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탁구나!’, 지금 강호동에게 필요한 건 예능보다는 스포츠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번엔 탁구다. 최근 전성기를 맞은 스포츠예능은 축구, 배드민턴, 골프 등 다양한 종목들을 소재로 끌어오고 있다. tvN 새 예능프로그램 <올 탁구나!>는 탁구를 소재로 가져왔다. 이미 과거 KBS <1박 2일>에서 했다 하면 레전드 영상이 나오곤 했던 마성의 스포츠. 작은 탁구테이블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승부욕에 불타는 선수들의 명장면이 가능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탁구라는 스포츠가 예능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건 KBS <우리동네 예체능>이었다. 당시에도 강호동이 함께 했던 이 스포츠예능에서 탁구는 초반 이 프로그램에 몰입하게 만들었던 종목이었다. 그 후에도 KBS <축구 야구 말구>에서도 박찬호와 이영표가 탁구로 대결하는 과정에서 유승민이 잠시 출연해 이 경기의 남다른 묘미를 전해준 바 있다.

<올 탁구나!>는 강호동과 은지원이 각각의 팀을 구성하고 서로 경쟁을 하고 이를 통해 감독을 맡은 유승민이 하나의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먼저 <올 탁구나!>는 강호동과 은지원이 시범적으로 벌이는 탁구 대결을 보여줬고 여기에 ‘12년만의 탁구 리벤지 매치’라는 타이틀을 걸었다. 이런 타이틀이 붙은 건 과거 <1박 2일> 시절 삭발을 걸고 세기의 탁구대결을 벌여 은지원이 실제 삭발을 하는 초유의(?) 레전드 대결의 전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1박2일> 시절의 탁구는 스포츠라기보다는 ‘복불복 대결’에 더 가까웠다. 이른바 ‘저질 탁구’로도 불렸던 당시 출연자들의 부족한 실력은 복불복 대결이 만들어내는 승부욕으로 대신 채워지곤 했다. 그렇다면 12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은지원은 최근 들어 탁구에 푹 빠졌다며 하루 11시간씩 탁구를 치기도 한다고 했다. 강호동은 과거 <우리동네 예체능> 시절에 탁구를 배우며 남다른 스포츠인으로서의 감각과 승부욕을 보여준 바 있다.

이들이 벌이는 12년만의 탁구 리벤지 매치는 강호동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그 승부는 박빙이었다. 중요한 건 유승민도 말했듯이 초반 다소 예능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했던 이들이 막상 경기에 들어서는 그래도 진지해졌다는 점이다. 물론 워낙 예능인으로서 오래도록 합을 맞춰온 두 사람인지라 예능이 빠질 수는 없었다. 강호동은 아쉽게 한 점을 내줄 때마다 스스로 자책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그런데 이런 예능인으로서의 모습과 스포츠에 대한 진심 사이에서 과연 강호동은 어떤 포지션에 더 중심을 둬야 할까.

과거 <1박2일> 시절에는 스포츠 자체보다는 웃음에 포인트를 맞춘 예능에 더 무게중심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포츠예능은 예능적인 면보다 스포츠 자체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나 JTBC <뭉쳐야 찬다> 같은 스포츠예능은 물론 예능적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긴 하지만 ‘진짜 축구 경기’와 심지어 부상 투혼까지 발휘하는 진심이 더해짐으로써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첫 발을 뗀 <올 탁구나!>는 과연 얼마나 이 탁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 무엇보다 강호동에 거는 기대감이 크지만, 동시에 드는 노파심도 분명히 존재한다. 과거 씨름의 레전드였고 그래서 스포츠에 누구보다 진심을 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간의 세월동안 강호동은 스포츠인이라기보다는 예능인으로서의 입지와 면모가 더 공고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제 탁구를 치면서도 웃음을 의식한 말과 행동들이 자연스러워졌다.

물론 웃음을 주려는 것이 자연스러운 예능인으로서의 모습일 수 있지만, 지금의 스포츠예능에서는 좀 더 스포츠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할 듯싶다. 오랜만에 스포츠인으로 돌아가 진검승부를 펼치는 모습이야말로 그의 또 다른 진가를 꺼내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것이 달라진 예능 트렌드에 적응하는 그의 또 하나의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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