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는 국대다’, 레전드들의 도전을 시청자들이 더더욱 응원하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번엔 씨름의 전설 이만기다. 씨름 경기로 최고 시청률 67%, 천하장사 10회, 백두장사 18회, 한라장사 7회, 총 장사타이틀만 49개, 승률 84.9%, 한해 최고 승률 97%. 수치로만 봐도 당시 말 그대로의 레전드였다는 걸 실감하게 만드는 이만기 선수가 아닌가. 지난 회 탁구 레전드 현정화 선수의 도전으로 화제가 됐던 MBN 예능 <국대는 국대다>가 이번에는 이만기를 그 도전의 자리에 세웠다.
상대는 현역 최강의 태백장사 허선행 선수. 시청자들에게는 KBS <씨름의 희열>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선수다. 그는 이만기를 “범접할 수 없는” 분이라며 “레전드를 넘어서 신적인 존재”라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모래판 위에 올라서면 선후배가 없다며 항상 전쟁에 나간다 생각하는 말로 이번 대결에 임하는 남다른 자세를 드러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이만기와 허선행 선수는 벌써 나이 차만 36세다. 무려 세 바퀴 차이가 나는 띠 동갑. 게다가 현역으로 뛰고 있는 허선행 선수는 단연 체력이 앞설 수밖에 없다. 이만기는 씨름이 ‘역칠기삼’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힘이 없으면 기술을 쓸 수 없다는 이야기다. ‘기술 씨름’으로 천하를 제패했던 이만기라도 현역 허선행 선수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이만기는 본격 훈련에 들어가기 전 과거 씨름의 동반자였던 이승삼 장사를 찾아갔다. 선수로서도 또 감독으로서도 뛴 그에게 조언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 자리를 함께 한 어려서부터 씨름을 함께 했던 이희윤 장사는 이만기가 현역 선수와 씨름대결을 한다는 말에 불쑥 “참 정신 나간 소리를 한다”고 했다. “나이 환갑 돼 가지고” 하는 도전이 불가능하게 보인 것.
하지만 이승삼 장사는 생각이 달랐다. 어떤 선수와 할 것인가에 따라 이만기가 이길 확률도 있을 거라는 것. 하지만 그 역시 상대가 허선행 선수라는 이야기에 “버거운 상대”라는 걸 인정했다. 워낙 친해서 하는 말일 테지만 이희윤 장사는 “너 진짜 할라고?” “쇼로?” 하고 계속 믿기지 않는다는 질문을 던졌지만, 이만기는 진지했다.

반응은 아들도 다르지 않았다.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남다른 골격과 체력으로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아들은 아버지의 도전에 먼저 “다칠 것”을 걱정했고, “아직 청춘”이라는 이만기의 말에 “낼 모레 환갑”이라며 “실버타운 들여보낼라고 준비하고 있는데” 경기는 무슨 경기냐고 만류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과 달리, 아들을 1.8초 만에 눕혀버리는 이만기. 역시 레전드는 레전드였다.
과연 이만기는 현역 태백장사인 허선행 선수와의 대결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을까. 사실 지난 현정화가 현역 국가대표인 서효원 선수와 탁구 대결을 벌일 때도 과연 레전드라고 해도 현역을 이길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컸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2대 0으로 승리한 현정화는 이 프로그램 제목에 걸맞게 역시 ‘국대는 국대’라는 걸 입증해 보여줬다. 그래서일까. 이번 이만기의 도전 역시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국대는 국대다>는 과거 레전드들을 소환해 현역 선수들과의 대결을 벌임으로써 그저 과거의 추억 속이 아니라 노력을 통해 현재도 건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레전드들의 대결이라는 흥미로운 지점을 재미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현정화나 이만기를 통해 ‘시간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는 가능성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중장년의 시청자들이라면 그래서 이들에 몰입하며 응원하는 마음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응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승패가 뭐가 중요하랴. 그것보다는 이제 환갑을 앞두고 있는 나이에도 여전히 도전할 수 있다는 그 패기만으로도 충분할 테니 말이다. 어쨌든 <국대는 국대다>는 최근 스포츠 예능 전성시대에 스포츠에 향수와 더불어 어떤 응원과 위로까지 더해 넣은 기획으로 특별한 감흥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 도전하는 레전드들을 그 때처럼 응원하게 되는 프로그램이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