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 펄펄 난 개그우먼들, 축구가 끄집어낸 또 다른 매력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은 어제 프러포즈를 받았거든요. 그랬는데 진짜 그 생각했어요. 제가 골을 넣으면 나도 프러포즈를 해야겠다.. 그 생각으로, 괜히 못 넣으면 다시 그냥 그대로 가야되니까. 제가 진짜로 골을 넣고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어서...”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경기를 앞둔 FC개벤져스의 오나미의 얼굴을 떨림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프러포즈를 받아 자신도 골 세리머니를 통해 마음을 전하겠다는 것. 하지만 골을 넣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이벤트였다.

그래서였을까. 경기 중 오나미의 몸은 가벼워 보였다. 본래부터 빠른 스피드와 남다른 발재간으로 상대방의 골문을 위협했던 스트라이커였지만 지난 시즌에는 부상이 겹쳐 벤치를 지키며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던 그였다. 부상 때문에 출전을 못하게 했지만 끝까지 할 수 있다 고집할 정도로 오나미의 축구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었다.

전반전 2분 0대 0 상황에서 김승혜에게 볼을 건네받은 오나미는 놀랍게도 골 방향을 틀어 두 명의 수비수를 제친 후 가볍게 오른발로 슈팅을 해 골문을 뚫었다. 팽팽했던 FC개벤져스와 FC탑걸 경기의 균형을 무너뜨린 첫 골. 오나미는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 경기복을 들춰 ‘박민♥ 나랑 결혼하자’라는 프러포즈 세리모니를 했다.

그 후로 잠시 팽팽했던 균형은 김혜선의 기습적인 슈팅으로 얻은 골에 의해 또다시 깨졌다. 그리고 이후에도 오나미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김민경과 단 번에 골문 앞에서 볼을 이어받는 위협적인 상황도 만들었고, 결국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상대 골키퍼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후 김민경이 골대 쪽으로 찬 볼을 김승혜가 차 추가골을 만들었고, 김혜선이 나가고 출장한 이은형도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터닝슛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이은형을 위해 응원 온 남편 강재준은 데뷔골에 경기장에 난입해 격정의 프렌치키스를 하는 등 훌리건으로 퇴장 조치되는 해프닝을 만들었다. 그리고 오나미가 또 다시 골문 앞에서 볼을 이어받아 골을 넣음으로써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특히 그 마지막 골은 김민경에서 김승혜로 그리고 오나미로 이어지는 정확한 패스에 의한 골로 애초 경기 전부터 김병지 감독이 얘기했던 ‘빌드업 플레이’의 모범을 보여준 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우리에게는 주로 웃음을 주는 사람들로 각인된 개그우먼들이다. 그래서 웃음을 주기 위해 이들은 무대 위에서 자신을 무너뜨리는 일에 익숙하다. 때론 우스꽝스런 분장을 하고 때론 망가지는 모습도 마다치 않는다. 특히 개그맨들 속에서 여성들인 개그우먼들이 설 자리가 한동안 많지 않았던 그들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축구공 하나를 갖고 한데 모인 FC개벤져스가 축구장에서 보여주는 진심 가득한 모습들은 그 감회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특히 FC개벤져스는 지난 시즌에서 보였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부상투혼을 벌일 만큼 아쉬움을 남겼던 팀이다. 특히 오나미는 부상에도 뛰고 싶은 마음에 벤치에서 눈물을 흘리곤 했다. 하지만 경기 전부터 “너 울 거야 안 울 거야?”라고 김민경이 팀원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하고, 주장인 조혜련이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뛰라며 각오를 다지는 모습은 개그 무대에서는 보지 못했던 개그우먼들의 또 다른 모습이다.

특히 특별한 골 세리머니를 통해 사랑에도 골인한 오나미와 남다른 부부애를 드러낸 이은형의 모습까지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프로그램이어서 가능한 장면들은 스포츠와 예능의 적절한 접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축구도 사랑도 골인한 개그우먼들의 새로운 매력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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