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찬2’ 축구와 비인기 종목 사이, 진정성으로 균형잡기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남지우·이승한·정석희 세 명의 TV평론가가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시즌 1에 비해 진지해진 것 같더라고요.” 시즌 2로 돌아온 JTBC <뭉쳐야 찬다>를 두고, [TV삼분지계] 단체 대화방에서는 다분히 놀랍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시즌 1이 각 종목에서 ‘전설’을 이룬 전직 스포츠 스타들이 축구 구장에서는 룰을 몰라 헤매고 헛발질을 일삼는 모습을 웃음의 동력으로 삼았다면, 시즌 2는 ‘전국제패’라는 목표를 설정하고는 시작부터 정색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선발한다. 시즌 1에서 이미 전국대회 준우승이라는 결과를 봤으니, 전력을 보강해 더 진지하게 임한다면 충분히 더 높은 곳을 노려볼 수 있지 않겠냐는 계산일 것이다. 하긴, 시즌 2의 목표가 시즌 1보다 높지 않다면 그것도 김빠지는 일이 아닐까.

<뭉쳐야 찬다 2>는 이에 더해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을 팀원으로 선발해, 해당 종목을 향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촉구한다’는 목표까지 얹는다. 자신들이 확보한 관심과 시청률이라는 자원을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들이 주목한 지점도 바로 여기다.

정석희 평론가는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비인기 종목의 운동선수를 소개하는 <뭉쳐야 찬다 2>의 방향성이, <뭉쳐야 찬다>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E채널 <노는 언니>의 장점을 다시 <뭉쳐야 찬다 2>가 흡수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유기적으로 발전하는 예능의 흐름에 주목한 정석희 평론가는, 본격적인 축구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다소 더딘 감은 있지만 “우리가 언제 이렇게 비인기 종목 선수에게 집중해 보겠는가.”라며 더도 덜도 말고 비인기 종목을 위한 배려로 이해하자는 당부를 남겼다.

이승한 평론가는 오디션 참가자가 자신의 종목에서 이룬 성취와 무관하게 철저히 ‘축구’로만 평가하는 <뭉찬2>와 안정환의 태도가, 오히려 참가자에 대한 존중이라고 평한다. <뭉찬 2>의 기존 구성원들에게 비인기 종목을 평가할 만한 안목이 있는 게 아닌 이상 “해당 종목에서 이룬 성취를 이유로 축구도 잘 할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결례가 될 수 있”으며, 지금의 냉정해 보이는 평가야말로 상대를 존중하는 방식일 수 있다는 평이다.

남지우 평론가는 참가자들에겐 “축구가 끝난 후엔 망설임 없이 돌아갈” 자기 종목이 있기에 오디션의 온도가 활활 타오르지는 않는다는 점이 역설적인 매력이라고 평하며, 이 지점을 영리하게 캐치해서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정형돈의 활약을 칭찬했다.

◆ ‘뭉찬’, 비인기 종목을 향한 진정성을 더하다

언제부턴가 예능 프로그램은 원조와 아류를 가를 것 없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새 길을 만들어 간다. 마치 우리네 집 밥과 프랑스 가정식이 조화로이 어우러진 퓨전 요리처럼. JTBC <뭉쳐야 찬다> ‘시즌 1’이 있었기에 E채널 <노는 언니>가 탄생할 수 있었다. ‘남자들끼리 운동을 한다고? 우리는 여자들끼리 해볼까?’ 또 이 두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장안의 화제작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탄생했다. 여자들끼리 얼마나 잘 놀 수 있는지 <노는 언니>가 제대로 보여줬으니까. 그리고 <뭉쳐야 찬다> ‘시즌 2’는 <노는 언니>와 <골 때리는 그녀들>의 장점을 모아 모아 말 그대로 신작로를 깔기 시작했다. 예능을 뛰어 넘는 진정성과 비인기 종목을 향한 관심, ‘시즌 2’가 새로운 길을 열고자 마련한 특수 장비다.

딴 프로그램 모양으로 분위기가 일변한 ‘시즌 2’. 하기야 팀 이름부터 ‘어쩌다FC'에서 ’어쩌다벤져스‘로 바뀌지 않았나. 안정환 감독 외에는 진지함이 부족해서 아쉬웠던 ‘시즌 1’과 달리 ‘시즌 2’에 다시 초대된 이형택, 김동현, 모태범, 김요한, 박태환, 윤동식 등 6인의 자세는 사뭇 달라졌다. <골 때리는 그녀들>의 빛나는 성공이 다름 아닌 선수들의 열정 어린 투혼 덕임을 다들 눈치 챈 것이다. 

