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는 국대다’를 보는 흥미로운 몇 가지 관전 포인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올림픽 시즌 특수를 노리는 스포츠 예능들이 줄이어 나오고 있다. MBN 새 주말 예능 <국대는 국대다>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과 타이밍을 맞춰 스포츠예능 붐에 합류했다. 과거 레전드 선수가 같은 종목의 현역 국가대표와 자존심을 건 대결을 펼친다는 직관적이면서 보지 못했던 그림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된다.

또한 몇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여러모로 요즘 예능의 시대정신과 트렌드를 품고 있고, 각자 자신의 영역을 탄탄히 구축한 전현무, 배성재 아나운서의 첫 만남이란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사석에서도 교류가 없었다는 전현무와 배성재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나름 오랫동안 각자 구축해온 세계관의 만남이기에, 주인공인 레전드들의 복귀만큼 새로운 볼거리였고 앞으로 이 둘의 티키타카가 어떻게 펼쳐지는지에 따라 이 예능만의 독점적인 포인트가 생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 둘과 함께 김동현, 홍현희, 김민아 등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예능인들로 구축된 MC진의 중량감은 어느 지상파 예능 못지않다. 그런 만큼 다른 스포츠예능과 달리 MC진이 직접 플레이를 하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몸개그가 가능한 김동현, 박학하지만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배성재, 먹방의 홍현희 등 MC진의 활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특히 1회에서는 진기명기에 가까운 테스트를 통해 레전드의 건재함을 확인함과 동시에 앞으로 활약할 MC들에 기대를 갖게 했고, 전현무를 중심으로 과거 전성기 시절을 회상하는 토크에서는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길어 올리는 동시에 종목에 대한 관심과 인간적인 매력까지 살펴본다.

<국대는 국대다>의 첫 번째 주인공은 탁구여제 현정화 감독이다. 30여 년 만에 자기만의 라켓을 잡고 본인 팀의 소속선수이자 제자인 현역 국가대표 서효원 선수와 맞붙는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이유로 영화 <록키>처럼 돌아온 영웅이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드는 성장 서사에 몰입하기보다 방송용 에피소드 생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배성재와 러닝을 한다거나, 김동연과 1회 체력 훈련을 하는 장면 등등이 승부의 진정성과 감동을 얼마나 확장하고, 재미를 더할 수 있을지 다소 의문이 든다. 물론, 아직까지 한 경기도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감동과 짜릿한 승부가 기다리고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오늘날 스포츠예능이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이유가 진성성의 추구라는 점을 돌아봤을 때 버라이어티한 예능 구성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그러나 <국대는 국대다>는 전현직 국대의 한판 승부만큼이나 이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반응 또한 궁금해지는 예능이다. 기획의도와 설정을 보면 단순히 스포츠예능의 붐에 편승하겠다는 정도를 넘어서 오늘날 예능의 고민과 전략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삼아 가족 콘텐츠를 만들어낸 트로트예능과 여러모로 유사하다. 레전드 선수들의 전성기에 함께 열광했던 중장년층을 코어 타겟으로 잡고, 추억을 되새김하는 것과 동시에 이들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복기하는 레트로 감성의 세대 통합형 콘텐츠다. 은퇴한 레전드가 다시 돌아온다는 설정은 재야에 묻혀 있던 재능이 발견되는 것처럼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성장(감동) 프로젝트며, 녹슬지 않는 실력을 마주하는 데서 오는 희열은 중장년층에게는 아직 쓸 만하다는 대리만족을 줄 수도 있고, 젊은 세대에게는 레전드의 발견이란 또 하나의 서사가 된다.

국가대표는 더욱 직관적이다. 이 시점에서 태극기를 내건 국가대표의 가치를 내세운 것은 시대상의 반영이다. 각자도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시기에 같은 깃발 아래 뭉쳐서 소속감을 누리고, 승리의 경험을 함께 공유한다. 영광의 순간을 간직한 영웅의 귀환은 할 수 있다는 에너지를 끌어 모으는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응원가로 펼쳐질 수 있다. 한번 해보자는 엘리트 선수들의 결기에서 나오는 도전의 설렘은 동기부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에 우리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전현무와 배성재의 만남, 진정성과 맞물린 스포츠예능의 붐, 동계올림픽 개막이란 타이밍, 그리고 중장년층 중심으로 재편된 TV 콘텐츠의 전략, 그 자체가 동기부여가 되는 스포츠의 성장서사라는 촘촘하게 모은 좌표가 과연 얼마나 적중할지 또 하나의 중계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게 다가온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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