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타운’, 과연 관찰예능의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또 한 편의 중장년 타깃 예능이 나왔다. <내가 나로 돌아가는 곳- 해방타운>은 얼마 전 종영한 <독립만세>에 이은 JTBC의 새 관찰예능 콘텐츠다. 앞선 <독립만세>가 2030세대 솔로 청춘에게 시선을 맞췄다면, <해방타운>은 그 이후의 생애주기를 다룬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절실한 기혼 셀럽인 허재, 장윤정, 이종혁, 윤혜진 등이 모처에 마련한 ‘해방타운’에 입주해 그동안 잊고 지냈던, 결혼 이전의 내 모습을 찾는 관찰 예능이다. 결혼을 하고 육아에 전념하면서 가족과 가정을 중심으로 누구의 남편이나 누구의 엄마로 살아온 세월에서 공감대와 재미를 찾는다. 하지만 시트콤 같은 부부 중심의 관찰예능이나 부부 관계를 주요 소재를 다루는 떼토크쇼 들과 달리 본인만의 특별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로망의 대리 만족에 초점을 맞춘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달콤함도 맛보고 행복을 누리지만 인생의 큰 변화를 마주한 만큼 그 이면에는 늘 그리움이나 인내가 축축하게 머물러 있기 마련이다. 많은 걸 포기하면서 결혼 이전과 이후 달라진 나, 육아를 하다보면 자신만의 물리적 시공간이 부족해지는 현실, 책임감이 덜하던 그 시절의 여유 등을 찾아보고자 한다.

관찰예능이지만 일상성보다는 기획된 이벤트에서 출발하는 만큼 버라이어티하게 준비했다. 장윤정은 워킹맘의 휴직, 이종혁은 버킷리스트 실천, 허재는 살림 도전 등 각자만의 스토리로 공감의 통로를 다양하게 만들고 볼거리를 다채롭게 만든다. 장윤정은 걸어 다니는 기업 수준의 슈퍼스타지만 육아 앞에서는 보편의 워킹맘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이들 없이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과 육아 휴가를 즐기고, 누구나 했을 법한 고민과 로망을 나눈다.

“모든 유부남이 나를 보면서 대리만족했으면 좋겠다”며 지향점을 밝힌 이종혁은 평소 아내의 반대로 인해 엄두를 못낸 오토바이 구매와 라이딩을 시작으로 야구, 게임, 캠핑, 골프, 스쿠버다이빙 등 그간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참아야 했던 버킷리스트에 도전한다. MBN <자연스럽게>에 이어 가족 관찰 예능에 다시 도전하는 허재는 이번 기회를 통해 손수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살림 꽝의 면모를 벗어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개인 시간을 보내는 이벤트 와중에 틈틈이 아내와 남편에게 연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허재의 경우 두 아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매주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입주민 회의에서는 장윤정·도경완 부부가 티격태격하면서도 금슬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끌어간다. 따로, 또 같이 모두 행복한 기혼 라이프다.

그런데 결혼을 행복하게 그리는 이 프로그램에서 대리 만족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이 많은 부분을 눈감아줘야 하는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연예인들이 방송을 위해 마련한 공간에서 일종의 일탈을 체험하는 이벤트가 시청자들의 로망이 되기까지 연결고리가 느슨하다. 딱히 출연자들에게 해방이 필요하게 느껴지지 않은 점도 그렇고, 장윤정의 친구 말처럼 가족을 떠나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하기란 일반적인 현실과 거리가 멀기에 근원적으로 해방타운의 설정이나 공간에 몰입하기에는 모종의 결심이 필요하다. 이종혁의 버킷리스트는 보편적 로망이라기보다 볼거리에 가깝고, 혼자 마트 가서 장보는 게 어색하고 밥통 소리에 깜짝 놀라는 허재가 보여주는 중년 남성의 짠함은 사실 이제 장르의 탬플릿에 가까운 볼거리다.

이처럼 기혼세대의 보편적 공감대를 노리는 기획이지만 <해방타운>은 현실논리를 벗어나 특수한 환경 속에서 로망을 펼친다는 점에서 교감과 전시 사이에 유격이 발생한다. 방송을 위해 만든 공간과 이야기다보니 일상을 전시한 시트콤이라 할 수 있는 관찰예능보다도 동떨어진 볼거리로 다가온다. 예전에도 조금씩 설정은 다르지만 XTM <맨케이브>(2011), MBN <폼나게 가자, 내멋대로>(2018), KBS <땅만 빌리지>(2020) 등 잠시 쉼표를 찍고 나를 찾자는 중년 콘텐츠와 그 감성이 깃든 기획은 있어왔다. 연예인들이 한 집에 모여 ‘실제로’ 산다는 설정도 SBS <룸메이트> 시리즈를 통해 실현된 적 있다. 그러나 관찰예능이 정립된 이래 일상성보다 이벤트에 방점이 찍힌 경우, 아직까지 대중적으로 크게 공명한 경우는 거의 없다. 공감을 추구하지만, 방송을 위한 인위적 환경과 현실의 격차가 대리만족을 느끼기에 너무 현실의 틀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재밌는 시트콤 같은 예능이지만 해방타운의 생활이 길어졌을 때도 설정의 진정성을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획 의도는 쉬이 공감이 가나 결국 일상성 대신 방송이니까 가능한 이벤트성 볼거리가 계속해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장년 콘텐츠라는 지향이 새로운 변수이긴 하나, 출연자들의 로망 구현이 기혼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지 미지수다. 과연 <해방타운>은 일상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일상 관찰예능의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을까. 관찰예능의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지켜볼 일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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