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 올해의 <SBS 연예대상>은 사실상 <미운 우리 새끼>와 <골 때리는 그녀들>에 거의 몰아준 형국이었다. <미운 우리 새끼>는 팀 전원이 대상을 받았고, 최우수상(탁재훈), 우수상(임원희, 김준호), 신인상(박군)이 돌아갔으며, <골 때리는 그녀들>은 최우수상(박선영), 최우수 프로그램상, 우수상(주장단), 베스트 커플상(이수근, 배성재), 감독상(시즌1 감독진), 방송작가상(장정희 작가), 신인상(이현이)과 올해의 예능인상(박선영)까지 무려 8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런닝맨>이 명예사원상(지석진), 최우수상(양세찬), 최우수 프로그램상, 올해의 예능인상(유재석, 지석진), 방송작가상(양효임 작가)을 받았지만 오래도록 달려온 프로그램에 대한 예우의 성격이 짙었다. 대상 후보로까지 올랐던 지석진에게 명예사원상을 줬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미운 우리 새끼>도 이미 여러 차례 연예대상에서 상을 받았고 대상을 받은 적도 있기 때문에(2016년, 2017년 대상) 올해 한 해만 두고 봤을 때 새로 등장해 주목을 받은 예능 프로그램은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운 우리 새끼>가 대상을 받은 건 여전히 연예대상에서 시청률이 중요한 지표라는 걸 보여준다.

이 정도면 거의 <미운 우리 새끼>와 <골 때리는 그녀들>에 몰아준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상하게도 그만한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유는 뭘까. 매해가 그렇지만 올해도 <SBS연예대상>은 골고루 나눠주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 대상으로 한 명이 아닌 <미운 우리 새끼>가 팀 전체에게 상을 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신동엽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이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며 “(시청자분들은) ‘그냥 한 새끼만 주지’라는 생각을 하실 거다”라고 말했다. 차라리 <미운 우리 새끼>에서 활약이 많았던 이상민에게 대상을 줬다면 훨씬 더 인상이 남는 시상식이 되지 않았을까.

나눠주기 시상식의 면면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신인상으로 무려 다섯 명이 받았고, 올해의 예능인상이라는 부문을 만들어 무려 12명에게 상을 나눠줬다. 상을 주기 위해 없는 부문을 만들기도 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의 감독들에게 상을 주기 위해 감독상을 만들었고, 또 <런닝맨> 지석진을 위해 명예사원상이란 다소 ‘예능적인’ 상을 만들었다. <워맨스가 필요해>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부문으로 장도연이 받은 넥스트레벨상 같은 애매한 상도 등장했다.

이른바 마상(마음의 상처) 수상자로 탁재훈이 지목되고 트로피도 없다는 식으로 웃음을 주려 한 부분은 <SBS 연예대상>이 스스로 시상식으로서의 권위보다는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잘 드러낸 부분이다. 어차피 연말 연예대상은 이제 한 해를 고생한 예능인들에게 두루두루 상을 나눠주며 마무리하는 시간 정도가 되고 있는 게 사실 아닌가.

하지만 나눠주기 시상식이 가진 문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건 이런 방식이 오히려 한 해의 성과를 모두 묻히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한 해만을 두고 봤을 때 SBS 예능 프로그램이 내놓은 가장 큰 성과는 <골 때리는 그녀들>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래서 상도 거의 몰아갔지만 나눠주기 시상식은 그 상의 감흥마저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방송사의 여러 입장이 겹쳐진 선택이겠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연예대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갈수록 떨어질 게 뻔한 일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