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성 농구 예능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1990년대에 청년기, 청소년기를 보냈다면 높은 확률로 농구를 좋아한다. 당시 농구는 스포츠를 넘어서 드라마, 만화, 게임, 영화, 스포츠중계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엔터테인먼트였고, 미국과 일본과 한국 콘텐츠가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는 그 시절의 대표적인 대중문화 콘텐츠였다. 마이클 조던부터 손지창과 우지원이 있었으니 남녀도 따로 없었다. 초중고학생들은 미군 방송인 AFKN 이외에 중계를 접할 기회가 없었음에도 벤쿠버에서 마이애미까지 대륙의 곳곳에서 자기만의 왕국을 차리고 군웅할거 하던 스타 선수들의 이름을 꿰차고 있었다. 아파트 상가 비디오가게 옆에 NBA 굿즈카드숍이 들어섰고, 그 시절부터 나이키 매장은 일상에서 품을 수 있는 가장 선명한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이 ‘추억’이 언제나 농구예능의 발단이자 문제가 됐다. KBL은 팬데믹 속에서 치러지고 있고, NBA는 세계적인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승승장구하지만, 농구 예능은 늘 추억 속에서 시작한다. 2013년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을 전국구 예능으로 만든 ‘농구편’, 2016년 일반인 동호회를 끌어안은 XTM <리바운드>, 연예인 농구 리그를 차린 tvN <버저비터>, 최정예 연예인 농구팀 성장기인 SBS <핸썸타이거즈>, JTBC <마녀체력 농구부>의 전신인 <뭉쳐야 쏜다>까지 모두 추억에서 출발하거나 추억으로 돌아왔다. 그 결과 세계 농구의 드높아진 위상과 점점 동떨어진 한국 농구처럼, 열렬한 관심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그런 점에서 JTBC 신규예능 <마녀체력 농구부>는 같은 제작진이 만든 사실상의 스핀오프인 만큼 <뭉쏜>을 연상케 한다. 우선 <뭉쏜>이 기존 농구 예능과 달리 초반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인, 농구에 대한 애정 고백, 승부에 대한 진지함, 추억 곱씹기를 이번에도 건너뛴다. 중년 여성들의 건강을 위한 베스트셀러 <마녀체력>가 연상되는 제목과 ‘생활체육’의 강조에서 알 수 있듯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고 농구공을 처음 만져보는 ‘운동꽝’ 언니들이 펼치는 당황스러운 초짜들의 엉망진창 농구로 웃음을 터트릴 작정이다.

심지어 송은이를 제외하고는 딱히 농구에 관심이 있어서 출연한 게 아니라 이런저런 사정상 예능에 출연하는 차원에서 농구를 하게 된 경우다. 이 지점에서 같은 여성 스포츠예능이긴 하지만 팀스포츠, 축구에 대한 애정, 승부에 대한 진정성을 추구하는 SBS <골때녀>와 다른 길을 간다. <골때녀>는 리그 자체를 만들어버리면서 승부의 당위가 마련됐다. 그 덕에 팀을 완성해가는 스포츠만화의 성장서사를 옮겨오던 기존 스포츠 예능의 한계를 뛰어넘어서는 진정성을 담을 수 있었다. 반면 <마녀체력>은 <슬램덩크>의 대사를 아는 수준의 어렴풋이 농구를 아는 출연진들이 별 뜻 없이 모인 것처럼 진지한 승부보다는 유쾌한 생활체육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뭉쏜>의 허재나, <뭉찬1>의 안정환처럼 문경은과 현주엽의 시선과 입장에서 바라보는 재미가 크다. 선수들의 도전이기도 하지만 엘리트 선수이자 KBL 감독 출신인 문경은과 현주엽의 험난한 도전기다. <뭉쏜2>라고 알고 온 이들 앞에 154cm의 50대 여성 송은이가 입장하면서 시작된 숨길 수 없는 당황과 좌절에 포커스를 맞춘다. 농구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지병에 대해 공유하고 열정이나 다짐 등의 비장함보다는 유쾌한 분위기와 웃음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최장신인 장도연은 농구 경험이 없는 데다 공놀이 자체를 두려워한다. 당연히 기초적인 드리블이나 슛조차 기대하기도 어렵다. 머리 질끈 묶고 나오는 <골때녀>의 선수들과 달리 긴 손톱, 탱크톱, 기모 스웻셔츠에 코트, 빌려 입은 NBA 저지 등을 입고 등장하는 것처럼 오합지졸의 정말 ‘골 때리는’ 상황들이 앞으로도 계속해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우월한 피지컬과 운동능력 탓(?)에 성장 서사를 건너 뛴 <뭉쏜>의 전철을 밟지 않고 유쾌한 웃음 속에 하루하루 성장하는 성장 서사가 기대된다. 그 과정에서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개인적인 분투가 오롯이 드러나는 초심자가 짧은 기간에 노력해서 만든 성취가 주는 감동을 기대하게 한다. 농구라는 종목 특성상 강한 체력과 기본적으로 높은 수준의 기술적 완성도가 필요한데 모든 면에서 백지 상태의 팀이니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도 걸리고 보여줄 장면이 꽤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포츠 예능의 전성시대에, 최초의 여성 농구 예능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그리고 <뭉찬>시리즈, <뭉쏜>, <전설체전>에 이어 <뭉찬>의 세계관은 과연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오합지졸의 성장기라는 익숙함을, 여성 스포츠 예능이란 트렌드에 얹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궁금하다. 과연 어떻게 새로운 의미와 볼거리로 여성 스포츠 예능의 트렌드를 이어갈지 이들의 성장을 주목해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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