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놀이도 노동도 함께 해야 더 즐겁다

[엔터미디어=정덕현] “형 원래 요리 안하지 않았어?” 이선균은 박희순이 보기도 좋게 가지런히 구워놓은 고기들을 보며 그렇게 물었다. 본래는 안했지만 이젠 한단다. 이유는 아내 박예진 때문이었다. 정유미가 “오빠가 만든 거 중에 언니가 뭘 제일 좋아하냐”고 묻는다. 그러자 “다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이유에서 남다른 아내에 대한 사랑이 묻어난다. “왜냐면 걔 입맛에 다 맞춘다. 뭘 좋아하는지 아니까.”

tvN 예능 <여름방학> 강원도에서 한 달 살기 하는 정유미와 최우식을 찾아온 이선균과 박희순은 요리면 요리, 청소면 청소까지 척척 해내는 살림꾼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들이 찾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정유미와 최우식은 어떻게 웰컴 드링크와 과일을 준비할까, 어떤 음식을 할까를 고민했지만 막상 그들이 오자 그런 고민은 전혀 불필요했다는 게 드러났다.

제대로 된 전주식 콩나물국밥을 해주겠다며 아예 뚝배기를 사갖고 온 이선균이었고, 저녁에도 박희순이 쌈장을 만들고 고기를 멋들어지게 구워놓을 때 돼지고기 숭숭 썰어 넣은 김치찌개를 끓여 내놨다. 새벽까지 계속 된 술자리로 지친 속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뚝배기에 끓여낸 콩나물국밥으로 싹 풀어졌다. 육수를 따로 내고 정성스럽게 끓여낸 국물에 수란까지 갖춘 콩나물국밥을 만드는 이선균의 손길을 거침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요리가 쑥스러운 지 아내가 방송을 보면 “집에서나 이렇게 좀 하지”라고 할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자 박희순이 “집에서 요리 안하냐”고 물었고, 이선균은 요리를 하긴 하고 뒤처리도 하지만 촬영 때문에 바쁘다고 했다. 그는 요리하는 걸 즐기지만 잔소리가 싫다고 말하기도 했다. 콩나물국밥을 내놨을 때는 이런 요리가 “완전히 방송용”이라고 농담했지만 요리를 하는 모습에서 그의 평상시 모습이 그려졌다.

이런 살림꾼의 면모는 박희순에게서도 진하게 느껴졌다. 본래 요리를 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음식에서 설거지까지 다 한다.”는 그는 “예진이가 돈 벌러 가면 집에서 내가 해야지.”하며 그가 변한 이유를 들려줬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바닷가 산책을 나갔다 아직 잠든 동생들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챙겨왔고, 잠을 잤던 침구들을 가지런히 개어 놓았다. 그리고 바닥을 청소하고 설거지거리들을 챙겨 마당 수돗가에서 설거지를 했다.

이선균과 박희순에게서 느껴지는 살림꾼의 면모들은 자세히 보면 아내와 가족에 대한 남다른 사랑꾼의 모습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무뚝뚝한 척 하지만 이선균의 요리에서는 아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묻어났고, 결혼 전에는 요리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박희순이 이제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만 챙겨 한다는 데서 역시 그 마음이 묻어났다.

바깥양반이라 일컬어지던 과거의 남편들은 집안일을 돕는 것에 인색했고 그것이 당연한 줄 알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선균이나 박희순이 잠깐 놀러온 곳에서도 보여주는 살림꾼의 면모는 이제 그것이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부부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놀이도 또 가사 분담에 있어서도 함께 해야 즐거울 수 있다는 걸 이제 누구나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선균과 박희순이 <여름방학>에 게스트로 찾아온 12일 간이 특별히 따뜻하고 즐거웠던 건 이들의 살림꾼, 사랑꾼 면모에 배어있는 배려 덕분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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