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쏜’은 어떻게 ‘뭉찬’의 좋은 유산만 물려받았나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JTBC 예능 <뭉쳐야 찬다-전설들의 조기축구>(이하 <뭉찬>)가 <뭉쳐야 쏜다-전설들의 농구대잔치 >(이하 <뭉쏜>)로 옷을 갈아입었다.
<뭉쏜>은 7일 첫 방송에서 허재 감독과 현주엽 코치 아래 <뭉찬>의 멤버였던 안정환, 여홍철, 이형택, 김병현, 김동현에, 새로운 멤버 김기훈(쇼트트랙), 방신봉(배구), 윤동식(유도), 홍성흔(야구), 이동국(축구) 등이 합류해 본격적인 사회인 농구를 시작했다.
<뭉쏜>의 출발 재미 포인트는 감독과 소위 구멍 선수의 처지가 바뀐 것. <뭉찬> 초반 축구 적응에 애를 먹었던 허재가 <뭉쏜>에서는 감독으로, <뭉찬>의 감독이던 안정환은 실력 부족인데 감독 출신이라 할 말은 많은 선수로 등장해 아웅다웅 케미를 선보이며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채널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뭉쏜>은 <뭉찬>이 스포츠 예능의 상징 같은 프로그램이라 향후 반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뭉찬>은 스포츠 예능 유행 시대를 열고 다른 스포츠 소재 예능이 10회 전후로 방송되는 상황에서 82회나 이어졌다는 점에서 우선 독보적이다. 또한 이전에도 <날아라 슛돌이>, <우리동네 예체능>, <버저비터> 등이 존재했지만 스포츠 예능을 확산시킨 프로그램은 <뭉찬>뿐이다.
<뭉찬>이 자리를 잡은 런칭 6개월 이후 KBS <날아라 슛돌이-뉴비기닝>, <축구야구말구>, <위캔 게임>(e-스포츠), SBS <진짜농구 핸섬타이거즈>, tvN <골든일레븐> 등이 줄줄이 뒤를 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MBC는 오는 14일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이 출연하는 <쓰리박>을 시작하는 등 올해도 스포츠 예능에 대한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에 도전하는 포맷은 아니지만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그동안 운동하느라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체험하며 놀아보는 E채널 <노는 언니>도 넓은 범주에서 스포츠 예능으로 봐야 할 듯하다. <뭉찬>이 유행시킨 스포츠 예능은 스포츠 자체도 중요하지만 예능인으로서의 스포츠맨들의 가치를 이전보다 더욱 뚜렷하게 확인시켰기 때문이다.
즉 <뭉찬> 이후 스포츠 예능의 유행은 운동하는 포맷이 자주 시도되는 경우에 더해, 스포츠 레전드들을 예능인으로 섭외하는 일이 큰 폭으로 늘어난 상황까지 포함해야 정확하다고 본다. <뭉찬> 자체적으로도 이미 예능을 많이 해온 안정환과 김동현은 물론, 허재, 김병현 등이 방송 이후 다른 예능 출연이 늘어나는 등 예능인 가치가 급상승했다.
사실 <뭉찬> 이후 스포츠 예능이 유행하고는 있지만 같은 스포츠 예능이더라도 관심이 다소 갈리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날아라 슛돌이-뉴비기닝>이나 <골든일레븐> 같은 일반인 출연 스포츠 예능이나 연예인이 운동을 하는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 같은 경우보다 스포츠 스타가 운동을 하는 프로그램들이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높았다.
스포츠 스타들이 가진 예능 우량주로서의 가능성이 스포츠 예능과 만나 폭발한 결과인데 <뭉찬>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뭉찬>은 출연한 스포츠 레전드들의 다양한 캐릭터를 각각 잘 살린 후 이들 사이의 케미도 잘 부각시켰다. 이런 캐릭터 플레이의 예능적 성과들을 축구라는 익숙하지 못한 종목에 도전하는 성장 드라마와 단단히 결합해 인기를 얻었다.
<뭉쏜>은 <뭉찬> 멤버들 중 예능적으로 가치 높은 캐릭터들을 그대로 가져왔다. 사차원 김병현, 허당끼 있는 김동현, 깐족의 이형택, 승부욕과 과한 진지함의 여홍철 등에 감독일 때는 시크함이지만 선수일 때는 투덜이가 되는 안정환까지 캐릭터 맛집이었던 <뭉찬>의 강점을 최대한 계승했다.
그래서 <뭉찬>은 공식적으로 종영을 한 모양새이지만 캐릭터 관점에서 보면 <뭉쏜>은 <뭉찬>과 사실상 같은 프로그램으로 봐도 될 정도다. 여기에, 합류한 코치 현주엽과 홍성흔, 이동국 등도 캐릭터가 기존 <뭉찬> 멤버와 또 달라 캐릭터 맛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기대를 갖게 했다.
<뭉쏜>도 첫 회부터 스포츠가 드라마를 담당하고 캐릭터들이 예능을 맡은 <뭉찬>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뭉쏜>은 농구가 축구보다 복잡하고 덜 대중적인 운동이라 <뭉찬>에 비해 부족한 결과를 얻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첫 회가 공개된 이후 <뭉쏜>은 <뭉찬>이 가진 스포츠 예능의 독보적 선두 자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뭉찬>의 계승자 <뭉쏜>의 성적은 스포츠 예능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뭉찬> 이후에는 <뭉찬>과 달리 2, 3명의 소수 레전드로만 시도됐던 스포츠 예능도 있었지만 이런 경우보다 풍성한 캐릭터 발굴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다수의 레전드 단체 종목 포맷이 <뭉찬>과 <뭉쏜>의 연이은 성공 이후에는 스포츠 예능의 갈 길로 정리될지도 모른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관련기사
- ‘뭉쏜’ 넋 나간 허재, 입장 바뀐 안정환... 이런 꿀잼 스위치라니
- ‘뭉찬’, 그 어렵다는 스포츠 예능 성공가도 달리는 비결
- ‘뭉찬’ 꾀부리고 투덜대는 이 형님들에게 동질감 느낀다는 건
- ‘뭉찬’ 허재부터 양준혁까지, 레전드의 헛발질 보는 재미라니
- ‘뭉쏜’, 초짜들 향연에 넋 잃은 허재가 내디딘 매력적인 첫 스텝
- ‘뭉쏜’은 팡팡 뜨는데 ‘불꽃미남’은 왜 사그라들까
- ‘뭉쏜’ 제작진의 강동희 통편집, 스포츠를 너무 쉽게 본 탓이다
- 의아하게 간판 내린 ‘뭉쏜’, 과연 시즌2로 돌아올 수 있을까
- 1등 공신 허재도 과감하게 제외한 ‘뭉찬2’의 혁신적인 도전
- ‘슛어게인’으로 돌아온 ‘뭉찬2’, 재미와 의미 다 잡았다
- ‘뭉찬2’ 허재·김병현은 프리패스한 걸 이들에겐 시키는 아이러니
- 스포츠예능 트렌드가 자리 잡을 수 있을까?
- 김용만·김성주·안정환·정형돈에 모든 걸 걸면 낭패 보기 십상(‘시골경찰리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