 수고 같은 것들이 일단 없다. 이미 너무나 편한 친구 같은 사이니 말이다.

그래서 강원도의 집에 도착한 이들은 마치 시골집에서 한 달 살기하러 간 남매가 모든 게 신기한 그런 장면들을 보여준다. 마치 <구해줘 홈즈>에서 아파트에 사는 도시인들의 로망을 건드리는 전원주택을 소개할 때 느껴지는 그 설렘이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보는 방과 부엌 그리고 이층 다락방에서 느껴진다. 게다가 넓은 마당 텃밭에 심어진 허브들이나 여기저기 자란 유실수에서 주렁주렁 열린 과일들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집을 들어갔을 때 경계하면서도 반겨주는 강아지 뽀삐는 전형적인 시골개의 푸근한 인상으로 이들을 반기고, 조금씩 친해지며 숨바꼭질 놀이를 하거나 같이 산책을 다니는 모습은 거의 하루 만에 이들이 이 곳에 정착한 듯한 여유가 묻어난다. 집 앞 백 미터가 걸어 나가면 있는 바닷가에 갓 잡은 해산물들을 사다 먹을 수 있고 인적이 그리 많지 않은 시간에는 해수욕도 즐길 수 있다. 몇 해 전부터 하나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등장했던 한 달 살기가 왜 로망으로 다가왔는지 그 별 것 없어 보이는 시골 살이 하루 이틀만으로도 금세 실감된다.

그런데 이런 편안한 휴식 같은 느낌을 <여름방학>이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줄 수 있는 건 바로 조금은 헐렁하게 생활하는 정유미와 최우식 덕분이다. 끼니 때가 와도 <삼시세끼>처럼 뭘 챙겨먹을까 하는 조바심이 별로 없고,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마당에서 딴 허브와 과일로 간단하게 샐러드를 먹는 모습이 도시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편안하게 다가온다. 조금 느긋하게 살아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게 거기서는 느껴진다.

그래서 우유남매라는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들의 집에 손님으로 박서준이 찾아오자 마치 진짜 집 주인이 손님을 맞이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여름방학>은 아마도 첫 방송에 나간 것처럼 대단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그런 예능은 아닐 게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건들을 겪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런 무고한(?) 시간들이 주는 소중함은 더 크게 다가온다. 정유미와 최우식이 보여줄 강원도 바닷가 마을에서의 한 달 살기 역시 매주 한 주간의 피로를 풀어줄 시간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의 '맛있는 리뷰'에서 정덕현 평론가가 치맥과 같은 '삼시세끼'를 분석해 봤습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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