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가 보여준 국대, 그 과정의 위대함(‘국대는 국대다’)

[엔터미디어=정덕현] “현정화는 현정화다.” MBN <국대는 국대다>에서 현정화와 한 판 승부를 끝낸 현역 탁구 국가대표 서효원 선수는 한 마디로 그렇게 표현했다. 은퇴한 지 27년 만에 탁구채를 들고 돌아온 현정화. 서효원 선수는 현역 국가대표였지만 레전드 현정화를 이길 수 없었다. 창과 방패, 박빙의 경기였지만 현정화는 2대 0으로 승리했다.

‘악바리’, ‘독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현정화였다. 이제 50대의 나이에 제 아무리 레전드라고 해도 현역 국가대표와 대결을 벌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준비기간 60일 동안 현정화가 보여준 모습은 그가 국가대표 시절부터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2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몸에 익어 있는 ‘노력의 흔적들’이 60일의 시간 동안 깨어나는 과정을 보여줘서다.

쉬지 않고 체력 훈련을 하고, 코치들과의 연습을 통해 옛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안간힘. 현정화는 집을 찾아온 김민아에게 가장 힘든 순간이 “팔이 너무 아픈데 훈련을 또 할 때”라고 했다. “선수 시절, 팔이 아프면 달리기를 하고, 엄청 근육통 계속 오고 팔 아프고 그런데도 할 수밖에 없는, 이걸 해내야 한다고 하면 난 약간 나를 그렇게 몰아치거든...”

그는 “선수 생활을 할 때는 그럴 수밖에 없다”며 국가대표 시절의 버거운 책임감에 대해 말했다. “어느 순간에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되게 많아진 거지.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 국민이야.” 실제로 현정화가 공개한 국가대표 시절 쓴 훈련일지는 그의 단단한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목표 : 올림픽 개인 단식 우승. 과정이 곧 결과다. 나를 이기지 못하고선 결코 남을 이길 수 없다.’ 그가 적어놓은 목표는 ‘세계 제패’와 ‘우승’이었다.

놀라운 건 88 서울올림픽 때 경기를 치르고 나서도 훈련일지에 그날의 경기에 대해 잘못된 점들을 써 놓은 부분이었다. 김민아는 그 훈련일지를 보고 나서 “어떤 마음을 살아오셨는지 정말 존경스럽다”고 마음을 전했다. 50대가 된 현정화에게는 여전히 스무 살 그 때의 현정화가 있었다. 그걸 깨워내기 위해 60일 간 매일 체육관을 찾아가 연습에 연습을 한 것이었다.

실제 치러진 경기는 놀랍게도 현정화의 2대 0 완승이었지만 그것은 현역 국가대표 선수이자 애제자를 이겼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늘 얘기했듯이 ‘현정화가 현정화를 이긴 것’이었다. 이 관전 포인트는 <국대는 국대다>가 앞으로도 레전드들의 도전을 통해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현역 선수들을 상대로 세우지만 사실상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건 레전드들이 스스로를 이겨내고 현역 국가대표 시절의 자신을 깨워내는 그 과정이 아닐까.

<국대는 국대다>는 그래서 현재 베이징에서 펼쳐지고 있는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기를 펼치는 국가대표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경기에서는 어떤 경우 몇 분 만에 승부가 끝나버리지만 그 짧은 순간을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국가대표의 과정을 견뎌왔을까. 현정화가 <국대는 국대다>를 통해 보여준 건 국가대표가 되어 세계 무대에 선 이들이 ‘스스로와 싸우며’ 겪었을 과정의 위대함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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