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타운’, 캐릭터 맛집 구축으로 이후가 더 기대되는 관찰 예능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JTBC <해방타운>은 또 하나의 관찰 예능이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절실한 기혼 셀럽들이 그동안 잊고 지냈던, 결혼 전의 ‘나’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허재, 이종혁, 장윤정, 윤혜진 등이 집을 떠나 오피스텔로 입주해 혼자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많은 관찰 프로그램들이 대세 예능 트렌드답게 TV를 채우고 있다. <해방타운>은 아직 높다하기 힘든 최고 3.1%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방송 시작 후 한 달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근래 런칭된 관찰 예능 중 주목해볼 만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방타운>은 JTBC가 앞서 방송한 <독립만세>의 기혼자 버전 같다. <독립만세>는 송은이 악동뮤지션 남매, 재재 등 솔로들이 부모나 친구와 거주하다 독립해 보는 콘셉트였다. 이런 독립 주제의 관찰 예능은 당연히 함께 살 때 하고 싶었지만 거주공동체의 평안을 위해 못해본 일들을 혼자가 돼 해보는 모습이 근간을 이룬다.

이에 더해 <독립만세>는 첫 독립생활의 서투름과 어려움을 재미의 주요 기제로 예능을 풀어갔다. <해방타운>도 비슷하다. 다만 독립생활 시작의 서툶은 평생 부모와 아내의 돌봄 속에 운동에만 집중해왔던 허재의 독점 아이템이 되다시피하고 있고 나머지 출연자들은 주로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쪽으로 방향이 맞춰져 있다.

<해방타운>의 출연자들은 각자 본가에서 홀로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캐리어에 챙겨 담아 오피스텔로 입주한 후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갈리는 솔로 라이프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입주해 캐리어를 푸는 순간에도 전직 발레리나이자 현 패션사업가인 윤혜진은 옷장을 먼저 챙기고 애주가인 장윤정은 술장고를 우선 정리한다.

솔로 생활 시작 직후는 허재가 큰 재미를 이끌었다. 밥을 처음 지어 먹어 보는 허재는 밥솥 사용이 서툴고 찌개 등 음식 만드는 과정에서 허둥대는 장면들이 농구선수 시절 코트에서 전지전능하던 모습과 대비돼 시청자들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생활인으로서는 모든 부분에 서툰 점에서 허재는 관찰 예능 최고의 출연자다. 인터넷뱅킹도 해본 적이 없어 OTP와 앱스토어라는 말도 못 알아듣는 난관을 극복해가며 간신히 사용법을 습득하고는 아들과 지인들에게 ‘인터넷뱅킹 별거 아니다’라는 큰소리 속에 용돈을 보내주는 과정도 흥미진진했다.

허재 외 다른 멤버들은 가족과 함께 있을 때 해볼 수 없던 일을 해보는 에피소드들을 위주로 방송을 채웠다. 젓가락질을 잘못하는 장윤정은 본가에서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도 젓가락을 썼지만 <해방타운>에 와서는 손으로 음식을 맘껏 먹는다. 역시 아이들 때문에 집에 놓기 어려웠던 술장고를 설치하고 캔맥주와 병맥주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채운다. 인삼주도 양껏 담가보고, 결국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관심이 있었던 최고급 오디오도 매장을 찾아 체험해본다. 유사한 캐릭터를 찾기 힘들 만큼 ‘리치하지만 서민적이고 털털’한 모습으로 많은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해방타운>의 강점은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각각 알차고 뚜렷해서 관찰 예능에서 뽑아낼 스토리가 남다르고 풍성하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허재와 장윤정이 개성 강한 캐릭터를 방송 초반부터 보여주고 있다면 이종혁은 서서히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그 또한 캐릭터 강자였음이 확인되고 있다.

이종혁의 경우 초반 혼자 됐을 때 해보고 싶었던 일로 오토바이를 구입해 타보기, 밴드 만들기 등을 할 때는 그다지 예능적인 재미가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친화력 최강에 밉지 않은 뻔뻔함이라는 캐릭터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재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인싸’ 생활로 만나는 사람들이 요청하기 전에 먼저 사인과 사진찍기를 제안하고 오피스텔 입주자들을 모아 식사를 대접하고 일일이 친분을 쌓는 등 다른 스타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 이어졌다.

처음 만난 일반인 집에 같이 가 밥을 먹고 금방 형동생이 되는 등 이종혁의 인싸 모습이 적극 부각되는 회차에 <해방타운>의 시청률도 의미 있게 상승했다. 이에 더해 집들이 온 후배 윤박에게 음식 만들기를 시키는 등 간간히 보이는 뻔뻔한 모습들도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윤혜진도 세련된 비주얼과 라이프 스타일에, 13일 방송에서 언급된 것처럼 반전 매력의 ‘빙구미’도 적당히 갖추고 있어 허재, 장윤정, 이종혁과 함께 <해방타운>의 일원이 될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결국 관찰 예능의 성공은 흥미로울 상황을 잘 설정해 출연자를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많은 스토리가 자연스레 샘솟는 캐릭터 강한 출연자의 섭외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해방타운>은 잘 보여주는 듯하다. <해방타운>이 방송을 거듭하면서 캐릭터 맛집 면모를 확고히 한 만큼 관찰 예능의 강자로 더 날아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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