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테이너 전성시대, 스포츠 레전드가 예능을 점령하는 법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스포테이너 전성시대다. JTBC <뭉쳐야찬다 시즌2>(이하 <뭉찬2>)는 29일 방송분에도 새 멤버 충원을 위해 오디션을 진행했다. 트라이애슬론, 카바디, 씨름 등 비인기 종목을 알리기 위한 지원자들도 많았지만 은퇴 후 스포테이너로의 전직을 위해 지원한 프로야구 레전드 윤석민과 이대형같은 경우도 있었다.

운동선수들이 은퇴 후 지도자 길 외에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느낌이다. 예능 활동을 하는 스포테이너를 꿈꾸는 스포츠 레전드들이 대대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스포츠 소재 예능들이 대거 등장하고 <뭉찬> 시리즈와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등 큰 인기를 누리는 경우도 속속 생겨나자 이를 통해 예능감을 인정받은 선출(선수 출신)들이 일반 예능으로도 영역을 확장 중이다.

스포츠 레전드들이 지도자나 스포츠 행정가 등 본업의 연장선인 일보다 방송가로 뛰어드는 이유는 우선 몸과 정신이 망가질 정도로 피를 말리는 승부의 세계를 벗어나 스트레스가 덜 한 일을 찾고자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예능 셀럽이 되면 은퇴 후에도 잊기 힘든, 선수 시절 대중의 관심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이 있는 듯하다.

스포츠 스타가 예능에서 선호되는 현상은 이미 선수 활동으로 쌓인 스타성과 친근함을 갖추고 있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그러면서도 연예인보다 알려진 부분은 덜해 신선함도 갖고 있어 많이 노출된 전문 예능인들을 제치고 섭외가 이어지고 있다. 적당한 예능감만 확인되면 예능 몸값이 쉽게 치솟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스포테이너의 길도 만만치 않다. 수많은 스포츠 레전드들이 오래전부터 예능에 뛰어들고 있지만 선수 시절의 명성을 뗀, 순수한 예능 능력만으로도 섭외를 받을 수 있는, 전문 예능인 티어에 오른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예능인으로도 최고의 위치에 오른 강호동 외에는 한참 동안 선출 1급 예능인이 탄생하지 못했다. 박광덕, 추성훈, 송종국, 양준혁, 최현호, 이천수, 송가연 등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에 도전했지만 예능인을 위협할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경우를 반복하다가 최근 서장훈, 안정환, 김동현 정도가 전문 예능인 못지않은 활약을 보이는 사례로 자리 잡았다.

서장훈과 안정환은 입담 등 예능 개인기로 기본적인 웃음 창출이 가능한 데다 상황 정리와 부분 진행 등 보조 진행자로서도 활약이 가능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순수 예능인 톱티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맹활약 중이다. 김동현은 허세에 기반한 코믹한 상황을 잘 이끌어내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잘 구축해 스포츠 소재는 물론 일반 예능에서도 찾는 곳이 많은 상황이다.

이들 바로 아래 티어로는 허재, 박세리, 현주엽, 김연경, 김병현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박세리나 김연경은 전문 예능인으로의 도전 의지는 낮아 보이고 현주엽이나 김병현은 프로그램 전체에 고르게 웃음을 뽑아내기보다 순간순간 번뜩이는 조커 역할에 가까워 좀 더 지켜봐야 할 대상들이다.

그나마 허재가 스포츠 예능은 물론 일반 예능까지 고르게 활약하며 전문 예능인을 넘볼 만한 위치에 근접해가고 있다. 이밖에 코믹한 입담으로, 스포츠 레전드 출신 최고의 예능 치트키로 꼽히는 최용수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해설가 활동 등 본업에 가까운 활동에 좀 더 힘을 싣고 있고 예능은 부차적인 느낌으로 활동 중이라 전문 예능인 전환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스포츠 예능이 유행하면서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진출이 쉬워졌다. 그 과정에 스포츠 레전드들을 적당히 묶어 놓으면 시청자들의 반응이 일어날 줄 알았던 안이한 기획들도 여럿 있었다. 출연하는 스포츠 스타들도 망가질 마음가짐도 없이 적당히 우스갯소리만 하면 예능이 되는 것으로 여기는 듯한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하지만 예능 본격 데뷔였던 ‘소나기’에서 콧물을 그리고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망가진 강호동이 국민 MC에까지 올랐던 것처럼 스포테이너도 전력을 다해야 자리 잡을 수 있는 곳이 예능판임은 분명하다.

쿨하고 츤데레 캐릭터인 서장훈이나 안정환이 볼에 연지를 찍거나 무인도 생활에서 고통스러운 상황에 몸을 던지며 망가지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의 종목에서 후회가 안 남는, 한계를 넘어서는 노력을 해본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에 와서도 그 정신을 잊지 않아야 강호동, 서장훈, 안정환, 김동현처럼 예능인들에게도 인정받는 스포테이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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