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커진 ‘가짜사나이2’, 그만큼 책임감도 중요해진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만일 지상파였다면 과연 이런 방송이 가능했을까. 유튜브 피지컬갤러리의 <가짜사나이2>는 시작부터 혹독한 훈련 상황을 보여줬다. 새벽에 바닷가로 집합한 훈련생들은 끊임없이 몰아치는 파도 속에서 서로 팔을 낀 채 거꾸로 누워 있어야 했다. 파도가 몰려 올 때마다 머리끝부터 몸 전체가 바닷물 속에 잠기니, 눈과 귀와 코와 입으로 짠물이 들어가는 물고문이 따로 없는 상황이었다.

방송인 오현민은 각막 손상을 입어 눈을 뜰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가장 빨리 퇴소하게 됐고, 유튜버 조재원은 기둥을 받치는 물체에 부딪친 정강이가 계속 부어올라 결국 퇴소했다. ‘냉수온 견디기훈련은 저체온증을 일으켰다. BJ 윽박은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지만 끝까지 버텨내려 했다. 동료들이 도와주기도 했지만 결국 그는 포기했다. 머독 역시 반복되는 훈련으로 근육이 계속 긴장하다 보니 다리에 쥐가 계속 나 퇴소를 결정했다.

이들이 모두 퇴소를 결정한 건 의지가 없어서라기보다는 부상을 입거나 체력이 감당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그것이 특히 동료들에게 민폐가 된다는 걸 알고 미안해서한 선택들이었다. 결국 새벽에 시작해 아침 해 뜰 때까지 냉수온 견디기와 구보, 인터벌 트레이닝 훈련을 반복하면서 네 명의 훈련생이 나가게 됐다.

이것이 시즌2 2화까지 올라온 내용이지만, 교관들은 이 정도 강도의 훈련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애초 <가짜사나이2>가 시도한 무사트 교육은 의지가 중요하지만 의지만 있다고 되는 훈련이 아니었다. 기본적인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훈련이라는 것. 2화 방송까지 이름이 별로 언급되지 않고 또 영상분량도 거의 없었던 줄리엔 강이나 힘의길, 김병지, 곽윤기처럼 기본 이상의 체력을 가진 이들이 새삼 주목받은 건 그래서다.

하지만 이런 훈련은 보기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가학적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UDT 같은 특수 목적을 가진 군대에서라면 임무 수행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 훈련이다. 그렇지만 이 훈련을 유튜버나 BJ, 연예인 같은 이들이 받고 그것을 방송을 통해 보여주는 데는 그만한 명분과 분명한 취지, 기획의도가 공감되어야 한다.

실제로 이런 논란을 우려했던지 <가짜사나이2>에서 전술 디렉터 아슬란은 사전 인터뷰에서 이 훈련이 무엇인지를 소개했다. “훈련에 있어서 혹시 논란의 요소도 있을 수 있고 조금 불편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저희 무사트 특별과정의 모든 모티브가 군 특수전 훈련에서 왔습니다. 특수전 요원들은 실제로 모든 작전 환경이 최악의 극한의 상황 가운데 이뤄지고 그리고 특수전 요원이 임무를 수행하는 거는 삶과 죽음이 오고가는 그런 환경 가운데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훈련은 극한으로 최악의 상황을 항상 만듭니다. 멘탈이든 체력이든 그리고 주변의 모든 환경이든 이런 것들을 저희가 극한으로 몰고 가기 위한 그런 훈련 요소입니다.”

그 훈련이 특수전을 위한 데서 가져온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저체온증의 무서움을 보여준 냉수온견디기훈련에서 교관들이 가장 많이 한 소리는 안 죽어였다. 그 말은 진짜 죽을 것만 같은 한계 상황 속에 훈련생들이 노출되어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만일 지상파에서 이런 방송을 내보냈다면 아마도 곧바로 가학논란을 불러일으켰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 방송은 유튜브나 카카오TV에서 선택적으로볼 수 있는 방송인데다, 무엇보다 여기 훈련에 참가한 이들은 자발적으로 그걸 선택했고 훈련 과정에서도 끝까지 버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 가학이 아닌 훈련으로 보이게 하는 요소다.

중요한 건 이들이 왜 이런 고통까지 감수하면서 이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려 하는가와 이것을 왜 방송으로 만들어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있는가에 대한 공감대다. 그 부분이 공감되어야 이 훈련 역시 의미를 가질 수 있어서다. 그저 자극적인 장면들을 통한 조회 수와 그로 인한 엄청난 상업적 성공만으로는 이처럼 주류 콘텐츠로 떠오른 <가짜사나이2>가 가진 책임감을 상쇄해주긴 어려울 테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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