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찬2’가 롱런하기 위해서 진짜 필요한 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코로나 2년차, 스포츠 예능이 진정성과 과몰입이란 새로운 예능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JTBC 최고 시청률 프로그램인 <뭉쳐야 찬다2>는 <뭉쳐야 쏜다>와 도쿄 올림픽을 뜀틀 삼아 현재 불고 있는 2021년 스포츠예능 열풍의 중심에 있는 프로그램이다. 비록 ‘여성’이란 키워드는 없지만, 기존 스포츠예능과 출발선과 목표가 다르다는 점에서 뉴웨이브다. 시즌1이 ‘아재들’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시즌2는 일반인 동호회 선수들보다 몇 차원 다른 피지컬과 운동능력을 ‘인정하고’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삼는다.

<뭉찬2>가 흥미로운 것은 피지컬이나 기술적으로나 예능 치고는 완성형인 선수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과감히 기존 멤버들과는 대부분 결별하고 3차례에 걸친 치열한 오디션 과정을 거치며 수준급 선수들을 수급했다. 이대훈, 허민호, 김준현, 안드레 진 등 축구 보는 맛이 나는 출연진들로 스쿼드를 채우고, 진지한 승부, 주전 자리를 위한 경쟁, 높은 수준의 기술 등 시즌1과는 달리 수준 높은 축구 경기를 처음부터 보여준다. 시청자들도 이 팀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시청 소감 또한 해외축구 커뮤니티에서 볼법한 선수의 특성 파악과 전술적 활용도 등에 대한 갑론을박이 대부분이다.

스포츠예능의 필수 요건인 성장 스토리는 KBS <우리동네 예체능>을 비롯한 대부분의 스포츠예능이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MBC <무한도전>처럼 개인의 성장 서사를 팀의 성장으로 연결 짓는 게 아니라 스포츠 차원의 ‘팀’ 구축에 맞춰져 있다. 축구를 전혀 몰랐던 출연자가 점차 눈을 떠가는 개개인의 성장 서사보다 원팀으로 만들어져가는 전술적 과정과 승부의 질로 볼거리와 재미를 만든다. 감독과 코치가 옥석을 가려 선수를 선별하고 맞는 자리를 테스트하면서 팀의 수준을 높인다. 출연진의 보강 또한 예능 차원이 아닌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 수급 차원에서 벌어진다.

스포츠예능의 한계는 스포츠 만화식 성장 서사를 근간으로 하거나, 최근의 골프나 예전 농구 예능들처럼 보편성을 띠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즉, 연예인(혹은 출연자)들이 왜 이 게임을 하고 왜 이겨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예능 방송을 통해서 이들의 경기를 보아야 하는지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던 명분이 부족했다. 그런데 사족은 거두절미하고 승부에 몰두하면서 진정성과 과몰입 현상이 나타났다. 올림픽의 여운을 흡수한 시기적 영향도 일부 반영됐다.

하지만, <뭉쳐야 찬다2>는 시즌1이 남긴 숙제를 다 풀지는 못했다. 시즌1도 연전연패가 당연하던 아재들의 성장 서사가 완만해지면서 구력이 있는 젊은 피들을 수혈해 승률을 높이는 쪽으로 변화를 준 바 있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시청률과 화제성, 즉 재미가 떨어졌다. 시즌2는 무려 8%가 넘는 높은 기대로 시작했고 현재도 JTBC 1위 예능이지만 이후 시청률은 완만히 감소 중이다. 새로운 얼굴에 대한 기대가 끝난 이후, 기존 스포츠 예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무기가 진정성 이외에 하나 더 필요해진 시점이다.

동해안으로 떠난 이번 단합대회는 그래서 적절한 시점이긴 했다. 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하나의 이야기 단락이 완성되면서 잠깐 숨을 고르고 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로지 한 팀만을 다루기에 매주 경기를 하는 것만으로는 볼거리를 만들 수가 없다. 하지만 이번 주 단합대회와 같은 분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예능 차원의 볼거리를 축구 밖에서 만드는 시도는 오늘날 <뭉찬2>나 스포츠 예능의 성공과는 거리가 있는 방식이라 원치 않은 결과를 낳을 확률 또한 높다.

특히 운동선수 출신들이 보여주는 수준 높은 승부가 핵심 콘텐츠인데, 예능 차원의 볼거리 편성이 늘어나고 축구와 경기 밖에서 캐릭터를 만들려는 시도가 늘어날수록 이야기는 늘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단합대회 중 모래사장에서 자체 청백전을 벌인 비치사커의 경우, 예능 파트를 맡은 김성주와 김용만의 편파 중계와 판정이 <뭉찬2>만의 진정성과 부딪혀 뒤엉키면서 과몰입을 깨트리기도 했다. 억울함에 벌어지는 실랑이가 재밌을 수도 있지만 진지함 덕분에 인기 있었던 예능인데 재미를 위해 열심히 한 상황과 사람이 우스워지면 모두가 어색해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그래서 <뭉찬2>는 지난주 같은 예능 차원의 접근과 볼거리가 늘어날수록 봐야하는 명분에 대한 고민이 생기게 된다. 당장 이번 주부터 경기가 다시 시작되겠지만, 한번 흐트러진 몰입을 다시 모으기 위해선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해진다. 즉 축구에서 더 큰 진심과 퍼포먼스를 발휘해야 한다.

스포츠예능의 부흥을 함께 이끌고 있는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진정성은 첫 토너먼트 이후 각기 다른 매력이 있는 팀의 팬덤으로 확장됐다. 종목과 분위기가 다를 뿐 현재 가장 뜨거운 예능이라 할 수 있는 엠넷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가 갈수록 더욱 거세게 불타오르고 있는 이유와도 같은 맥락이다. 치열한 경기, 경쟁을 둘러싼 스토리가 아니라 그 무대 안에서 캐릭터와 스토리와 드라마가 나온 케이스다. <뭉찬2>는 지금 여유롭게 호흡 조절을 할 때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원하는 재미를 위해 축구장 안으로 힘차게 뛰어 들어갈 필요가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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