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집’, 집값 폭등 시대에도 좋은 집 구경이 필요한 이유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JTBC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는 집값 폭등 시대의 좋은 집 구경 예능이다. 좋은 집 구경은 대중들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부자들의 저택은 드라마나 잡지, SNS 등을 통해 끊임없이 노출되고 관심이 쏠린다. 층고 높은 거실, 넓은 부엌, 커다란 마당의 각종 편의시설, 유용하고 화려한 인테리어 그리고 눈을 즐겁게 하는 뷰 등 서민 거주지의 이런저런 현실적 제약들이 사라진 좋은 집은 그 자체로 꿈을 꾸게 만드는 볼거리다.

좋은 집은 보통 비싼 집이다. 집값이 안정된 시절에는 대중이 주거비 부담에 대해 덜 예민해 비싼 좋은 집을 위화감과 거부감 덜 느끼면서 즐길 거리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 집에는 없는 저택의 여러 장점들을 보면서 감탄하고, 내 형편이 좀 더 나아지는 상황에 맞춰 그중 일부라도 내 집에 도입하는 꿈을 꿔 본다.

하지만 현재는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집값 폭등 시대다. 이런저런 이유로 집을 구매하지 못하고 전세나 월세를 사는 사람들은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집을 구매한 사람은 사람대로 과도한 은행 부채에 대한 부담에 힘겨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절에 서울과 수도권의 수십억 수백억 하는 집들을 구경하는 것은 흥미를 자극하기보다 불편함을 부르기 쉽다. 내 집에 대한 불안감이 삶의 근본을 뒤흔드는 시절에 집에 대한 꿈을 꾸고 판타지를 즐기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는 집값이 특히 과열된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를 벗어난 좋은 집을 찾아서 보여준다. 이수근, 송은이, 정상훈, 성시경, 박하선 등 MC들이 찾아가 체험해보는 드림 하우스들은 지방에서도 초고가로 추정되는 집이 있긴 했지만 서울의 평균적인 주택 가격으로도 꿈꿔볼 수 있는 경우가 꽤 등장한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에서는 특히 중요해 보인다.

서울을 벗어나면, 수도권 대도시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만 있으면 극소수 부자만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 가능하다는 점에서 좋은 집에 대한 위화감을 희석시킨다. 경기도 가평으로 가면 공연기획자는 재즈 가수인 아내를 위해 작은 공연장과 녹음실이 있는 집에 살 수 있다.

서울의 전세살이에서 과감히 탈피해 강원도 강릉 시내에 아름다운 건물의 주인이 된 부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거주하고 일하는 이 건물을, 디자인 종사자인 자신의 취향이 구석구석 철저하게 반영되도록 해서 생기는 만족감은 서울의 일반적인 아파트 생활에서는 얻기 힘든 것임에는 분명하다.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를 벗어나면 뷰도 빠질 수 없다. 강원도 횡성의 산 420m 높이에 골조 배관 바닥 단열재 모두 부부의 손으로 지은 핸드메이드 집도 등장했다. 앞선 강릉 건물주 경우처럼 건축에 취향을 완벽하게 반영한 것도 장점이지만 눈 아래 계곡과 숲과 마을, 그리고 구름이 눈높이에서 이동하는 환상적인 뷰를 매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특별했다.

전라도 여수 어촌마을의 2층 집은 오션 뷰로 지어졌다. 아름답고 마음을 위안하는 바다 풍경과, 개인 영화관, 대형 욕실과 사우나 등 잘 꾸며진 집 내부 시설이 결합 돼 방문한 MC들이 환상적인 체험을 하게 했다. 아이들과 본인의 다양한 취미 생활이 가능하도록 김포 한적한 곳에 지은 취미 부자 아빠의 집은 집안에서 캠핑도 가능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에 등장하는 집들은 일상의 거주 공간인 동시에, 내가 직접 내 꿈을 그린 작품이며, 휴양지 같은 판타지적 체험도 가능하게 하는 복합적인 매력의 공간들이다. 집에 있으면서도 여행지에 체류하는 듯한 꿈같은 삶이 그들에겐 펼쳐진 듯 보였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이런 집에 사는 삶에 도전해 보려 해도 일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를 떠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세종시에 근무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아동용 주거 편의 시설을 세심히 갖춘 집을 세종시에 짓고 살며 서울로 왕복 5시간 출퇴근을 하는 남편의 집도 1회 방송분에 등장하기는 한다.

앞서 언급한 취미 부자 아빠도 서울 중심지에서는 집을 구하지 못할 비용으로 김포에 집을 여유롭게 짓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직장들이 서울, 수도권 대도시로 극도의 쏠림 현상을 보이는 현실을 무시하고 집만 풍경 좋은 곳에 짓고 사는 삶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에는 공연 기획자, 디자이너, 영화 의상감독처럼 출퇴근 개념이 덜한 직업 종사자들이 집 주인으로 많이 등장한다. 이런 한계는 있지만 <서울엔 우리 집이 없다>는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게 되는 예능이다.

단순히 좋은 집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좀 더 한적한 곳으로 옮겨 사는 삶도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후일 실행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숨 막히는 집값 상승으로 답답해하던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 무주택자들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는 사례를 접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에는 고단한 현실에 대한 기분 전환 기회 제공이라는 예능의 본질적 기능이 작동하고 있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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