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 설레게 하는 ‘최강야구’, 왜 안 통할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 <최강야구>는 스포츠예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준다. KBO리그 올스타급 선수들이 모여서 다시 ‘진짜 야구’를 한다는 설정부터 야구팬들을 설레게 한다. 은퇴한 지 5년 안팎의 선수들과 아마 최강 선수들이 보여주는 수준 높은 경기력은 야구의 신도 알 수 없는 상황을 쉴 새 없이 만들어댄다. 몬스터 팀 유니폼을 입고 “나는 선수였구나”를 다시 한 번 자각하는 선수들의 치열한 승부근성은 지금까지 봐온 모든 스포츠예능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다.

<최강야구>는 성장 서사를 바탕으로 삼지 않는 거의 유일한 스포츠예능이다. 게다가 한국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을 맞이해 야구 붐 조성이란 큰 포부도 품고 있다. 몬스터 팀 일원들 못지않게 유망한 아마추어 선수들을 캐릭터화해 소개하면서 아마 야구에 조명을 비추는 선한 영향력까지 발휘한다.

물리적인 투여도 스포츠 커뮤니티에서 나온 말처럼 ‘역대급’이다. 고척돔을 비롯해 실제 KBO리그가 열리는 경기장에서 촬영을 하고 대규모 출연진을 제외하고도 230명이 넘는 스텝과 실제 중계보다 월등히 많은 50대가 넘는 카메라로 그라운드와 덕아웃을 비추면서 일희일비, 일거수일투족을 담는다. 다양한 카메라 앵글과 편집을 통해 기존 중계에서 보지 못한, 선수시절엔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의 인간적 매력을 포착한다. 또한 MBC스포츠플러스의 명콤비인 정용검 캐스터와 김선우 해설이 중계를 전담하고, 야구중계의 최대 적인 긴 경기 시간은 빠른 호흡의 편집으로 극복한다는 점에서 실제 중계보다 더 쾌적한 면도 있다. 그래서 야구팬이라면 빠져들 구석이 너무나 많은 콘텐츠다.

이토록 장점이 많지만 가장 신선하고 획기적인 것은 <최강야구>가 방송용 이벤트라는 스포츠예능의 한계를 넘어선 승부를 다룬다는 데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 스포츠예능은 실제 리그처럼 타이틀이 걸린 것도 아니고, 라이브도 아니고, 실제 중계처럼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다보니 어떤 명분과 설정을 내걸든, 승부에서 긴장감, 진정성, 리얼리티를 지속적으로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최강야구>는 30경기를 치르는 동안 승률 7할이 무너질시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면서 방송용 이벤트라는 스포츠예능의 근원적인 한계를 단숨에 넘어섰다. 이 단 하나의 결정구로 시청자들이 최강 몬스터즈의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진정성을 마련했고, 2시간이 넘는 방송 시간동안 실제 야구 중계를 보는듯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응원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최강 몬스터즈와 U-18 야구 국가대표팀의 맞대결 직관 1차 티켓은 오픈된 지 1분 만에 매진됐을 정도로 코어 팬층의 반응은 무척이나 뜨겁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호평에 비해 성공의 척도 삼을 수 있는 시청률과 화제성지수 등의 수치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긴장감 넘치는 승부와 몰입을 지속하는 연출까지 흠잡을 데 없지만, 농구 예능이 90년대 농구붐의 정점이었던 <농구대잔치>의 유혹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며 현실과 괴리가 빚어진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다시 말해 멀어지고 있는 야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돌려 세우기 위해 KBO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의 스타와 추억에 기댄다는 점이다.

채널A에서 <도시어부>와 <강철부대>를 흥행시켰으며 인터넷 커뮤니티 정서에 해박한 장시원 PD는 20~40세대 남성 커뮤니티와 서브컬처를 자양분 삼아 대중적인 예능으로 재탄생시키는 굉장히 유니크한 예능 연출자다. 그런 그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가장 오랫동안 좋아해왔던 야구를 꺼내들었지만 일부 야구, 스포츠 커뮤니티를 제외하면 200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해 WBC의 호성적과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서 KBO와 프로야구의 응원 문화가 전성기를 누렸던 시절과 오늘날의 현실 사이에는 꽤나 큰 온도차가 벌어진 상태다.

따라서 <최강야구>의 낮은 스코어는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실제 프로야구 중계 시청률도 점점 낮아지는 마당에 월요일 심야 시간에 2시간씩 야구 경기를 볼 동력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즉, 오늘날 프로야구의 인기가 그대로 반영된 냉정한 결과로 보는 편이 보다 합리적이란 해석이다. 최근 직접 할 수 있는 엑티브한 스포츠와 레저가 각광받는 반면 오늘날, 보는 데 특화된 야구라는 종목 자체의 특수성과 술자리 파동이나 국제성적 하락 등 여러 사건사고로 인해 프로야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최강야구>는 프로야구 개막 붐에 맞춰 편성했으나 전혀 시너지를 못 내고 있다. 한창 진행 중인 KBO의 인기는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나왔듯이 10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비단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야구라는 스포츠가 전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형 프로젝트지만 야구에 대한 관심과 유입이란 측면에서 여전히 풀지 못한 큰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변명이라면 변명이랄까. SBS <골때녀>만큼이나 스포츠예능 역사에 이정표가 될 여러 시도와 완성도를 가진 스포츠예능이기에 보다 더 큰 주목을 받기 어려운 현실이 아쉽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