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찬’ 1주년, 성장과 케미 갖추고 롱런 노리는 스포츠 예능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JTBC <뭉쳐야찬다>(이하 <뭉찬>)가 지난 141주년을 맞았다. <뭉찬>전설들의 조기축구라는 부제처럼 타 종목 레전드들이 모여 안정환 감독의 지도 아래 어쩌다FC라는 팀으로 조기축구계 도전에 나서는 스포츠 예능이다. 이만기, 허재, 양준혁, 여홍철, 이형택, 김동현, 김병현, 김요한, 모태범, 박태환 등 스포츠 전설들은 낯선 예능에 임해서도 선수 시절처럼 최선을 다해 다시금 승리의 역사를 썼다.

지난해 <뭉찬>은 출범 후 방송 6개월 만에 시청률 7% 넘어서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뭉찬>의 선전으로 KBS2 <날아라 슛돌이-뉴비기닝>, SBS <진짜농구 핸섬타이거즈>가 잇따라 편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늦게 시작한 <진짜농구 핸섬타이거즈>가 큰 반응을 얻지 못한 채 먼저 종영했고 <날아라 슛돌이-뉴비기닝>은 현재 방송 중이지만 시청률 2%대에 머물러있다. 스포츠 예능이 흔치 않은 이유가 좀처럼 성공하기 쉽지 않아서인 반면 <뭉찬>5~6%대의 준수한 시청률로 1주년을 넘겨 롱런 가도에 접어들었다.

 초반 <뭉찬>반전이 인기 비결이었다. ‘운동은 한 종목 잘 하면 다른 종목들도 웬만큼 잘한다는 일반인의 상식을 레전드들이 완벽하게 배신(?)하면서 흥미를 끌었다. 초기 멤버들은 아무리 선수 출신이라도 몸의 기능성이 크게 떨어지는 40대 중반 이상이 상당수라 공을 앞두고 제대로 몸도 못 가누는 모습들이 방송을 채웠다.

자신의 종목에서 신과 같은 위상을 갖고 있던 레전드들의 그런 인간적인 모습은 신선함과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흡인력으로 작용했다. <뭉찬>에서 경기를 몇 달 동안 패배만 해도, 다른 예능처럼 큰 웃음이 터질 경우가 적어도 옛 스타들이 전하는 반전의 친근감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런 공감만으로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힘들다. 롱런하려면 스포츠 예능은 성장이 필연적인데 <뭉찬> 멤버들은 과거 수많은 도전을 이겨냈듯이 노구를 이끌고 이번 예능에서도 해냈다.

첫 승이 방송 10달만인 지난 3월 초 총 17경기 끝에야 나올 때까지 레전드들의 축구 실력은 한없이 정체된 듯이 보였다. 하지만 계속 패배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몸을 만들고 기량을 늘려 온 결과 첫 승 이후로는 방송에서 성장세가 눈에 띌 정도로 뚜렷해졌고 좋은 경기 내용과 승리도 잦아졌다.

물론 이런 어쩌다FC의 전력 상승은 김요한, 모태범, 박태환 등 젊은 피 영입 효과가 컸다. 그래도 허재, 양준혁, 여홍철, 이형택, 김병현 등 고참들의 실력 향상이 팀 전체를 안정적으로 만들지 못했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였다.

141주년 방송에는 첫 경기에서 0:11 처절한 패배를 안겼던 FC새벽녁과 리벤지 매치를 추진했다. 규정도 제대로 몰라 어처구니없는 반칙을 첫 경기에서 범했던 허재는 이날 안정적으로 수비진을 지휘했고 다른 멤버들도 상대가 당황할 정도로 개인 플레이와 팀 플레이 모두에서 크게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1년 전에는 전반에만 7골을 먹었지만 이날은 0골이었고 경기 결과도, 승부를 가리기 위한 골든골 연장전 실점으로 패했지만 정규 시간은 0:0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처음과 비교해 모두 많이 성장했지만 앞으로 더 개선될 여지들도 많아 <뭉찬>의 성장 드라마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뭉찬>은 스포츠 예능으로 꼭 필요한 성장을 장착한 데 추가해 예능으로 큰 장점을 하나 더 갖추고 있다. 바로 멤버간 케미다. 다른 장르의 예능에서도 출연자 사이의 케미는 중요한데 <뭉찬>은 좀 색다르고 강력한 케미가 매력으로 작동한다.

<뭉찬>의 멤버간 케미는 이상적이다. 스포츠 선수 특유의 선후배 문화에서 상명하복의 부정적 요소들은 제외하고 장점만 잘 살린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이는 모두가 각 종목의 레전드라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기저에 깔려 있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뭉찬>의 멤버들은 그 어떤 프로그램의 출연자들보다 가까워 보인다. 후배는 선배에게 깍듯하지만 장난도 자주 칠만큼 친근하고 선배는 후배를 챙기면서 군림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14일 이형택의 골에 대해 선배 이형택의 허세와 후배 김병현, 김요한 등의 깐족거림이 이어진 경우처럼 서로를 놀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되고 여기서 재미가 많이 유발된다.

이 재미는 훈훈하고 화기애애함이 짙다. 다른 예능에서의 프로 방송인들만의 케미와는 또 다른 질감이다. <뭉찬>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웃음이고 프로그램을 떠받드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뭉찬>은 리벤지 매치를 가진 FC새벽녘과 앞으로도 1년마다 재경기를 갖자고 제안했다. 성장과 케미로 인기 예능 입지를 굳힌 <뭉찬>FC새벽녘과 몇 전까지 치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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