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신규예능 ‘나혼산’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2021년 법무부에서는 1인가구가 늘어난 현실을 반영해 다인 가구 중심의 법 제도를 바꾸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그리고 1인가구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외부 민간위원으로 구성한 ‘사회적 공존, 1인가구’에서 이름을 딴 ‘사공일가TF’를 운영하고 있다. 건축가, 소설가, 방송인, 변호사, 교사 등 다양한 직군이 속한 TF 구성원은 실제 1인가구가 3분의 1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처럼 한국에서 1인가구는 혈연가족 사회의 그늘이 아닌 새로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3년 MBC 대표예능 <나 혼자 산다>가 김광규, 노홍철, 이성재를 필두로 첫 방송을 시작했을 때와는 그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셈이다.
사실 <나 혼자 산다>는 긴 역사만큼 중간 중간 분위기도 달라졌다. 중년 독거남들의 친목회 같던 초장기 시절을 지나 배우 황석정과 장미여관의 보컬이었던 육중완에 이르면 <나 혼자 산다>는 서울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청년 1인 세대의 현실과 맥이 닿기도 했다.

이후 <나 혼자 산다>는 전현무, 한혜진, 박나래, 기안84, 이시언, 헨리 체제에 이르면 1인 가족의 즐거운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쪽으로 흘러간다. 1인가구 친구들끼리의 우정을 보여주며 드디어 1인가구가 ‘짠함’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가끔 미혼 스타들의 홍보 방송 같은 인상을 주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유아인이나 이장우 편처럼 스타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극과 극의 개성 있는 싱글라이프를 보여줬던 경우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어느새 <나 혼자 산다>는 그냥 재밌어서 보기보다 정 때문에 보는 금요일밤의 예능이 된 듯하다.

한편 <나 혼자 산다>처럼 1인가구의 삶을 보여주는 예능들은 그간 SBS <미운 우리 새끼>를 제외하고 그리 흥하지는 못했다. 사실 <미운 우리 새끼>는 1인가구보다는 그 1인가구를 지켜보는 부모님의 눈에 더 포커싱이 된 예능이라서 좀 색이 다르다. 하지만 그 외에 <나 혼자 산다>가 떠오르는 예능들은 그리 생명력이 길지 않았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 방영을 시작한 tvN <온앤오프>나 JTBC <독립만세>는 <나 혼자 산다>에서 한 걸음 더 나간 1인가구 예능처럼 보이는 장점들이 눈에 띈다.

일단 <온앤오프>는 1인가구를 비롯해 워킹맘 스타 등의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이다. <온앤오프>는 부캐와 본캐처럼 스타와 생활인 두 삶의 지점을 나누어 조명한다. 그렇기에 워킹맘 배우 한채아의 경우 배우와 육아 양쪽의 고민이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비단 스타 연예인 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인의 진짜 얼굴로 살 수가 없다. 그렇기에 사회적 자아와 진짜 자아와의 갈등과 화해를 담고 있는 <온앤오프>는 <나 혼자 산다>에는 없던 방식의 새로운 공감대가 만들어진다.
한편 <나 혼자 산다>처럼 1인가구 예능인 JTBC <독립만세>는 1인가구의 독립에 초점을 맞춘다. <나 혼자 산다>에도 처음 독립을 시도한 출연자들의 모습이 비춰지기는 했지만 그것이 메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독립만세>는 처음 독립을 시작한 이들의 집 나가면 고생 더하기 첫 독립의 설렘까지 보여주는 재미 포인트가 존재한다. 또 송은이, 재재, 악뮤 등 각기 다른 연령대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1인가구의 첫 시작을 장식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송은이는 처음 마당 있는 집의 꿈을 실현한다. 그리고 악동뮤지션의 쌍둥이남매는 각기 다른 개성으로 자기만의 독립생활을 꾸려나간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소소한 재미가 이 예능에는 있다.

이처럼 <나 혼자 산다>가 출연자들끼리의 티티카카에 멈춰 있는 사이 신규 예능들은 깊이를 담거나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 혼자 산다>에 채널이 맞춰지는 것은 역시 정 때문에. 하지만 어느 순간 시청자들이 우르르 정을 떼기로 마음먹는다면 <나 혼자 산다> 또한 한때의 해피투게더처럼 그저 추억 속의 예능으로 흘러갈지도 모르겠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MBC, tv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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