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초에 마련된 흥미로운 예능 관전 포인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022년의 방송 예능은 다시 한 번 스포츠로 대동단결이다. 지난해 봄 우후죽순 생겨난 골프예능이 좋은 기록을 거두진 못했지만, 팬데믹의 장기화와 그런 와중에 대기 중인 대형 스포츠 이벤트들에 대한 기대감, 확실한 성공 사례들이 겹치면서 2월 안에 런칭할 스포츠예능이 대략 6~7편이나 된다. 게다가 <구라철>을 비롯해 유튜브에서도 스포츠선수 출신 방송인들의 활약이 확대되고 있다. 다인원 촬영이긴 하나 통제된 환경에서 촬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팬데믹 시대에 어울리기도 하고, 이런 흐름 속에 쿡방의 시대에 탄생한 스타셰프들이나 관찰예능 시대 예능으로 넘어온 배우들처럼 스포츠 스타들의 방송 진출 문호는 더욱 열릴 전망이다.

올해 찾아올 스포츠예능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은퇴한 추억의 스타들을 적극적으로 내세워 추억 소환을 주요한 정서로 삼고 있단 점이다. KBS2의 새 수요예능 <우리끼리 작전타임>은 대를 이어 운동을 하는 스포츠 스타 가족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예능으로 유남규, 여홍철, 이종범이 운동장과 훈련장 밖 가족의 모습을 공개했다. 그보다 앞서 10일 방송을 시작한 채널A <슈퍼 DNA 피는 못 속여>도 MC 강호동에다 김병현, 이동국, 이형택, 남현희, 조원희 등 왕년의 스포츠 스타들이 출연하는 스포츠 스타 2세들에 관한 관찰예능이다.

지난 11일 JTBC <뭉찬>과 <뭉쏜>의 세계관 속에서 탄생한 <전설체전>은 제목 그대로 각 종목별 전설들이 총 8개 팀을 이뤄, 풋살을 시작해 다양한 종목으로 대결을 펼치는 예능이다.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다음달 5일 방송을 앞두고 있는 MBN <국대는 국대다> 또한 과거의 국가대표 스타들이 현역 국가대표와 맞대결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또한 1월 31일 첫 방송이 예정되어 있는 강호동, 은지원 콤비의 tvN <올 탁구나!>에서는 국가대표 출신 유승민이 감독으로 함께한다.

그런데 면면을 살펴보면 간혹 신선한 인물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레전드들이 이미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놀라움이나 반가움보다는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즉, 오늘날 스포츠예능은 팬데믹과 <골때녀>의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나타난 흐름이지만, 시청자 고령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스포츠예능이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두 번째는 성장 드라마와 성취라는 시대정신이다. <우리끼리 작전타임> 박은희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스포츠는 도전과 열정, 집념의 집약체다. 그런 터프한 정글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리고 살아남은 스포츠 스타들에게 많은 시청자들이 호응하는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했다. 개인의 각자도생이 필수가 된 오늘날, 의미 있는 접근이다. 운동을 전혀 못하던 사람이 짧은 기간에 노력해서 만드는 성취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쌓아온 분투와 스스로 더 나아지고 싶다는 주체적인 의지가 직관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꾸밈이나 조절 없이 순도 100%의 진정성이 내 안에서 무언가 끌어 오르는 힘을 만들어낸다. 이영표의 말 그대로 <골때녀>는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진지해서 재밌는 거다.

최근 가장 핫한 예능을 분해해보면 결국 어떤 인물이 발견되고 성장하는 스토리다.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는 성장 스토리의 서사와 감동이 진정성 있게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다음달 15일 방영예정인 JTBC 새 농구예능 <언니들이 뛴다-마녀체력 농구부>가 기대를 모은다. 송은이를 주축으로 운동을 멀리했던 운동꽝 언니들의 생활체육 도전기를 그린다고 하니 과거 KBS2 <우리 동네 예체능>의 여성판에 가깝다. MBC는 이번 설 연휴에 컬링을 소재로 한 <얼음과 돌의 노래 컬링퀸즈>를 내놓는다. 남다른 운동 신경과 연륜으로 무장한 여배우팀, 승부의 세계에서 치열하게 다퉈온 전 국가대표 출신이 모인 국대팀, 타고난 배틀 우먼 파이터 댄서팀, 세계를 제패한 골프 여제들로 구성된 골프팀, 베테랑 야구 여신들의 아나운서팀 등이 출연하는데, 여기까지만 봐도 두 프로그램 모두 <골때녀>에서 많은 부분 착안했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종목을 다루는 스포츠예능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보기 드문 요즘, 우후죽순 쏟아지는 스포츠예능이 지난해 골프예능의 전철을 밟진 않을지 염려도 존재한다. 우선 등장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새로운 경향이라고 하기엔 너무 익숙한 기존에 봐온 인물들이고 이렇게 저렇게 겹친다는 점에서 폭발력을 보장하기 어렵다. 또한 몇몇 프로그램들은 시간을 두고 쌓아가는 성장 서사를 보여주기에 장르나 빌드업의 설계가 다소 거리가 먼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끼리 작전타임> 같은 경우 김성주와 박세리를 섭외해 스튜디오 토크도 만드는 등 관찰예능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작법은 예능보다는 휴먼다큐에 더 가깝다. 강도 높은 훈련, 부상 등을 너무나 뻔한 방식으로 음악을 깔고, 감정을 고조하는 모먼트로 활용한다. 부녀대결, 요리대결 등 초반부터 너무 이벤트성 콘텐츠를 펼친다. 관찰예능은 자고로 좋은 사람임을 은은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이 부분은 딱히 포인트로 잡고가지 않는다.

새로운 트렌드라고 하기엔 익숙한 얼굴이 너무 겹치고, 너무나 무엇을 할지 훤히 보이는 투명함이 두드러진다. 여기저기서 비슷한 캐스팅과 스토리텔링의 스포츠예능을 선보이니 식상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팬데믹의 시대 스포츠예능은 <골때녀>의 킥오프를 시작으로 여행예능처럼 하나의 장르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방송가의 하나의 구세주로 떠오를 수 있을지, 2022년을 정의하는 예능 트렌드가 될지, 연초에 마련된 흥미로운 예능 관전 포인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KBS,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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