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찬다2’의 기인열전, 비인기종목 선수들의 노력의 결과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아니 이거 진기명기에 나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스피드 클라이밍 선수 손종석이 엄지와 검지만으로 호두를 연거푸 박살내버리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거의 호두까기머신’ 수준으로 별 힘도 주지 않은 듯 너무나 쉽게 호두를 깨버리는 괴력이라니! 손종석 선수는 사과를 손아귀 힘으로만 마치 칼로 자른 듯 8조각을 내는 놀라운 광경도 연출했다. 이건 그러나 ‘진기명기’도 아니고 ‘기인열전’도 아닌 JTBC 예능 <뭉쳐야 찬다2>의 풍경이다. 스포츠스타들이 뭉쳐 조기축구를 하는 프로그램에 왜 이런 난데없는 광경이 펼쳐진 걸까.

<뭉쳐야 찬다2>가 오디션 과정을 통해 신입 선수들을 뽑으면서 벌어진 이색적인 광경이다. 시즌1에서 선수들은 은퇴한 레전드 스타들로 꾸려졌지만, 시즌2는 안정환 감독을 돕는 이동국 코치를 더한 후, 시즌1 선수들 중 이형택, 김동현, 모태범, 박태환, 김요한, 윤동식을 생존시키고 나머지 멤버들은 오디션을 통해 뽑는 방식을 취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건 이 오디션 참가자들의 면면이다. 이른바 ‘비인기종목’으로 불리는 스포츠의 스타들에게 참가 기회를 주겠다는 것. 축구를 하게 될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비인기종목을 더 알리는 기회로도 삼겠다는 게 이런 선택의 의도다.

그래서 일종의 ‘오디션 장’이 마련되었고, 심사위원으로 안정환, 이동국과 더불어 정형돈, 김용만이 평가를 하게 됐다. 그런데 그 오디션 형식이 흥미롭다. JTBC <싱어게인> 방식처럼 합격버튼을 누르면 뒤쪽으로 불이 들어오게 되어있고, 그 불은 축구공 모양으로 되어 있다. 그 불이 네 개 중 세 개는 켜져야 합격이다. 또 오디션 도전자들이 들어오기 전 궁금증을 자아내는 ‘의성군이 낳은 다비드’, ‘인도의 BTS’, ‘국가대표 손흥민’ 같은 자막을 먼저 보여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방식도 <싱어게인>이 그대로다. 진행도 음악 오디션을 봐왔던 김성주가 하고 있으니 오디션 형식의 진용은 갖춰진 셈이다. <싱어게인>을 패러디한 ‘슛어게인’.

그런데 오디션에 참가하는 이들이 진짜 ‘슛어게인’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첫 번째 오디션 도전자인 씨름계 아이돌 박정우는 씨름선수가 되기 전 초등학교 때 축구를 했었고 그래서 <뭉쳐야 찬다> 시즌1의 팬이었다고 했다. 지금은 다시 축구선수로 갈 수 없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 번 축구를 해보고 싶다는 것.

두 번째 도전자인 이장군 선수는 인도의 국기인 카바디라는 낯선 스포츠로 인도 내에서 BTS급 인기를 끌고 있는 선수였다. 최초의 인도 리그에 진출한 그는 ‘코리안 킹’으로 불리며 억대급 연봉을 받을 정도로 인도 내에서 인기가 있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인도로 가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는 처지라고 했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카바디라는 스포츠를 알리고픈 취지가 분명한 출연이었다.

스피드 클라이밍의 손종석 선수, 유도의 김성민,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모델인 스키점프의 강칠구 선수, 아이스하키 1세대 전설 송동환, 컬링 국가대표 전재익 모두 비인기종목 스포츠를 대중적으로 알리고픈 욕망을 드러냈다.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드러난 것이지만, 이제 대중들도 ‘비인기종목’이라는 표현 자체를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저마다의 취향에 맞는 스포츠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런 점에서 <뭉쳐야 찬다2>가 이런 오디션 방식을 통해 이런 낯선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을 출연시켜 그 종목의 매력을 알릴 기회를 준다는 건 시의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놀라운 건 오디션 참가자들이 거의 모두 진기명기 수준의 능력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평소 동료 선수를 무등 태우고 모래 위를 달리는 훈련을 한다는 박정우는 안정환을 무등 태우고 달리는 희귀한 장면을 보여줬고, 카바디의 이장군은 단련된 근육으로 허벅지 사이에 수박을 놓고 깨버리는 괴력을 보여줬다. 손종석 선수는 사과 쪼개기, 호두 깨기에 이어 중지만으로 턱걸이를 하는 놀라운 광경을 선보였으며, 강칠구 선수는 짐볼 위에 척척 올라설 정도의 단련된 코어 근육과 균형감각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러한 진기명기 수준의 기량은 그저 눈요깃거리에만 머무는 게 아니었다. 그건 그들이 비인기 종목으로 불리며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해온 연습과 노력의 결과였다. 손가락 하나로 턱걸이를 너무나 편하게 하는 손종석 선수의 그런 힘은 스피드 클라이밍을 위해 그가 얼마나 쉬지 않고 훈련을 해왔는가를 에둘러 보여준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스포츠는 서로 통하는 구석이 있어, 이렇게 단련된 몸은 축구라는 새로운 종목에도 어울리는 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카바디의 이장군의 강철같은 몸은 축구의 몸싸움에 최적화되어 있었고, 스키점프의 강칠구 선수가 보여주는 균형감각은 코어 근육이 좋아야 방향전환이나 볼 감각도 좋아지는 축구와 잘 어울렸다.

물론 축구와 어울리지 않는 도전자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135kg 이상급 유도선수인 김성민이나 컬링 국가대표 전재익 선수가 그렇다. 하지만 이들의 출연이 의미 없는 건 아니었다. 자신들의 종목과 더불어 그들의 매력적인 면면들을 오디션 형식을 통해 알리는 계기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심사위원으로 왜 안정환, 이동국 같은 축구 레전드들만이 아닌 김용만, 정형돈 같은 예능인이 참여했는가 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이들은 축구와 어울리지 않아 선택되지 않더라도 도전자들의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면들을 호응해주고 끄집어내주는 역할을 했다. 아마도 향후 컬링 국가대표 전재익 선수가 동계올림픽에 등장하게 되면, <뭉쳐야 찬다2>에서 그가 보였던 더할 나위 없는 귀여움과 끼가 생각나게 될 것이다. 그만큼 그 종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테고.

이른바 비인기종목으로 불리는 스포츠를 오디션 형식으로 알릴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진기명기 수준의 기량을 축구라는 종목과 접목하며, 나아가 오디션 형식과 희귀한 광경들이 만들어내는 재미까지 더함으로서 <뭉쳐야 찬다2>는 그 시작점부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물론 이런 기량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신입들의 등장은 이번 시즌의 ‘어쩌다벤져스’팀이 목표로 삼고 있는 우승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여준다.

“물론 축구를 통해서 이분들을 알리는 게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그렇게 통로가 돼서 비인기 스포츠로 설움받던 그런 것을 한번 풀 수 있게끔 했으면 좋겠다.” 안정환이 조심스럽게 내놓은 취지가 무엇보다 마음을 잡아끈다. ‘슛어게인’으로 돌아와 재미, 의미 다 잡은 <뭉쳐야 찬다2>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 커지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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