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는 과연 시청자들 마음을 다시 붙잡을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골 때리는 그녀들>을 아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들께 득점 순서 편집으로 실망을 안겨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는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예능답게 출연지들의 열정과 성장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은 이러한 공식 사과문과 함께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또한 경기 캐스터로 참여하는 배성재와 이수근도 본방송에 앞서 사과와 더불어 “믿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고, 특히 재발방지를 위해 시청자들이 요구했던 전후반 진영교체와 중앙 점수판 설치, 경기감독관 입회, 홈페이지를 통한 경기 주요 기록 공개 등을 약속했다.

특히 “땀 흘리고 고군분투하며 경기에 임하는 선수 및 감독님들, 진행자들, 스태프들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편집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지점은 이번 논란의 가장 뼈아픈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제작진의 과욕에 의해 생긴 문제로 자칫 그 불똥이 진심을 다한 선수들과 감독들에게까지 튈 수도 있는 여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논란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재개한 <골 때리는 그녀들>이 다시 실망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사실 사과나 약속 같은 말만으로는 신뢰 회복이 쉽지는 않다. 특히 제작진의 책임이 큰 이번 사태로 인해 결국 CP가 박성훈 PD로 교체되고 이승훈 PD도 하차했지만, 여전히 기존 제작진으로 채워진 점은 시청자들에게는 여전히 찜찜한 구석을 남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 때리는 그녀들>에게 ‘미워도 다시 한 번’의 기회처럼 보이는 건 진짜 열정을 다해 뛰는 선수와 감독들에서 전해지는 진심이다. 이날 재개된 방송은 논란 이전에 치러졌던 FC 액셔니스타와 FC 원더우먼의 경기를 보여줬는데,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과 감독들의 모습이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 그리고 실제로 보여주는 경기를 통해 급성장한 선수들의 면면들은 논란이 결코 폄훼할 수 없는 땀과 눈물의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양 팀 모두 어떻게든 1승을 해야만 하는 상황. FC 원더우먼은 시범경기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정반대로 연패를 거듭하고 있어 1승이 더 간절한 상황이었다. 몸싸움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이천수 감독의 요구에 따라 연습을 해온 FC 원더우먼 선수들은 실전에서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발재간이 뛰어난 송소희가 몸싸움까지 아끼지 않고 부딪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결국 최여진과 정혜인의 투톱이 맹활약한 FC 액셔니스타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무려 3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달성한 정혜인은 힘을 뺀 차분한 슈팅으로 확실한 골 결정력을 보였고, 열정적인 주장 최여진과의 콤비 플레이를 선보였다. 특히 정혜인이 공을 찰 때마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편안하게, 긴장하지 말고, 평소대로.”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되뇌며 의식적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축구를 잘 하고 싶은 진심을 갖고 있는가가 엿보였다.

3대0으로 이기고 있는 와중에도 끝까지 밀어붙여 송소희의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최여진은 키커로 선 정혜인에게 다가가 만약에 튕겨져 나오면 세컨볼을 자신이 대비하겠다는 말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후 “앞으로 뻗는다고 생각하고 그냥 후려 갈겨버려!”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이런 장면은 이들이 점수 차와 상관없이 얼마나 승부에 진심인가를 잘 드러내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경기를 마음대로 편집해 조작 연출한 <골 때리는 그녀들>이 시청자들에게 준 실망감은 결코 쉽게 사라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여전히 붙잡는 건 다름 아닌 선수들이다. 시즌1과 비교해 봐도 너무나 빠르게 급성장한 시즌2의 선수들 모습은 그 어떤 편집으로도 조작될 수 없는 진짜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이 있어 <골 때리는 그녀들>에게는 적어도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과와 약속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전제하에.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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