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앞에서 남녀는 각각 어떤 선택을 할까(‘생존남녀’)

[엔터미디어=정덕현] 남자팀과 여자팀이 나뉘어 10일 동안 어느 쪽이 더 많이 생존하는가를 두고 벌이는 게임. 카카오TV <생존남녀 : 갈라진 세상>은 날 것의 대결이 벌어지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가짜사나이>나 <머니게임> 같은 날선 서바이벌 예능을 만들어온 제작팀이 선보이는 이 예능은 특이하게도 팀을 남녀로 나눴다. 따라서 생존 환경 속에서 남자와 여자는 어떤 다른 선택들을 하는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남자팀은 먼저 나이를 물어보고 서열을 정하려 한다. 그리고 10일 간 같이 지낼 공간에 놓인 침상을 정하는데 있어서도 들어오는 순서대로 먼저 자리를 차지하는 ‘선착순’이다. 또 일종의 리더나 참모 역할을 정하면서도 이를 명령체계처럼 받아들인다. 군대 경험이 있는 이들은 이런 시스템이 생존환경에서 더 유리할 거라고 판단한다.

반면 여자팀은 서열을 정하기보다는 수평적인 체계를 가지려 한다. 침상을 결정하는 것도 서로의 의향을 물어보고 굳이 결정을 해야 할 때는 가위바위보로 선택한다. 리더나 참모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것이 수직적인 체계라 여기지는 않는다. 다만 리더 역할이 있고 참모 역할이 있다는 식으로 역할론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생존 첫날부터 남자팀과 여자팀은 그 행동 자체가 갈린다. 보급품을 받아가기 위해 일찍 나선 남자팀은 여자팀 물품까지 모두 챙겨온다. 그래서 여자팀은 보급품을 모두 빼앗기지만, 너무 나선 남자팀은 그 생존지를 돌아다니는 술래에게 한 명이 붙잡힌다. 게다가 그 붙잡힌 팀원을 구하겠다고 무모하게 나선 또 한 명의 팀원 또한 붙잡혀 두 명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여자팀은 보급품은 잃었지만 모두가 생존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대신 남자팀이 붙잡히는 그 상황을 통해 술래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팀원들을 붙잡아 가는가 하는 정보들을 수집한다. 수적으로 열세인 남자팀은 어쩔 수 없이 붙잡힌 팀원들을 구해내려 하고, 가까스로 감옥을 찾아가지만 렌치가 있어야 묶인 줄을 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돌아선다.

남자팀은 계속 도전을 감행함으로써 실제 팀원이 붙잡히는 리스크를 겪지만 그걸 통해 경험치를 얻는다. 반면 여자팀은 자신들이 숫적으로 우세라는 점을 알고 있어 쉘터에서 나오지 않은 채 ‘존버’하고, 다음날에는 보급품을 구하러 나온 남자 팀원과 화합하는 척 하면서 자기팀 보급품과 더불어 남자팀 보급품 물품에서도 일부 음식들을 챙겨간다.

음식을 가져갔지만 불이 없는 남자팀은 음식을 해먹지 못하고 심지어 갇힌 두 명을 구해내는 와중에 다른 한 명이 붙잡히고 또 쉘터 근처에 잠입해 있던 술래에게 또 한 명이 잡혀 또다시 두 명이 감옥에 갇힌다. 반면 드디어 둘째 날 음식을 챙긴 여자팀은 미리 챙긴 불로 고구마를 삶아 먹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다.

<생존남녀>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에 남녀라는 서로 다른 성별에서 나오는 차이가 생존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준다. 물론 초반에는 안전을 선택한 여자팀이 훨씬 유리해보이지만, 점점 여자팀을 적으로 간주하는 남자팀들이 약탈 같은 보다 강도가 높은 방식들로 나올 것이 예상된다. 실제로 예고편에는 여자팀의 렌치를 빼앗아가는 남자팀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했다.

초반이야 어느 정도 이성적인 모습을 유지하겠지만, 이 방식이 며칠 계속 되면 상황이 더 치열해질 것이고 그것은 감정적인 대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바이벌 예능이 가진 재미요소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을 굳이 성 대결로 붙여 놓은 점은 아슬아슬한 지점이다. 지난 대선 때에도 그랬지만, 남녀를 갈라치기 하는 상황은 치열한 대결구도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시청자들에게는 자극적인 재미요소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성 대결을 노골적으로 끄집어내는 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과연 후반부로 갈수록 치열한 남녀 간의 생존 대결에만 집중할까. 그게 아니라면 이러한 생존 대결이 그 누구의 승리도 아닌 상처들만 남긴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까. 왜 남녀가 화합하고 함께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까지를 끄집어내지 못한다면 이런 자극적인 서바이벌의 존재 의의는 과연 어디에 있나. 결국은 룰을 제시하는 제작진의 의도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과연 어떤 양상을 보일지 그 추이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카카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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