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야구’, 경기에 진심, 예능을 다큐로 받는 스포츠 예능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JTBC 예능 <최강야구>에는 특이점이 있다. <최강야구>는 지난 27일 4회를 마친 신설 예능 프로그램. 이승엽 감독을 필두로 박용택, 송승준, 이택근, 정성훈, 심수창, 정근우, 장원삼, 서동욱, 정의윤, 유희관, 이홍구 등 은퇴한 프로야구 레전드들이 최강 몬스터즈라는 팀으로 뭉쳐 고교야구 최강자들을 시작으로 승부에 나섰다. 레전드를 모아 경기를 갖는 스포츠 예능들은 많지만 <최강야구>는 남달리 프로페셔널한 느낌을 준다.

<최강야구>는 첫 회 다소 기량 회복에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이후 선수들 플레이 수준은 다른 스포츠 예능에 비해 월등하다. 체력이나 근육의 활동성은 프로 시절에 비해 떨어지지만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고교야구 최강자 덕수고를 콜드게임으로 물리치는 등 은퇴를 무색하게 하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운동을 쉬다가 다시 나왔는데도 투수들의 구속은 130km 후반에서 140km 초반이 나오고 기교파 투수들의 로케이션도 선수 시절에 크게 뒤지지 않는 모습이다. 타자들은 투수에 비해 기량 하락 폭이 꽤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한 방이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에는 레전드답게 컨택 능력을 되살려내 해결해주고 있다.

다른 스포츠 예능들이 취미로 운동하는 사회인 팀을 주로 상대하거나 아마추어끼리 경기를 펼치는 것에 비해 <최강야구>는 사실상 예비 프로 선수인 고교 야구팀을 상대하는 것도 전문적이다. 10패를 하면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울 수 있는 것도 선수들의 실력이 받쳐주니 가능해 보인다.

선수들의 퍼포먼스만이 아니라 경기 화면 자체도 전문적이다. 제대로 9회 경기를 하는 점도, 다른 스포츠 예능들에서 은퇴한 선수들의 몸상태를 고려해 축소된 경기를 하는 점과 다르고 경기장을 실제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고척스카이돔을 사용하는 것도 다른 종목 예능들이 사용하는 구장에 비해 수준이 월등히 전문적이다.

233명의 제작진에 카메라가 51대나 배치되고 드론, 지미집, 무인 슈팅카까지 활용하는 등 엄청난 물량 투입의 결과인 경기 영상도 실제 프로야구 경기 실황에 못지 않다. 김선우 해설위원과 정용검 캐스터가 맡은 중계도, 출연자들 중에서 적당히 중계를 담당하게 하는 다른 스포츠 예능과는 전문성에서 차원이 다르다.

실제 경기 중계에서 생방송이라 보여줄 수 없는 설명 화면들도 녹화 방송이라 삽입하면서 전문성은 어떤 면에서 실황보다 앞설 때도 있다. 배터리가 볼 배합을 어떻게 바꿨는지, 타격이 안 맞다가 맞는 것은 어떤 변화를 줬는지 등을 설명해주는 분할 설명 화면을 비롯해 다양한 장치들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최강야구>는 예능이라기보다는 실황 중계를 보는 느낌이다. 다른 스포츠 예능들과 비교하면 예능에 배분된 시간도 극히 적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예능들은 경기와 예능의 배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

스포츠 예능 트렌드의 틀을 잡은 <뭉쳐야 찬다>(이하 <뭉찬>) 경우 토크 시간과, 몸개그로 웃음거리가 나오는 연습 시간 등을 경기만큼 배치한다. <뭉찬> 이후 스포츠 예능의 새 차원을 연 <골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은 기존의 인터뷰 토크나 연습이라는 예능적 장치들 외에 타 팀 출연자를 관중석에 투입해 리액션과 입담으로 새 예능 포인트를 창출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최강야구>는 다른 프로그램들에 비하면 다큐에 가깝고 스포츠에 더 진심이다. 웃음 유발 요소들보다는 경기 자체가 주는 재미로 정면승부한다. 탁월했던 선수 시절에 비해 뜻대로 안돼 고생하는 모습 등 예능적인 장치가 아예 없지는 않은데 이런 웃음 유발 기제들도 야구를 많이 알수록 더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전문적이다.

박용택의 타격 성공과 실패에 따라 ‘용암택’, ‘찬물택’, 이승엽 감독의 작전 스타일에 따라 ‘엽성근’, ‘엽경문’ 등의 자막처럼 야구팬들에게 밈화된 온라인 용어들이 웃음 장치로 사용된다. 출연 레전드들의 선수 시절에 대한 배경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 더 웃을 수 있는 연출도 자주 등장한다.

<최강야구>의 방향성은 야구 덕후인 장시원 PD에게서 찾아야 될 듯하다. <도시어부>, <강철부대>의 연출자이기도 한 장시원 PD는 ‘롯데 광팬으로 30년 동안 롯데 우승을 보지 못하다 보니 최강 야구팀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최강야구>는 스포츠 예능의 또 다른 새 장을 연 느낌이지만 시청률은 현재 2%대(이하 닐슨코리아) 정도다. 월요일 늦은 저녁 시간대치고는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문제는 1회 이후 줄곧 시청률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 <뭉찬>, <골때녀>의 뒤를 이어 스포츠 예능의 한 페이지를 확고히 장식하려면 성적도 좀 더 올려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방송도 야구와 마찬가지로 결국은 성적으로 말하니까.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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