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2’, 열정에다 실력까지...스포츠 예능 지존 향한 성장기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2(이하 <골때녀2>)가 본격적인 리그전에 돌입했다. 지난 10월 ‘절대자’ 박선영이 이끄는 FC불나방 우승으로 첫 시즌을 마치고 곧바로 시즌2가 시작됐다. 두 달간 새롭게 합류한 3팀 FC원더우먼, FC아나콘다, FC탑걸간의 경기를 통한 멤버와 팀전력 소개 기간을 가진 후 시즌1 팀들과 본격 대결이 시작되는 리그전이 마침내 시작됐다.

리그전은 지난 시즌 하위 3팀과 새롭게 합류한 3팀이 맞붙어 상위 3팀을 가린다. 그리고 이 3팀이 다시 지난 시즌 상위 3팀과 리그전을 벌여 최종 우승팀을 만나는 방식이다. 새롭게 합류한 FC원더우먼은 다양한 분야의 연예인으로, FC아나콘다는 아나운서, FC탑걸은 아이돌 출신들로 이뤄져 있다.

<골때녀> 시즌1은 최고 10%를 넘고(이하 닐슨코리아), 평균 6~7%를 오가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시작부터 성공이 예상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뭉쳐야 찬다> 등으로 기세가 오르고 있는 스포츠 예능의 트렌드를 따랐지만 여자 축구라는 마이너한 스포츠 장르를 택해 좋은 결과에 대한 확신이 쉽지 않았다.

역시나 여성들이 처음 축구를 접하는 모습은 서툴렀고 기술적으로 눈을 즐겁게 할 수준이 아니었다. 가벼운 몸개그로 채워질 것을 예상하며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몸개그는 보기 힘들었고 오히려 온 몸을 던지며 승부에 진심인 진정성, 그리고 녹화 외에도 개인 시간을 바쳐 연습하고 노력하는 출연자들의 집단 열정이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경기 중에 잦은 실수와 우당탕탕 몰려다니는 완성도 낮은 플레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시청자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승리에 대한 갈망, 동료들과 함께 하는 팀플레이 정신 등 스포츠의 매력에 흠뻑 빠진 출연자들은 좀처럼 TV 프로그램에서 만나기 힘든 진심과 열정을 화면 밖으로 뿜어냈고 이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시즌2 리그전에서도 이런 열정과의 재회만을 기다리던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다. 좀 못해도 상관없던 축구 수준이 급상승해 기술적으로도 볼거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열정도 여전한 상황에서 특별히 기대 안 했던 축구 능력마저 상승하자 시청자 반응은 마치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보는 듯 뜨겁게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을 달궜다.

최근 방송에서 FC액셔니스타와 리그 개막 경기를 벌인 FC개벤저스의 김혜선은 수비수 사이를 가르는 스루 패스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이 결승골의 주인공인 오나미도 이날 기록한 두 골 모두 프로 선수들이 보여주는 깔끔한 마무리로 경기 수준을 높였다.

FC액셔니스타의 최여진과 정혜인은 전문 선수들이 경기 중 보여주는 날카로운 킥들을 경기 내내 선보이며 상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최여진은 양발은 수준급으로 쓰는 능력도 보여줬다. FC액셔니스타에서 2골을 혼자 넣으며 경기가 가장 재미있다는 3대 2 펠레 스코어로 짜릿하게 이끈 이혜정의 헤더골은 백미였다.

낮은 궤적에 빠르게 날라오는 크로스를 이마로 정확하게 받아 넣어 골문을 가르는 모습은 고난도 기술이 구현된 명장면이었다. 이날 ‘골때녀2’는 나머지 다른 팀들도 기술적으로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을지 기대하게 만드는, 최고의 리그 개막전을 선보였다.

이런 기술의 발전도 결국 열정의 결과다.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그것도 운동 능력이 남자보다는 부족해 기술 발전이 더디다고 흔히 생각되는 여자들이 단기간에 이처럼 확연한 기술 수준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것은 엄청난 연습과 훈련을 했다는 의미이다.

전문적인 선수가 아니고 각자 다른 활동도 많은 연예인들이 축구에서 이런 급격한 성장을 보여준다는 것은 따로 시간을 수없이 내서 연습과 훈련을 엄청나게 했다는 의미이고 이는 남다른 열정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이제 <골때녀2>는 빈틈이 없어졌다. 계속 성장을 하면서 재미와 감동과 의미가 다 갖춰졌고 또 다른 성취를 위해 새로운 성장도 해낼 듯하다. 지금도 시청률로 보면 최고의 인기 예능 중 하나이지만 어쩌면 더 나아가 스포츠 예능 중 가장 먼저 기억될 프로그램으로 남을 가능성도 보인다.

이제 시청자들은, <골때녀2>가 남성 위주의 스포츠 예능에서 열정과 진정성으로 여자 축구라는 마이너한 태생을 이겨내고 마침내 승리하는 드라마를 쓰며 정상에 우뚝 서는 과정을 함께 하는 FC골때녀의 열렬한 서포터가 되고 있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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