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체력 농구부’, 그저 그런 스포츠만화처럼 끝나지 않으려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 <마녀체력 농구부>는 최근 가장 흥미롭게 즐겨보는 예능이다. 여성서사를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예능의 부흥에다가 1990년대의 감수성과 미국에서는 가장 힙한 스포츠인 농구가 결합했기에 화제성도 높다. 그러나 시청률은 이런 개인적인 흥미나 기대감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1회 3%대의 준수한 성적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2%대로 떨어지더니 4회는 1.8%까지 내려앉았다.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농구에 애정을 갖고 있는 시청자가 아니라면 지금까지 방송분에서 농구의 매력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뭉쳐야 쏜다> 제작팀의 우산에서 만들어진 만큼, 대부분의 설정이 <뭉쏜>의 코드라인을 그대로 따라간다. 농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선수진과 이들을 못 미덥지만 귀엽게 바라보는 농구대잔치 세대 레전드 코치진이 만나면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오합지졸 초심자들이 하나의 팀으로 또 개인적으로 발전해나갈 성장 드라마다.

<뭉쏜2>라고 알고 온 현주엽과 문경은 앞에 154cm의 50대 여성 송은이의 등장으로 시작해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고, 어쩌다보니 출연해서 농구공을 처음 만져보는 ‘운동꽝’ 초짜들의 엉망진창 몸놀림으로 웃음을 터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 덕분에 늘 조연과 감초 역할을 맡았던 장도연이 웃음벨을 누르는 몸개그를 선보이며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첫 경기는 유소년 최강팀이긴 하지만 초등부와 경기를 하고 자체 3대3게임이나 이제 구력 4개월 차의 동아리와 맞붙으면서 출연진들이 어느 정도로 순백의 초심자인지 보여준다. 골이 깊어야 산이 높은 이치처럼 코치진의 절망이 클수록 성장 스토리가 드라마틱해진 것은 이해하지만, <뭉쏜>에서 멤버만 달라졌을 뿐 어떤 볼거리와 이야기가 나올지 이미 다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 <뭉쏜> 출연진들은 워낙에 훌륭한 피지컬과 체력, 운동신경과 승부욕을 갖고 있다 보니 개인 훈련 등을 통해 너무 큰 보폭으로 성장하면서 서사가 금세 싱거워진 바가 있다. 반면 <마녀체력 농구부>는 잘해내야 한다는 압박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을 떠나서 생활체육으로 즐긴다는 콘셉트가 경쾌하고 밝긴 하지만 방송과 방송 사이 특별한 성장의 테가 보이진 않는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마일드스톤이 생긴 이 시점에서 스포츠를 한 가지 예능 소재로 바라보지 않는 진지하고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일종의 방송 안에서만 머무르는 구식 버전인 셈이다. 아무리 생활체육을 내세웠다고 하더라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드는 농구의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진정성 있는 승부든, 즐기는 데 주안점을 두든 농구라는 스포츠가 어떤 재미가 있는지,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다가가야 한다.

그동안 농구 예능이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깊은 애정을 내비치는 것과 달리 농구에 대해 피상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이해도가 떨어지는 설정이나 1990년대에서 벗어나서는 새로운 이야기를 담을 능력과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뭉쏜>도 좋았던 처음의 기세가 꺾이자 결국 90년대 농구대잔치라는 추억의 답습에 그치며 무척 찝찝하게 마무리된 바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8일 4회 차의 게임에서는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다. 농구에 대한 사전 이해도가 아예 없고, 여자 농구의 저변이 워낙 척박하다보니 공수 자체가 헷갈리는 수준이라 농구의 볼거리랄 것이 없었고, 상대팀이 ‘넘사벽’으로 보이는 언더독 성장 스토리 역시 그려지지 않지만, 선수들의 열정과 문경은 감독의 눈높이의 만남은 한국 농구 콘텐츠에서 보기 드문 긍정적인 에너지였다.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농구 상식을 전달하려는 정형돈의 노력도 눈여겨 볼 요소다.

그런데 <마녀체력 농구부>는 여성 스포츠 예능의 오늘을 있게 만든 진정성의 추구라는 레퍼런스를 의도적으로 피해서 가고 있다. (관성이 아니라 믿자.) 그렇다면 왜 지금 언니들이 농구를 하는지에 대한 시대정신을 담을 새로운 그릇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방향과 선택이 있겠지만 이제 막 여자농구 동호회가 활성화되는 분위기라든가 일반적으로 여자들이 농구하기 어려운 환경, 용품에 대한 접근 등의 공감대나 여자 농구 지도자들, 최근 활발히 활동하는 일반인들과 호흡하는 스킬트레이너들이 등장해 ‘농구’가 아니라 ‘여자농구’에 초점을 맞춰볼 수도 있을 것이다. 90년대, 농구, 여자스포츠를 그냥 더해놓기만 해서는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 몸개그 향연이 펼쳐지는 농구 경기가 한두 편 더 이어지고, 그 안에서 익숙한 방식의 성장 서사가 전개된다면 진정성 있는 승부를 이미 경험한 시청자들에게 오합지졸들의 성장기는 뻔하고 밋밋한 그저 그런 스포츠만화처럼 보일 수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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