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5주 연속 떨어진 ‘골때녀’가 받아든 숙제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그 누구의 도전도 받아들여지던 로망의 시대가 끝났다. 연령, 직업에 상관없이 성인 여성들이 인생을 걸고 축구를 하는 진정성의 감동과 생경함은 세계관 내 최강팀이자 시즌1 우승팀인 박선영의 ‘불나방’이 허무하게 2패를 하고 토너먼트 경쟁에서 탈락하면서 다른 단계로 넘어갔다. 정혜인처럼 여전히 성장하는 캐릭터도 있지만 한혜진, 이현이 등으로 대표되는 초심자들이 진정성으로 성장하는 볼거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셈이다.

실제 프로 선수들이 아닌 만큼 리그가(프로그램이) 1년 반 이상 지속되면서 각자의 사정으로 하차하는 멤버들이 이미 많았고, 구척장신의 김진경처럼 떠날 선수도 있다. 이처럼 기존 팀도 멤버 변동이 잦을 수밖에 없고 신규 팀도 합류가 예정되어 있다. 초심자들이 모여 하나의 팀으로 성장하는 SBS 예능 <골때녀>의 서사를 즐긴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이런 변화는 팀의 체질을 크게 개선하고 리그 자체의 수준을 올리는 데 일조했다. 이정은, 주명 등 기존 선수들을 압도하는 새얼굴이 등장하고, 전체적으로 축구 기술과 체력이 올라오면서 전술적 움직임을 비롯해 축구로 즐길 수 있는 재미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 포커스는 성장에서 축구로 옮겨졌다. <골때녀>는 지금 가장 성공적인 스포츠예능으로 장수하고 있는 <뭉쳐야 찬다>의 길을 걷는다. 더욱 축구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파일럿부터 승강제 카드를 꺼내든 지금까지 경기장도 골대도, 참여 팀도 <골때녀>는 계속해 사이즈를 늘려왔다. 초심자들의 진지한 공놀이는 이제 이수근의 해설의 말처럼 사회인 축구대회 보는 것 같아졌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던 초심자들의 집념이 전파하는 동기부여보다는 어떤 경기 퍼포먼스가 나올지가 관심이다. 그런데 ‘성장’이 아닌 ‘수준’이 담론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냥 축구를 하고, 잘하고, 이기고 싶은 ‘진정성’이란 키워드 또한 ‘실력’과 ‘재능’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됐다.

이해는 된다. 스포츠 예능의 한계는 성장 서사를 따른다는 데 있다. 도전과 위기, 성취라는 사이클이 반복되는 구조인데 실력이 높아질수록 그 위기와 성취의 허들이 낮아지게 된다. 그러면 스포츠의 승부가 가진 생생한 긴장감, 승패에 걸린 짜릿함 또한 점점 둔화된다. <골때녀>는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리그제를 도입해 승부의 진정성에 몰두하게 했고, 다양한 팀과 선수들이 존재하면서 단선화된 성장서사를 넘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축구 이해도와 기본기가 향상되면서 팀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단행한 놀라운 재능의 합류, 팀전술 훈련의 정도, 젊고 피지컬한 멤버위주의 보강은 성장 이후 다음 동력이 되어야 할 승부의 긴장감에 영향을 미쳤다.

아무리 편집과 자막을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도 이현이가 열을 받고, 박선영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도 애초에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없을 정도로 팀의 색깔이 아니라 수준의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 22일 국대패밀리와 구척장신의 경기를 관중석에 앉아 보는 다른 팀 선수들의 안타까워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은 여전히 <골때녀> 안에 진정성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결과는 6대 0. 노력 이상의 수준 차이다. 한혜진의 부상 이외에 원팀으로 성장한 구척장신이 영입을 통해 팀을 정비한 국대패밀리에게 대패하면서 앞으로 선수 보강 없이는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만들었다.

<골때녀>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은 여자들이 낯선 축구를 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네 인식과 교육, 환경상 어려서부터 여성이 단체 구기 종목을 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축구공을 처음 차 본 여성들이 팀 스포츠를 경험하고, 기술을 배우고 자기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좌충우돌 이야기다. 운동을 전혀 못하던 사람이 짧은 기간에 노력해서 만드는 성취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쌓아온 분투와 스스로 더 나아지고 싶다는 주체적인 의지가 직관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꾸밈이나 조절 없이 순도 100%의 진정성이 내 안에서 무언가 끌어 오르는 힘은 보는 이들에게 용기와 감동, 동기부여가 됐다.

그런데 선수들의 수준이 계속 발전하고, 새로 투입되는 선수들은 이미 완성형 선수, 잘하는 선수들 위주다보니 감탄은 하게 되고 각종 짤들이 여러 커뮤니티에 돌면서 환호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지만, 다음 주도 지켜보게 만드는 동력은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시청률처럼 낮아지고 있다. 축구에 애초에 흥미가 없다면 경기 중 퍼포먼스가 예능의 재미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물론, 성장드라마는 짧다. 다음을 찾는 여정을 떠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수준 높은 볼거리, 능력을 가진 선수의 등장이 새로운 캐릭터와 관계를 구축할 것이란 기대는 <뭉찬>이 증명한 바 있다. 하지만 축구에 빠져드는 과정, 한계를 이겨내는 성장, 각자 바쁜 상황 속에서도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어떻게 승부에 반영할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5월 11일 이후 5주 연속 시청률이 떨어진 건 우연이 아니다. 참고로 축구와 동떨어진 <골 때리는 외박>은 그 대안이 될 수 없다. <골때녀>의 매력은 팍팍한 일상과 안 되는 이유들이 가득한 현실 위에서 이를 넘어서는 축구라는 로망을 제시한 데 있다. 이런 정서적 동조 없이 단순히 게임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골때녀>의 매력은 어떤 축구가 아니라 누가 축구를 하는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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