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만세’, 홀로서기 정착하면 결국 ‘나혼산’ 되는 거 아닐까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JTBC에서 최근 시작한 <독립만세>는 관찰 예능이다. 악동뮤지션 찬혁 수현 남매, 연반인 재재, 개그우먼 송은이 등 한 번도 혼자 살아보지 않았던 유명인이 생애 최초로 독립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혼자 사는 삶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찰 예능이지만 그 첫 출발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차별점이 있다.

기존 관찰 예능과 다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독립만세>는 관찰 예능의 시조라 할 수 있는 MBC <나혼자 산다>(이하 <나혼산>)비기닝버전이다. <나혼산>은 혼자 사는 삶이 진행된 어느 시점에 카메라를 갖다 대지만 <독립만세>는 그 솔로 라이프의 시작과 정착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20대 초중반인 악동 남매, 30대 초반 재재, 그리고 50대가 된 송은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독립 도전을 다루고 있지만 프로그램이 계속된다면 자연히 섭외할 만한 출연진 연령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상대적으로 젊은 예능이다. 아무래도 독립을 시도하는 나이는 30대 중반 이전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찰 예능은 섭외 대상의 신선도가 높은 것도 중요하다. 화면에 보이는 삶의 노출이 적었을수록 흥미를 끄는 힘이 강하다. 그런 측면에서 <독립만세>는 섭외 대상 신선도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래도 가족과 사는 연예인은 그간 관찰 예능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혼자 사는 경우보다는 적었을 것이다. 가족 모두의 사생활 노출에 대한 동의를 거쳐야 하니 확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독립만세>는 가족과 사느라 그간 드러나지 않은 관찰 예능의 기대주들을 얼마나 찾아내느냐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독립만세>에서는 혼자 사는 삶의 행복함과 고생스러움이 교차한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듣는 것은 가족과 살 때는 꿈만 꾸던 일이었다. 다른 가족 눈치도 안 보고 잔소리도 안 듣고 생활 규칙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로망이 실현되니 행복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가구를 조립하고 배치하는 일이 생각처럼 수월하지 않아 진땀을 흘리고, 재활용품과 쓰레기를 매일 챙겨 버려야 하고, 장을 보면 금방 10만 원이 넘어가서 손이 떨리게 된다는 사실도 실감한다. 생활이 돌아가기 위해 부모가 다 해주던 일들을 직접 하게 되는 순간 독립의 기쁨에 취해 어떻게든 해내기는 하지만 쉽지가 않다.

<독립만세>는 관찰 예능이면서 집예능이기도 하다. 집을 구하고 인테리어를 스스로 해내고 가구와 집기를 하나하나 채워가는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독립만세>에서 등장하는 집들은 홀로 살기에는 좋은 집이라 할 수 있지만 SBS <나의 판타집>이나 JTBC <서울에는 내 집이 없다>처럼 시청자들의 판타지 저택까지는 아니다.

또 다른 포맷의 집예능인 MBC <구해줘 홈즈>처럼 집 구하기를 돕는 현실적인 정보 제공 프로그램도 아니어서 집예능 중에서도 색다름이 있다. <독립만세>에서의 집은 혼자 사는 삶을 그리는 캔버스 같은 역할로 한정된다. 그래서 그 집에서 벌어지는 독립된 삶이 중요하지 집 자체는 의미가 덜하다. 그러면서도 <독립만세>는 집예능의 기본인 판타지가 있다. 집예능은 내가 살아보고 싶은 공간 꿈꿔보기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화려한 집이 등장하는 <나의 판타집>만이 아니라 내 현실에 맞는 집 찾기 정보를 제공하는 <구해줘 홈즈>에서조차 내가 가진 돈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내 판타지에 가까운 집을 찾기 위한 고군분투가 있다.

<독립만세>는 내가 원하는 집을 구하는 과정은 간략히 다룬다. <독립만세>에서의 집예능 판타지는 홀로 있는 공간이 생기는 순간보다 그 곳을 어떻게 내 취향대로 채우고 그 속에서 어떻게 내가 꿈꾸던 삶을 사느냐에서 발생한다. 결국 <독립만세>에는 성장의 코드도 있다. 혼자가 돼서 좋다는 것 외에 집은 빈틈 투성이에 엉성하게 꾸며져 있고 집안 일에는 서툰 모습뿐이지만 점차 독립세대로 안정감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독립만세>의 중요한 재밋거리다.

이처럼 <독립만세>는 기존의 관찰, 집예능과 다양한 차별성을 갖추고 있다. 반면 불안요소도 없는 것은 아니다. 독립하는 순간을 보여줄 범위가 모호하다. <독립만세>는 독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홀로 사는 삶이 조금만 안정되면 독립의 의미는 희석되고 <나혼산>과 별다르기 힘든 모양새가 된다.

그래서 독립이라는 테마 아래 보여줄 거리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22일 독립한지 3주 만인 4회에 송은이는 정성화와 김영철, 찬혁은 딘딘과 송소희를 게스트로 등장시킨 것도 순수한 독립 스토리로 호소력을 갖춘 소재들이 벌써 확 감소한 결과 아닐까 생각해보게 만든다.

<나혼산>이 그러했듯 홀로 사는 삶에 대한 관찰 예능에서 게스트들의 등장은 줄어드는 재미를 보충하되 본성은 잃는 상황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 독립을 하는 대상을 지속적으로 구할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프로그램이 존속하려면 섭외 대상 후보군이 상당수 존재해야 하는데 독립에 나서는 유명인의 수는 상당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을 듯하기 때문이다.

<독립만세>가 이런 난관들을 극복하고 또 하나의 새로운 관찰 예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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