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앤 오프’가 ‘나혼산’을 넘어서지 못한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예능 <온 앤 오프>가 종영했다. 지난해 5월 첫 방송을 시작해 ‘사적 모임’을 콘셉트로 성시경, 조세호, 김민아를 중심으로 시즌1을 연말까지 이어갔고, 짧은 휴지기 이후 성시경을 중심으로 시즌1에서 좋은 반응을 보인 엄정화, 넉살, 윤박, 초아 등으로 멤버를 교체해 시즌2를 시작한 지 불과 3개월만이다. 사적 모임이 콘셉트였던 만큼 시즌1에 비해 고정 출연자를 늘이고 커뮤니티를 보다 공고히 하면서 보완해서 나왔다는 점, 작별의 징후를 스튜디오에서 전한 마지막 인사 전까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계획된 종영이라고 보긴 어렵다.
<온 앤 오프>는 연예인 1인 가구의 일상과 일을 포함한 삶을 보여주고자 하는 예능이었다. 시청자들의 궁금해할만한 스타들의 혼자살기를 보여준다는 설정 자체부터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산다>의 익숙한 재미를 가져오면서 차별점을 만들어야 했다. 연예인들이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모습을 ON으로, 그렇게 치열하게 자기 일을 하고 난 다음 혼자 있는 시간, 쉬는 모습을 OFF라 하여 그 격차에서 오는 재미와 한껏 조여 있다 풀어지는 면모를 통해 시청 포인트를 잡았다.

허나 출연자의 ‘ON’ & ‘OFF’의 격차보다 화면 속 연예인의 삶과 시청자와 정서적 거리가 더 컸다. <나 혼자 산다>와 비교했을 때 이 프로그램의 장점 중 하나는 보다 유려하고, 계산이 많이 가미된 카메라배치와 워크다. 단순히 거치 카메라로 일상을 관찰하기보다 의도를 갖고 말 그대로 연예인의 ‘사적 다큐’에 충실하게 제작진의 개입이 두드러지는 제작 방식임이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시 말해 철저히 기획된 장면만 나왔다. 마지막 방송에서 긴 시간 할애한 성시경의 컴백 준비는 시즌 1,2를 모두 함께한 성시경에 대한 예우에 가까웠고, 자우림의 온라인 공연과 음악 작업 등을 통해 보여준 김윤아의 아티스틱한 면모는 개인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풀어낸다기보다 프로모션에 가까운 볼거리였다.
<온 앤 오프>는 어쩔 수 없는 비교대상인 <나 혼자 산다>보다 톤다운 된 정제된 볼거리고, 삶의 두 가지 측면을 아우른다는 설정 자체의 차별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볼거리로서 그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결과 시청자들에게 인간적 매력으로 친근감이나 정서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바로 이런 정서적 거리감은 같은 1인 가구 콘셉트를 가진 후발주자였던 JTBC <독립만세>에도 뒤처지는 원인이 됐다. 시즌2에 와서 사적 모임에 방점을 찍는 듯했으나 별다른 커뮤니티는 만들어지지 못했고 그런 환경에서 자연스러운 일상보다 이벤트가 우선시 된다는 점에서 <나 혼자 산다>가 겪는 어려움을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비유하자면 캡션은 스냅 사진이라 달아놓았는데, 그 누가 봐도 마치 어떤 각도와 포즈가 가장 멋지게 보이는지 알고 찍는 셀카를 보는 기분이다. 정제되어야 할 부분은 사실 여기에 있었다.

<온 앤 오프>는 결과적으로 새롭고 싶었으나 MBC <나 혼자 산다>에 <전지적 참견 시점>을 빌드 스타일로 만든 칵테일 같은 예능이 됐다. 문제는 <전지적 참견 시점>도 그렇게 무너졌듯이,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옆에서 보여주는 것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바쁜 스케줄의 피로, 노력, 완벽주의를 내세운 아티스트의 예민한 면모, 현장 분위기 스케치 정도 외엔 없다. 하는 일에 ‘토’를 달수도 없다. 연예인의 전문적인 면모를 전시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볼거리지만 일과 일 사이의 틈에 메인 스토리를 배치한 <전지적 참견 시점>과의 결정적 차이다. 관계망에 집중해서 스토리라인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오롯이 ON 상황에선 일만 바라보다보니 할 수 있는 리액션과 토크가 무척 한정적이다. 그래서 스튜디오쇼의 대화가 무척 어색하고 오디오는 엄정화의 거드는 멘트나 넉살의 짧은 감탄사를 제외하곤 적막하다.
또 다른 패착 중 한 가지는 요일을 잘못 선택했다는 데 있다. 어쨌든 주중인 화요일은 이런 정서적 이완을 돕는 콘텐츠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OTT시대로 넘어왔다지만 시청률은 여전히 부동의 지표이며 화제성과 연동된다는 점에서 보다 어울리는 편성 전략이 아쉽다. 월요일에 편성됐던 <독립만세>의 코믹함과 파이팅, 짠내와 달리 연예인 이전에 다른 사람의 삶을 관조하는 콘텐츠를 구상했던 만큼, 보다 감성 코드가 맞는 시간에 방송됐다면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나 혼자 산다>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대체제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기회를 움켜쥐진 못했다. 기획된 리얼리티가 대중의 외면을 받은 사례로 남게 됐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