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성장한 ‘골때녀’, 선수들의 성장에 명승부도 속출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 보여준 FC구척장신과 FC개벤져스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시작 전부터 남달랐다. 그 이유는 이번 시즌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두 팀이고 단 한 차례도지지 않은 2승 전승을 기록한 두 팀인데다, 파일럿 첫 경기를 이 두 팀이 치른 전적이 있어서다. 당시 첫 경기에서는 FC개벤져스가 한 골을 넣어 1대 0으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그래서 <골 때리는 그녀들>은 이 두 팀의 대결을 프리메라리가 최대 라이벌인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에 빗대며 전통의 승부 ‘개구라시코’라 지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두 팀의 대결이 진짜 흥미진진하게 다가온 건 시즌1에 비해 엄청나게 성장한 두 팀과 팀원들의 실력 때문이다. FC개벤져스는 오나미가 발군의 실력을 갖고는 있었지만 안영미, 조혜련 등등 부상이 속출하면서 최종 토너먼트전에는 아예 들지도 못하고 탈락하는 부진을 겪었다. 부상이 많다는 건 의욕에 비해 몸이 따라주지 않은 이들의 현실을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FC구척장신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이현이는 볼을 제대로 잡고 차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자책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즌2로 오면서 이들은 급성장해 있었다. 그간의 피나는 연습의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는 실력의 향상이 두드러졌다. FC개벤져스는 오나미의 빠른 볼 재간에 김승혜의 돌파력, 김혜선의 체력을 기반으로 해서 더 많이 뛰는 축구에 김민경의 대포알 슛, 이은형의 좋은 위치 선정을 통한 골에 조혜련의 슈퍼세이브까지 더해지면서 시즌2 전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FC탑걸과의 지난 경기에서는 정확한 패스를 통해 골까지 연결하는 ‘빌드업 플레이’를 선보여 이 팀이 얼마나 조직력을 갖췄는가를 보여줬다.
FC구척장신은 악바리가 되어 돌아온 이현이 주장의 날카로운 공격력과 집중력이 빛을 발하면서 팀의 성장을 견인했다. 이번 시즌 최다골을 기록한 이현이는 지난 FC아나콘다와의 경기에서도 두 골을 기록했고, 여기에 차미네이터 차수민의 막강한 수비와 김진경과 송해나의 정확하고 강한 슈팅 능력이 더해졌고 무엇보다 거미손 아이린의 골키핑 능력도 만만찮았다.

이렇게 급성장해 돌아온 두 팀의 경기는 말 그대로 명승부였다. 전반전 강한 전방 압박으로 경기를 주도한 FC구척장신은 패널티킥을 얻어냈다. 하지만 이현이는 명불허전 조해태 조혜련의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골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렇지만 이현이의 집중력이 결국 조혜련의 골문을 열었다. 전반 6분 정확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한 것. 여기서 더 몰아친 FC구척장신은 또다시 골이 거의 라인에 걸쳐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순간을 맞이했지만 VAR 판정 결과 노골 선언이 되는 아쉬움을 겪었다.
이대로 FC구척장신의 흐름대로 흘러갈 거라 여겨졌지만 후반전에 이르러 FC개벤져스의 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3분 오나미가 동점골을 기록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더니 후반8분 김혜선이 극적인 역전골을 터트린 것. 하지만 이현이는 종료 1분을 남겨 놓고 또다시 동점골을 기록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조혜련의 철벽 수비로 FC개벤져스가 승리했지만 두 팀 모두 더할 나위 없는 명승부를 보여줬다.

시즌1 FC구척장신의 악바리 주장이었던 한혜진이 경기를 관전하며 선수들이 뛰는 모습에 먹먹해져 울먹였던 장면은 이날의 경기가 주는 감흥을 잘 설명해준다.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성장한 선수들. 그리고 그 뒤에 있었을 피나는 노력이 그들의 달라진 모습에서 읽혀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수들이나 그날 경기를 관전한 타팀 선수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똑같이 느껴진 감정이었다.
언젠가부터 <골 때리는 그녀들>의 그녀들이 축구공 하나를 놓고 집중하며 남다른 승부욕을 보이는 모습들이 ‘멋지게’ 보인다. 런웨이를 걷는 모습이나 무대에서 관객들을 웃기는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축구에 진심인 모습만으로 또 다른 ‘멋짐’이 가능하다는 것. 시간과 노력이 더해져 묻어나는 이들의 성장. <골 때리는 그녀들>이 시즌2에 속출하고 있는 멋진 명승부들은 여기서 비롯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