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문세윤은 공감됐지만, KBS 예능의 씁쓸한 현주소(‘KBS 연예대상’)

[엔터미디어=정덕현] 2021년 <KBS 연예대상>의 대상은 문세윤에게 돌아갔다. 그는 KBS의 사실상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에서 웃음을 책임지는 인물이다. 게다가 올해는 <갓파더>, <트롯 매직 유랑단>에도 출연했다.

아마도 문세윤에게 대상이 돌아간 가장 큰 이유는 <1박2일> 덕분이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올해 <KBS 연예대상>에서 <1박2일>은 대상은 물론이고 최고의 프로그램상, 우수상(연정훈), 올해의 예능인상(김종민, 문세윤), 방송작가상(노진영 작가), 신인상(라비)까지 휩쓸었다. 그만큼 올해의 성과로서 <1박2일>을 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세윤은 자신이 대상으로 지목되자 믿을 수 없다는 듯 “제가요?”라고 말할 정도로 이 상이 의외라는 반응을 드러냈다. 하지만 수상 소감을 통해 들려준, 신동엽이 그에게 ‘저평가된 우량주’라 얘기해줬다는 말은 공감 가는 면이 있었다. 충분히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해왔고, 그만한 성과도 냈었던 문세윤이었다. 그래서 자신을 “상복이 없어도 될 정도로 많은 인복을 누리며 살았다”는 말이나, 그 자신도 “저평가된 후배들을 찾아가 꼭 따뜻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선배가 되겠다”한 수상소감은 그 울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KBS 연예대상>의 주인공이 <1박2일>, <개그콘서트>,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장수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이었다는 사실은 현재의 KBS 예능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1박2일>은 시즌1이 2011년 대상을 받은 후, 2013년 김준호 대상, 2016년 김종민 대상을 받았고, 시청자들이 뽑는 최고의 프로그램상은 2015년, 2016년, 2018년, 2020년, 2021년까지 계속 받은 바 있다.

<개그콘서트>는 폐지됐지만 <KBS 연예대상>의 단골 수상 프로그램이었고,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2019년에 대상부터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모두 가져갈 정도로 성과를 낸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거의 10년 가까이 <KBS 연예대상>에 몇몇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이 오래도록 계속 수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KBS 예능이 처한 현 상황을 에둘러 보여주는 면도 있다. 그만큼 새로운 신규 예능의 성과는 적었다는 뜻이고, 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오래도록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흐름은 KBS만의 사정은 아니다. 올해 <SBS 연예대상>도 <미운 우리 새끼>, <런닝맨> 같은 장수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거 상을 가져갔다. 물론 그래서 <골 때리는 그녀들>이 무려 8관왕을 가져간 사실은 그래도 SBS 예능의 성과로 여겨졌지만, 이조차 일주일도 되지 않아 ‘조작 논란’으로 퇴색하게 됐다. MBC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시상식의 주역이나 다름없던 <놀면 뭐하니?>나 <나 혼자 산다> 모두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코로나19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 전반적으로 새로운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KBS 예능의 정체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뚜렷하다. 문세윤이 대상을 받은 건 그래서 신선한 면이 있지만, <1박2일>이 올해 KBS 예능의 주요 성과로 또 올라온 건 현재 지상파 예능, 특히 KBS 예능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 새로움은 별로 없고 장수 예능들만 살아남은.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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