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성공한 농구예능 ‘뭉쏜’의 안타까운 패착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 <뭉쳐야 쏜다>는 성공한 스포츠예능 프랜차이즈다. 전직 국가대표와 레전드 스타들을 동네 아저씨로 만든 <뭉쳐야 찬다>의 성공에 이어, <뭉쏜>은 스포츠예능에서 유독 패전의 역사가 긴 종목인 ‘농구’를 가져와 무려 최고 7%가 넘고 평균 5%를 상회하는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했다. 이를 발판삼아 감독을 맡은 허재는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예능선수 중 한 명으로 떠올랐고, 현주엽은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인지도와 함께 얻은 ‘꼰대’ ‘불통’ 이미지를 어느 정도 일소했다. 김병현, 윤동식 등 색다른 캐릭터를 발굴하는 성과도 있었다.
이런 결과는 기존 농구 예능들과 달리 농구에 지나치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까지 농구 예능은 대체로 부흥의 임무를 띤 사명감과 애정을 바탕으로 과거의 향수와 추억을 이야기하거나 출연자들의 농구 구력을 전시했다. 그런 점에서 <뭉쏜>은 농구 구력이 전혀 없는 이들이 뭉쳤다는 점부터 색다른 볼거리였다. 슛이나 드리블 하는 법은 물론 룰조차 모르는 당황스러운 초짜들의 엉망진창 농구는 그 자체로 예능이 됐다.

스포츠다보니 승부는 중요하지만 이들에게 승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결과에 따라 서바이벌의 희비가 엇갈리지도 않고, 스포츠예능임에도 성장 서사와 크게 결부되지 않는다. 물론, 일반적인 스포츠예능의 서사 구조처럼 이동국, 안정환, 홍성흔처럼 백지 상태의 국가대표 선출 아저씨들이 얼마나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지가 하나의 관전 포인트이긴 하지만 윤동식, 방신봉, 김동현 등의 몸개그는 그 이상의 재미였다.
<뭉쏜>은 한국 농구의 현재를 대중 앞에 선보이는 작업도 꾸준히 했다. 허웅·허훈 형제, 전주 KCC의 트리오, 우리나라에서는 하승진에 이어 두 번째로 NBA 드래프트를 바라보는 이현중을 비롯한 유망주 등 젊은 선수들을 대중매체 중 가장 친근하면서 파괴력이 큰 무대인 TV예능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렇게 기존 농구 예능이 내세운 멋, 추억, 부활, 승부의 강조보다도 ‘웃음’과 ‘현재성’을 앞세우며 고공 행진을 하는 듯했다.

그런데 지속가능성이란 측면에서 한계를 꽤 빨리 맞이했다. 이동국 등 몇몇 출연진의 급격한 성장과 탈 동호회급 피지컬과 농구센스를 자랑하는 윤경신이 가세하면서 주전과 비주전간의 격차가 벌어졌다. 에이스의 재능에 크게 의존하는 농구라는 종목의 특성이긴 하지만, 부상을 안고 있거나 벤치워머가 된 출연자들의 존재감이 점차 줄어들면서 <뭉쏜>이 접근했던 농구공 처음 만져보는 아저씨들이 함께 만들던 엉뚱한 재미와 유쾌함, 웃음의 자극이 아무래도 줄어들었다.
승리의 문턱은 오히려 더 낮아졌다. 피지컬이나 조직력, 연령 등 게스트로 오는 상대팀 수준이 초반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다. 출연자의 친구들을 데려오는 ‘농친소’ 특집처럼 급조된 팀도 등장했다. 반면 ‘상암불낙스’는 일반 동호회에서 보기 힘든 2m대의 트윈타워를 앞세우는 등 피지컬 면에서 상대팀을 압도한다. 게다가 김동현, 윤동식, 이동국, 홍성흔 등도 무척이나 건장한 체격이다. 농구에 쓸데없는 진지함을 뺀 것은 좋았지만, 성장 서사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팀 차원의 성장과 도전의식 등 동기부여 요소가 딱히 없다보니 ‘상암불낙스’가 왜 이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어떤 노력과 성장을 거쳐 왔는지 이야기가 잘 흐르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오는 8월에 방송이 예정된 <뭉쳐야 찬다2>와 바통터치를 앞두고 꺼내든 카드가 결국 ‘농구대잔치’다. 안 그래도 밋밋해지는 와중에 농구를 1990년대 추억으로 풀어내는 기존 전철을 답습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뭉쏜>의 장점이 농구 예능에 대한 고민이라기보다 <뭉찬> 시리즈의 정체성을 이어오다 보니 얻어걸렸다고 해석될 만큼, 농구를 예능에 접목하는 색다른 스텝들을 보면서 가졌던 흥미가 깨졌다.
게다가 큰 이벤트를 앞두고 충성 시청자들이 반감을 강하게 드러나게 할 ‘사건’이 발생했다. 스포츠예능이 진지하고 전문적일 필요는 없지만 놓쳐서는 안 될 스포츠정신, 즉 진정성은 있어야 한다. 심판을 폭행하고,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이들마저도 추억이란 보정필터를 끼우고 내보낸다는 것은 스포츠를 소재로 삼은 진정성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패착이다.

논란이 커지자 담당PD는 “과거 농구대잔치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대중 정서에 부합하지 못하는 섭외로 걱정을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시청자 여러분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해 보시기에 불편한 부분은 편집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약속한대로 지난 방송에서 기아자동차나 연세대 팀을 잡을 때 최대한 문제 인물이 등장하지 않도록 통편집했다. 그러다보니 화질이 고르지 못하고, 어색한 장면이 종종 등장했다. 스포츠를 너무 쉽게 생각한 탓이다. <뭉쏜>은 지금껏 나온 것 중 가장 성공한 농구예능이라고 할 수 있으나 여전히 농구와 예능이 모두 ‘윈윈’하는 답을 찾지 못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