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건축과 사람이 드디어 한 화면에서 만났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팬데믹 이후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때 흥미로운 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JTBC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는 주거비가 비싼 서울에서는 부호가 아니라면 웬만해서 누릴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집과 공간을 ‘서울 밖’에서 찾는 홈투어 콘셉트 예능이다. 인테리어, 설계, 건축비와 경제적 조건을 중히 따지지만 부동산 프로그램은 아니다. 지금도 누군가의 삶의 공간을 찾아간다든가, 집 구경을 하는 프로그램들이 MBC ‘구해줘! 홈즈’를 필두로 여럿 선보이고 있으나 이 프로그램만의 특징과 재미는 공간을 가꾸고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건축주의 삶과 생활을 바탕으로 지은 집들이고, 연예인들은 주인공 자리를 넘보지 않는다. 철저히 방문객과 질문자의 위치에서 집을 살펴보고 집주인과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집주인이 방문객을 맞이해 공간을 설명하는 콘셉트는 집주인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담긴 다양한 집을 구경하는 일본 아사히TV의 장수 예능 ‘와타나베의 건물탐방’나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호주나 영국, 미국 건축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물론 게스트가 건축 전문가가 아니라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박하선이나 송은이는 건축과 인테리어에 대한 높은 관심사와 지식으로 전문성을 보여주고 성시경과 이수근, 정상훈은 보다 일반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부러움으로 띄운 로망과 경제적 차원의 현실,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한다.

그간 우리네 건축 인테리어 방송에서 가장 취약했던 공간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중심에 두면서 단순한 집 구경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탐닉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볼거리가 핵심이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기획의도의 지향과 메시지도 확실하다. 전국 각지를 돌면서 ‘서울 밖’에서 로망을 이룬 나만의 드림하우스를 찾는다. 즉,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고, 모두가 바라지만 엄청난 주거비와 공간의 구조가 전형적인 서울 도심 아파트를 벗어난 대안을 ‘살고 싶은 집’이란 로망으로 제안한다. 부동산의 관점, 도심의 편의를 포기할 때 얻을 수 있는 가치, 여행 같은 일상, 꿈꾸던 삶에 대한 상상력과 영감을 제공한다.

가평의 공연장을 겸할 수 있는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의 1300여 평 집이나 여수 앞 바다를 마당으로 품고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단란한 집, 아빠의 꿈을 담은 파주의 럭셔리 하우스, 적은 금액으로 건물주가 된 강릉의 코너 하얀 집, 전원주택의 집안일을 덜어내고자 고안한 세종시의 스마트하우스, 손수 목공예로 집을 지은 횡성의 목조주택 등 다양한 환경과 관점과 아이디어와 취향을 엿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건축비가 일반적으로 평당 600만원이란 이야기나, 갖가지 자재나 트렌드, 팁, 농촌주택개량사업과 같은 정부 및 지자체 지원도 상황에 따라 유용한 정보다. 해운대 씨뷰 아파트에서 전원주택을 지어 꿈을 이룬 집주인으로부터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과 동경에 뒤따르는 버거운 현실에 대한 충고를, 강릉의 젊은 건물주로부터 셀프인테리어 시공의 단점에 대한 제언과 같은 인테리어 예능에선 잘 듣기 힘든 생생한 조언도 있다.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다보니 집집마다 각자의 사연이 있다. 하나 같이 부러운 집들이지만, 위화감이 들지 않도록 금수저들의 집 탐방이 아님을 ‘서울 밖’이란 키워드에서부터 광고한다. 대부분 단칸방 스토리, 전세살이부터 시작해 노력해서 이룬 꿈의 공간임을 알려주고, MBN ‘나는 자연인이다’를 방불케 하는 농막생활하면서 집을 짓고 사는 30대 부부 이야기 등등 한 가정의 성공스토리와 집에 대한 애정과 집념은 공간 구경을 넘어 로망을 띄우는 또 하나의 부스터가 된다.

지난 2013년 할배들의 여행을 필두로 ‘라이프스타일’이 본격적으로 우리네 예능 소재로 등장했다. 2015년 스타셰프와 쿡방 붐은 살림 영역에 있던 요리와 같은 일상적 소재까지 예능의 영역이 되었고, 그 이듬해인 2016년 셀프인테리어 붐을 타고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를 비롯한 인테리어 예능이 잠깐 붐을 이루기도 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구해줘! 홈즈’처럼 다양한 공간을 찾아보는 재미, JTBC ‘한끼줍쇼’처럼 소시민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타인의 공간을 들여다보는 경우, 지난 8월 SBS 파일럿 ‘나의 판타집’처럼 집주인 이야기와 건축가의 코멘트와 연예인의 공간을 체험기라는 중간적 형태는 있었지만,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처럼 로망을 실현한 이야기를 건축에 담아 본격적으로 내세운 콘텐츠는 없었다.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는 인테리어와 공간만 다루다가, 터부시하던 돈 이야기를 꺼냈다가, 드디어 그 공간을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로 관심이 넘어온, 우리나라 인테리어, 건축 예능의 최신판이자 나름 진지한 예능이다. 공간을 만드는 두 요소인 건축과 사람이 드디어 한 화면 안에서 만났다. 생각해보면 집 구경은 집주인의 초대로 시작되는 게 일반적인 경우다. 서울엔 없는 집들이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집 구경의 재미가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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