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인가? 지병 자랑 오합지졸이라 더 기대되는 도전(‘마녀체력 농구부’)

[엔터미디어=정덕현] 역설적인 제목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JTBC 예능 <마녀체력 농구부>에서 ‘마녀체력’이 의미하는 건 엄청난 체력이 아니라, 도저히 농구를 할 수나 있을까 싶은 ‘저질체력’이었다. 그 얼얼한 뒤통수를 첫 회 <뭉쳐야 쏜다2>를 찍는 줄 알고 온 현주엽과 문경은 그리고 정형돈이 제대로 경험했다. 애초 윤경신이나 이동국 같은 에이스를 기대했던 그들 앞에 나타난 건, 송은이와 장도연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녀체력 농구부>는 기존의 스포츠 예능들이 보여줬던 서사와는 사뭇 다른 지점에서 시작했다. 보통은 출연자들을 면면만으로도 어떤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들어 향후 이들이 보여줄 경기와 성장과정에 기대를 높이는 방식의 서사를 그리곤 하지만, <마녀체력 농구부>는 오히려 갖고 있던 기대를 하나씩 꺾어 한껏 낮춰 놓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러한 서사의 전조는 먼저 찾아와 허재 대신 자신이 감독이 된 줄 알고 호들갑을 떠는 현주엽과 그런 그를 한껏 부추기는 정형돈의 모습에서부터 엿보였다. 결국 나타난 문경은이 실제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금세 코치로 자신을 낮추는 현주엽의 모습에서 웃음을 준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한껏 현주엽과 문경은이 윤경신, 이동국 같은 인물들로 꾸려질 팀에 대한 구상을 할 때 그 기대감을 무너뜨리며 등장한 송은이로 인해 서로 황당해하고 당황하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이어나갔다.

송은이가 ‘매니저’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여전히 기대를 꺾지 않는 그들 앞에 장도연이 등장하고, 그 후로 허니제이, 옥자연, 임수향, 고수희, 박선영, 별이 차례차례 등장하면서 문경은과 현주엽은 포기했다가 현실을 받아들였다가 또 헛웃음을 터트리는 ‘실성(?)’한 얼굴이 되어갔다. 하지불안증이 있다는 송은이의 이야기에 이어, 몸치라는 장도연, 천식을 갖고 있다는 허니제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수희, 스포츠 아나운서로 활동했지만 실제 운동은 꽝이라는 박선영, 육아로 손목 터널 증후군이라는 별 등등... 첫 대면의 시간은 ‘지병 자랑’의 시간이 됐다.

농구로 모인 것만 아니면 최고 조합 멤버라며 즐거워하는 여성 출연자들과 달리, 앞날이 캄캄함을 느껴 점점 사색이 되어가는 남성 출연자들이 대비를 이루면서 주는 웃음. 한껏 빼버린 기대감에도 버스로 이동 중에도 수다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워하는 이 오합지졸 농구팀은 그러나 기습적인 첫 평가전을 한다는 이야기에 긴장했다. 하지만 그 긴장도 상대가 초등학교 저학년 팀이라는데 잠시 풀어졌다. 너무 귀여운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코 얕잡아볼 팀이 아니라는 게 다음 회 예고에서 슬쩍 드러났다. 또한 이 만만찮은 상대팀과 맞붙으며 점점 장난기 사라진 모습을 보이는 출연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마녀체력 농구부>는 최근 특히 주목받는 여성들이 출연하는 스포츠 예능 전성시대에 새롭게 런칭된 프로그램이지만, 시작부터 한껏 낮춰놓은 눈높이로 차별적인 관전 포인트를 만들었다. 만만찮은 실력을 가진 동호회들과의 대등한 실력을 겨루는 그런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농구 자체가 초보이고 낯선 출연자들이 그 스포츠 자체의 매력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겠다는 취지를 드러낸 것.

승패보다는 건강한 운동을 목표로 하는 생활체육을 지향한다는 관점은 왜 이들이 첫 등장부터 ‘지병 자랑’을 늘어놨는가의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들은 농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얼마나 건강해질 수 있고 또한 색다른 즐거움과 경험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굉장한 기량을 키워 우승하겠다는 식의 목표를 주로 내세우곤 하는 여타의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들과는 사뭇 다른 이 선택은 그래서 오히려 평범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면이 있다. 그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포츠의 세계, 즉 생활체육으로서의 스포츠에 대한 친절한 접근방식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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