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산’, 얼짱 이시언 하차 이후 어떤 정체성을 드러낼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25, ‘얼짱이자 5년 간 한 자리를 꾸준히 지켜온 이시언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시청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럼으로써 2017년 봄, ‘200회 특집으로부터 시작한 <나 혼자 산다>’는 제주도에서 시작해 제주도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있었고 당장 다음 주에도 계속되겠지만, 전현무, 한혜진, 이시언, 박나래, 기안84, 헨리로 이루어진 <무한도전> 이후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캐릭터쇼이자, 삶과 방송의 경계가 모호한 진짜 리얼버라이어티, 유사 가족 커뮤니티의 로망을 심어준 청춘 시트콤은 이제 막을 내렸다. 지난해 3월 두 출연자가 결별하면서 이미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시언의 하차는 의지를 갖고 찍는 진정한 종지부다.

초창기 <나 혼자 산다>1인 가구를 모성애로 바라봤다. 이후 김광규, 육중완이 활약하던 시절 뷰파인더에는 사는 게 다 그렇지를 되뇌게 하는 현실 공감대를 잡았다. 그리고 2017년 이후 관찰은 시트콤에 가까운 캐릭터쇼로 전환됐다. <나 혼자 산다>의 캐릭터쇼는 이시언을 꼭짓점으로 삼은 얼트리오나, 먹방 여신으로 거듭난 화사 등등 각기 자신의 색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해 자신의 매력을 뽐낸 다음 서로 얽힌다.

같이 지내다보니 어쩌다 인연이 맺어지고 발전하게 되는 우리네 일상과 유사하다. 그래서 관찰 예능이라기보다 <프렌즈><논스톱> 같은 시트콤에 가까웠다. 200회 특집 제주도 MT, 여름나래학교, 5주년 특집 LA편 등을 거치며 행복한 기억을 함께 만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다. 여기에 이러한 친분과 케미스트리가 단순 방송용이 아님을 우리는 디스패치같은 매체를 통해 확인받았다.

시트콤이 대본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창조한다면, <나 혼자 산다>는 현실 인물의 캐릭터와 제작진의 연출 능력이 결합한 어떤 이야기. 무지개 회원들은 방송으로 만난 사이지만 매주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가까워지고, 방송 외적으로 주고받은 연락이나 만남이 다시 방송 안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방송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영상으로 접하는 일상과 스튜디오에서 마주하는 일상이 교차한다. 이시언은 이런 특이한 쇼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그는 배우지만 프로 방송인이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멘트와 표정, 반응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담당했다.

진지함과 푸근함, 시골 청년의 정서에서 성장 서사까지 그는 출연자들의 허브일 뿐 아니라 시청자들과 이 특이한 리얼리티쇼 사이의 완충지대기도 했다. 논란에 휩싸인 기안에게 (함께 욕을 먹을 수 있음에도) 별다른 말없이 옆에 있어준다. 성훈의 집에 처음 놀러가서는 촬영과 상관없이 화장실부터 찾아 머리를 감고 볼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본다. 카메라의 유무나 상대가 누구든, 성장함에 따라 자신의 위치가 달라짐에도 그는 진짜 사람 냄새가 나는 한결같은 모습 그대로 5년을 함께했다.

본인 에피소드를 대차게 말아먹은 적도 있지만 대체로 크랙역할을 해왔고, 어떤 누구와도 조화를 이루는 데 꾸밈이 없다. 방송에서는 진짜 동네 형이자 알고 보면 푸근한 오빠로 수육에 넣는 월계수 잎처럼 방송의 작위적인 느낌을 잡아주는 게 그의 매력이었다. 많이들 뽑는 위내시경 장면도 있지만 이시언의 진가는 방송과 전혀 무관한 실제 부산 친구들과 함께 대단한 재미를 뽑아내는 데 있었다. 유쾌한 너드코미디 같은데, 감동과 진심을 진하게 풍기는 예능 선수는 현재 없다.

배우에게 예능은 인지도를 넓혀주는 기회의 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기회를 너무 오래 꼭 붙잡고 있으면 제약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날 예능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배우들은 이미지를 굳힐 것인지 인지도만 취할 것인지 빠른 판단을 한다. 혹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캐릭터를 프로그램에 한정하기도 한다. 지난 10년 간 적수조차 없는 최고의 예능 선수지만 이광수가 <런닝맨>만 고집하고, 이시언 또한 <나 혼자 산다> 위주로 활동하는 이유기도 하다. 기회비용이 따르긴 하지만 많은 연기자들에게 예능은 좀 더 솔직한 말로 인생 역전의 찬스다. 이런 안정적인 인기와 인지도, 익숙한 모습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그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이시언의 하차와 함께 <나 혼자 산다>의 역사에서 가장 찬란했던 시절은 완전히 막을 내렸다. 이제 그 다음이 궁금해진다. 최근 시청률 부침, 스토리라인의 부재의 가장 큰 이유는 2017년 방식으로 완성하려는 다음 캐릭터쇼가 생각만큼 올라오지 않아서다. 예전과 달리 논란을 중화해줄 관계망이 사라지면서 가을에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계속해서 박나래를 중심으로 새로운 캐릭터쇼를 모색할지, 모성애와 공감대를 잇는 또 하나의 주제의식을 가져와 관찰 예능의 속성을 강조할지, 아니면 유튜브에서 가능성을 본 여성 예능이 될지 박나래와 제작진은 진짜 새로운 출발대에 섰다. 완전히 다른 챕터로 넘어간 이상 과거와의 비교는 무의미하며, 이제부터는 전부 새로운 발걸음이다. 이시언과 함께 수년 간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던 <나 혼자 산다>의 다음 챕터에도 기대를 보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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