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코로나 시국에 마음만큼 큰 선물이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제 남편은 초등학교에서 농구를 가르치는 강사입니다. 아이들의 연습을 위해 사비로 체육관을 대관할 정도로 자신의 일을 사랑해요. 코로나로 인해 수업이 폐강되어 2월부터 일이 끊겼고, 본인이 가장 속상할 텐데도 저희 가족을 안 굶기겠다는 일념으로 배달 일을 시작했습니다. 안 하던 일 하느라 힘들 텐데 가족들 앞에서 내색하지 않고 동료들 사이에서도 독하다 불릴 정도로 하루도 쉬지 않는 남편이에요. 힘내라는 의미로 특별한 선물 하나 해주고 싶은데요. 워낙 물욕이 없어서 자신에게 돈을 쓰지 않는데 그저 아들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다 해주는 남편에게 제가 주면 쓸데없이 돈 썼다고 잔소리 할 것 같아 유재석님이 대신 선물을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마음 배달 서비스를 원하는 김소은씨에게 받은 의뢰에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유재석을 닮은 남편 정근씨에게 유팡(유재석)이 전한 선물 박스에는 농구화가 들어 있었다. 뭐라 말하지 않아도 그 선물에 담긴 아내의 말이 들리는 듯 했다. 코로나가 끝나 어서 다시 코트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

유재석을 닮은 선한 눈빛이 인상적인 정근씨는 코로나 때문에 매년 하던 농구시합도 할 수 없게 되고 대신 생계를 위해 택배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런 말을 하면서도 애써 웃고 있었다. “본인 거를 잘 안 사신다고 들었다고 유팡이 묻자, 정근씨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그건 결혼한 가장들은 다 똑같을 것 같다며 유느님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고 말했다. 선선히 나오는 그런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다 그런 마음 아니겠나. 아이가 태어나니 아이 위주로 사는 게 당연해졌다는 정근씨는 그 상황에서도 아이가 부족함 없이 자랐으면 하는 마음을 전했다.

유팡은 자신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지만 정근씨 얘기를 들으니까 저 스스로 많이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2020년이 참 힘든 해인 것 같아. 그래도 형우랑 나를 위해 힘든 일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 오빠보다 먼저 형우에게 모든 걸 양보하고 형우 위주로 먹고 사고 하는 걸 보면 오빠의 형우 사랑을 알지만 너무 본인에게 인색한 거 같아서 속상해. 그래도 이렇게 사연에 당첨되어 오빠가 조금이나마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어.” 정근씨의 아내 소은씨가 전한 편지를 읽는 유팡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에 영상편지로 답변을 보내는 정근씨의 모습은 여전히 씩씩했다. 아내와 아이에 대한 노력이 당연하다는 것이 그 씩씩한 목소리에 담겨 있었다. 너무나 담담하고 씩씩해 오히려 유팡은 뭉클함을 느꼈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는 것 같은 뉘앙스를 정근씨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게다.

저희 아버지는 자신의 모교에서 37년째 수학선생님으로 근무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직을 하십니다. 저는 지금 베트남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재직중이라 퇴임식 참석이 불투명한 상황이에요. 속상하고 죄송하기만 합니다. 아버지의 퇴근길을 함께 걸으며 제 마음을 대신 전해줄 수 있을까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지만 코로나 때문에 많은 시간을 제자들과 마주하지 못한 채 쓸쓸하게 학교를 떠나게 되셨다는 아버지를 위해 마음 배달을 신청한 한별씨는 아빠에 대한 마음을 전하며 시종일관 애써 웃음을 짓고 있었다. “세상에거 사장 멋진 우리 아빠.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 윤석상 선생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부터는 교사로서 아빠로서 한 짐 내려놓으시고 윤석상씨만의 새로운 인생을 걸어가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우리 가족의 영웅 그리고 저의 스승님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빠 보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한별씨의 말을 들으며 유팡도 데북곤(데프콘)과 종벨(김종민)도 모두 먹먹해졌다.

<놀면 뭐하니?>의 마음배송 서비스는 9년째 연애중인 남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해달라고 전해달라는 의뢰와, 어쩌다 전현무의 팬미팅에 참석해 응원을 받고 재취업에 성공했다며 그 고마움을 전해달라는 의뢰, 13년 전 짝사랑 선배와의 사랑의 큐피드를 원한 의뢰를 수행해주는 내용들을 담았다. 모두가 간만에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큰 감동을 준 건 코로나 시국에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그래도 애써 웃으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전한 의뢰인들의 이야기였다. 그 어떤 것보다 우리에게 힘을 주는 큰 선물이 마음이라는 걸 이들의 이야기는 전하고 있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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