안정환 감독과 이동국 코치의 전력 점검의 시간 ‘스페셜’ 회로 예열을 마치고 새로운 멤버 충원에 나섰는데 오디션 프로그램도 아니거늘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도대체 축구는 언제 하려나, 이런저런 지적들이 줄을 잇는다. 더도 덜도 말고 비인기 종목을 위한 배려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비인기 종목 선수에게 집중해보겠는가.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비인기 종목과 축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법

심사위원석에 앉은 안정환은, 왜 합격을 누르지 않았는지 설명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철저하게 축구 실력으로만 봤습니다.” 이미 자신들의 종목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선수들을 축구 실력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난감함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몇 번이나 태극기를 달고 국제 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따 온 사람들, 비인기 종목이라는 한계를 넘어 해당 종목의 대중화를 위해 땀 흘린 사람들. 그런 이들을 오직 축구로만 평가하는 일에는 분명 조심스러운 구석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안정환과 <뭉쳐야 찬다 2>는 ‘축구 실력과 잠재력으로만 평가한다’는 기조를 버리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뭉쳐야 찬다 2>가 처한 미묘한 위치가 드러난다. 축구 프로그램에 몰린 대중적 관심을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에게도 나눠준다는 <뭉쳐야 찬다 2>의 목표는 분명 모순된 구석이 있다. 압도적인 힘과 근력, 균형감각을 지닌 선수라 하더라도, 그 힘과 근육이 축구를 하기에 적합한 종류의 것이 아니라면 빛을 못 볼 수도 있다. 게다가 발탁된 선수가 ‘어쩌다벤져스’ 팀에서 놀라운 활약을 선보인다고 해도, 그것 만으로 해당 선수의 원래 종목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 장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이다.

이 미묘한 아이러니를 돌파하는 <뭉쳐야 찬다 2>의 방식은, 정면돌파다. 어차피 평생 축구에만 헌신했던 안정환과 이동국이 카바디나 스피드 클라이밍과 같은 비인기 종목 선수의 기량에 대해 코멘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해당 종목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그 종목에서 일가를 이룬 현재 진행형 전설들을 평가하는 건 오히려 결례일 테니까. 그렇다면 해당 종목에서 이룬 성취를 이유로 축구도 잘 할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 또한 결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안정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평가이자 프로그램의 핵심인 ‘축구’만 집중해서 평가하고, 자신의 평가는 참가자가 원래 종목에서 이룬 빛나는 성취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다소 냉정해 보이는 방식이지만, 어쩌면 그 진지함이야말로 <뭉쳐야 찬다 2>가 복잡하고 미묘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균형감각인지 모른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 돌아갈 곳이 있는 선수들을 항한 존중

감독 안정환은 자칭 ‘세계최초 스포츠 오디션’인 ‘슛어게인’을 앞두고 이렇게 말한다. 축구를 통해서 이분들을 알린다는 것에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하지만 이것이 통로가 되어 비인기 스포츠에서 받던 설움을 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유명 스포츠 스타인 그가, 어쩌면 <뭉쳐야 찬다2>의 제작진 모두가 자신들이 개최하는 이 오디션이 품게 된 아이러니, 즉 묘하게 위선적인 면모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기와 비인기 스포츠의 경계는 선수 개개인의 재능과 노력의 정도가 아니라, 멈추지 않는 자본의 운동이 구분 짓는다. 따라서 ‘인기종목’이라는 수혜를 입고 자라난 축구가 주제인 프로그램에서, ‘비인기종목’이라는 제제를 감히 다루겠다 선언한 이번 시즌, 안정환 감독의 발언은 너무나 적절하고 꼭 필요한 자기비평이라 느껴졌다.

2주간 이어지고 있는 1차 오디션의 내용을 보면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뭉쳐야 찬다2>만의 독특한 온도가 느껴진다. (주로 음악) 오디션 참가자들은 대게 그 분야의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로 우승을 향해 나아간다. 100도씨의 경쟁, 100도씨의 간절함. 이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죽을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태도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고전적인 정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슛어게인 참가자들에겐 축구 오디션에서, 축구라는 스포츠로 1등을 하겠다는 목표가 없다. 그들 각자에겐 씨름, 카바디, 유도, 컬링, 아이스하키라는 친정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있어 온 곳, 앞으로도 있어 갈 곳, 축구가 끝난 후엔 망설임 없이 돌아갈 곳이다. 덕분에 슛어게인 오디션의 온도는 약 30~40도씨, 뜨뜻미지근한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치열하지 않기에 매력적이다.

이 보통은 아닌 오디션의 이상야릇한 온도를 누구보다 잘 포착하고 있는 멤버는 정형돈이다. 나는 그가 얼마나 영리한 진행자이자 방송인인지를 오랜만에 느끼고 있다. 시리즈의 고정 멤버인 김용만과 함께 ‘축구 오디션 심사위원’이라는 엉뚱한 자리에 오른 그는, 비전문 참가자들의 축구 실력을 다소 진지하게 논평하는 안정환 감독과 이동국 코치의 말들에 일부러 농담과 장난을 얹고 가끔은 찬물을 끼얹는다. 정형돈의 이런 태도는 유명 심사위원과 일반인 참가자 사이의 위계, 인기종목과 비인기종목 사이의 위계를 최대한 상쇄하는 효과를 낳는다. “스키점프 선수로서 (축구 실력이 아니라) 끼를 보여주고 싶다”는 강칠구 선수의 지원 동기에 “바로 합격”이라며 능청스럽게 버튼을 누르는 그는, 참가자의 덜 간절함, 덜 진지함에 점수를 주며 프로그램의 전제를 다시 한번 환기한다. 이들 모두는 여기 축구가 아닌, 각자가 사랑하는 스포츠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걸. 이 덕분에 축구라는 인기 스포츠의 자원을 활용해 비인기 스포츠를 알리겠다는 <뭉쳐야 찬다2>의 선의는, 위선으로 오해되거나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남지우 칼럼니스트 Instagram @jmbar_jwjw

[사진·영상=JTBC. 그래픽=이승한]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