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는 국대다’, 스포츠 예능 전성시대의 대표적 성공작 되나

[엔터미디어=정덕현] 역시 국가대표는 영원한 국가대표다. MBN <국대는 국대다>는 아마도 이 말을 확인하고픈 스포츠 예능이었을 게다. 그런 점에서 첫 종목을 탁구로 정하고, 모두가 레전드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탁구계의 영원한 국가대표 현정화를 첫 번째 게스트로 모신 건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다.

이제는 은퇴한 과거 레전드 국가대표 선수가 현역 국가대표와 맞붙는다는 심플하지만 임팩트 있는 기획은 현정화를 만나 빛을 발했다. 은퇴 27년 만에 돌아와 지금은 50대의 나이지만 놀랍게도 그의 신체나이는 23세란다. 그만큼 여전히 잘 관리된 그가 60일 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현역 국가대표인 서효원 선수와 일전을 벌인다. 누가 이길 것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어린 나이부터 탁구와 함께 성장해온 터라, 몸이 기억하는 기술들은 연습과정에서 조금씩 깨어났지만 대신 필요한 건 체력이었다. 그런데 체력 훈련에 있어서도 현정화는 과거 국가대표 시절의 악바리 정신을 깨워내며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국대는 국대다>는 레전드와 현역 국가대표의 대결이라는 간결한 기획 속에 다채로운 재미요소들을 담아냈다. 먼저 현정화 선수와 나누는 과거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그리고 영화 <코리아>가 다뤘던 91년 남북 단일팀 출전 이야기를 통해 그 때의 추억을 소환해냈다.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키워졌다”는 현정화는 88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기뻐하기보다는 “다행”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꺼내 놨다. 그만큼 모두가 금메달을 당연시 여겼다는 것이다. 당시 현정화 선수가 가졌던 심적 부담감을 잘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또 북한의 리분희 선수와 함께 남북 단일팀이 되어 우승했던 영상을 보며 현정화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현정화지만 당시 경기가 끝나고 나서 라커룸에서 한참을 울었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가슴으로부터 뜨거운 게 계속 차올랐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추억 소환 토크쇼의 재미로 문을 연 <국대는 국대다>는 스포츠 예능으로서의 버라이어티한 재미요소도 빼놓지 않았다. 즉 MC들이자 페이스메이커인 전현무, 배성재, 홍현희, 김동현, 김민아가 레전드와 갖가지 테스트 명목으로 대결을 벌이는 모습을 통해 만들어내는 웃음과 재미가 그것이다.

여기에 60일 간 현정화가 현역 국가대표와의 대결을 위해 체력 훈련을 하고 절친이기도 한 김택수와 연습을 통해 현역 시절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과정은 세월을 무색케 하는 도전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몰입감을 줬다. 그건 이제 전성기가 지났다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자극이자 위로가 되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시작된 현정화와 서효원 선수의 대결. 최근 스포츠 예능이 예능보다는 스포츠 자체의 매력에 더 집중한다는 점에서 그런 지점들을 가장 극대화해 보여주는 하이라이트가 아닐 수 없다. 예능인들이 스포츠에 도전하는 것과는 다른, 이미 베테랑이었던 레전드들이 과거의 추억이 아닌 현재의 도전을 다름 아닌 그 진심어린 스포츠경기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탁구라는 종목이 가진 매력을 이만큼 잘 끄집어내 보여줄 수 있는 기획이 있을까.

이제 첫 회를 방영한 것뿐이지만 <국대는 국대다>는 그 신박한 기획만으로도 스포츠 예능 전성시대에 또 하나의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레전드들을 다시 소환해 보는 재미는 물론이고, 이들을 과거 추억담의 주인공이 아닌 현재에도 여전히 도전하는 주인공으로 세우는 과정이 주는 감동까지. 무엇보다 악바리 현정화가 국대 본능을 깨우는 과정은 이 프로그램의 색깔을 제대로 끄집어내줬다. 과연 그는 현역 국가대표와의 대결에서 어떤 놀라운 기량을 보여줄까. 눈여겨볼 스포츠 예능의 탄생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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