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찬2’, 비인기종목 선수들 조명만큼 예우도 필요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JTBC 예능 <뭉쳐야 찬다2>는 ‘전설들의 조기축구’라는 시즌1의 콘셉트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비인기 스포츠 종목과 스타들을 조명한다는 취지의 ‘신입 선발과정’을 넣었다. JTBC <싱어게인>의 오디션 형식을 가져왔고, 심사위원으로 안정환, 이동국, 김용만, 정형돈이 자리했다. 취지도 좋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끌어온 오디션 형식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각 종목의 특성에 맞게 몸을 단련시킨 전현직 선수들이 ‘기인열전’에 가까운 ‘진기한 광경’을 보여주는 대목은 이 오디션의 재미와 의미를 모두 담아냈다. 허벅지 근육의 힘만으로 수박을 깨고(인도의 국기 카바디의 이장군 선수), 엄지와 검지만으로 호두를 박살내며(스피드 클라이밍 손종석 선수), 평롤러 위에서 사이클을 하며 줄넘기를 하고 축구공을 발로 받아내며 헤딩을 하고 순간 시속 100km로 달리는(한국 최초 철인 3종경기로 올림픽 출전한 허민호 선수) 광경들이라니... 이런 진기한 광경들은 그 자체로 재미도 있지만 그 운동을 위해 선수들이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해왔는가를 단박에 알아차리게 해줬으니 말이다.

하지만 비인기종목 스포츠와 선수들을 조명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미 레전드인 이 선수들이 비인기종목이라는 이유로 신입 선발과정의 오디션을 치러야 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제기됐다. 당연한 비판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자신들의 종목과 자기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은 합당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오디션 방식이 그래도 공감대가 생기는 지점이었다.
실제로 안정환은 애초 <뭉쳐야 찬다2>에서 축구를 통해 비인기종목 스포츠와 선수들을 알린다는 사실에 대한 송구함을 전한 바 있다. “물론 축구를 통해서 이분들을 알리는 게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그렇게 통로가 돼서 비인기 스포츠로 설움 받던 그런 것을 한번 풀 수 있게끔 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 그 언급만으로도 어느 정도 신뢰와 응원의 마음이 생겼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디션이 3회 연속 진행되면서 과연 애초 취지대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과 아쉬움도 생겨났다. 그것은 <뭉쳐야 찬다2>가 애초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신입 선수 선발 과정을 담는 그 과정이 어느 정도 이해되고 공감도 되지만, 너무 엄격한 선발 과정이 주는 불편함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승패를 가르는 스포츠라는 요소와 웃음과 재미 그리고 의미까지 찾는 예능이라는 요소가 부딪치며 생겨나는 불협화음이다.
단적으로 한국 아마추어 간판 복서인 김주성 선수가 1차 오디션에서 탈락한 사례가 그렇다. 금메달 22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6개를 딴 현역 복싱선수지만, 과거와 달리 인기가 별로 없어 주목되지 못했던 김주성 선수는 그 자체로도 이 프로그램의 오디션 취지와 잘 어울렸다. 게다가 달리기 같은 체력적인 능력도 좋았고, 볼 다루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특유의 순발력과 감각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네 명의 심사위원 중 두 표만 받아 탈락했다. 안정환이 밝힌 탈락의 이유는 “축구적인 면이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물론 감독을 맡고 있는 안정환이 향후 팀 구성까지 염두에 두고 좀 더 엄밀하게 오디션의 심사를 하는 건 나름 이해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뭉쳐야 찬다2>는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세워두고 있다. 그러니 훨씬 준비된 신입을 뽑으려 하는 것일 게다. 하지만 이렇게 완전히 준비된 신입을 뽑는다는 건 너무 ‘결과 지향적’인 모습이다. 스포츠적 요소로서는 이해되는 일이지만, 과정의 이야기를 담는 예능적 요소로서는 이런 엄밀한 잣대가 시청자들에게는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체력은 물론이고 축구 실력도 다 갖춘 철인 3종 경기의 허민호 선수에게 다소 예능적인 모습으로 합격 버튼을 누르지 않은 정형돈의 이야기는 그래서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허민호 선수 모든 게 완벽합니다. 그래서 전 누르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우리 <뭉쳐야 찬다>는 성장형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이미 허민호 선수는 완성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정형돈은 이런 선택이 늘 합격버튼을 앞장서 눌러 온 자신이 합격 사실이 분명한 허민호 선수의 경우 한번쯤 안 눌러보고파서 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뭉쳐야 찬다2>가 우승을 목표로 하는 스포츠를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는 이 장면은, 어째서 심사에 축구 레전드인 안정환, 이동국 이외에도 김용만, 정형돈이 앉아 있는가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진심을 다해 축구를 하겠다는 건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국가대표를 뽑는 것도 아닌데 너무 엄밀한 기준을 과하게 내세우다보면 비인기종목이지만 그 종목에서 이미 레전드인 선수들에 대한 예우가 아닌 것 같은 불편함이 남는다.
비인기 종목 스포츠와 선수들을 조명하겠다는 취지가 살려면, 일회적으로 출연해 최선을 다해 오디션을 본 모든 선수들을 탈락이 아니라 적어도 후보군 정도로 남겨 계속 모습을 보여주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고, 결국 팀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줄 수도 있으며, 좀 더 다채로운 이야기도 가능해질 테니 말이다. 1차 오디션은 어느 정도 끝나가고 있다. 2차 오디션이 남았다고 하지만 지금이라도 오디션에서 탈락했지만 그래도 함께 하고픈 선수들을 위한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것이 진짜 이번 <뭉쳐야 찬다2>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