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격려 보낸 안정환, 태극전사들 투혼을 알기에(‘안정환의 히든카타르’)

[엔터미디어=정덕현] 2022 카타르월드컵은 브라질과의 16강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경기 결과는 1대4. FIFA랭킹 1위 브라질의 벽은 높았다. 브라질은 전반에만 네 골을 몰아쳤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쥐고 흐름을 이어갔고 교체 투입된 백승호의 월드컵 첫 데뷔골로 새벽까지 응원한 국민들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안정환은 경기 시작 전에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고, 끝난 후에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브라질 경기의 패배에 아쉬움을 가질 수 있지만, 지금은 선수들을 향한 응원이 더 필요한 때인 것 같다”고 응원했다. 패배에도 그가 응원하고 격려를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16강까지의 과정이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고, 무엇보다 선수들이 온 몸을 갈아 넣어 뛰고 또 뛰었던 걸 가까이서 봤기 때문이었다.

사실 월드컵 같은 축구 경기도 중계방송만 봐서는 그 안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실감하기는 쉽지 않다. 경기 결과만 보고 그 내용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즉 경기 이외에도 가려진 부분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걸 들여다보면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뛰고 또 뛰었는가를 비로소 절감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MBC가 이번 카타르월드컵에 맞춰 기획한 <안정환의 히든카타르>는 너무나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보인다. 그간 <이경규가 간다> 같은 코너를 통해 월드컵 경기를 직관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시도되었지만, <안정환의 히든카타르>가 달랐던 건 해설위원인 안정환이 캐스터인 김성주와 중계 바깥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담고, 김용만과 정형돈이 히든 서포터즈로 출연해 경기장 안팎의 다양한 광경들을 포착해내는 스포츠중계와 예능이 접목된 방송이었다는 점이다.

16강전이 치러지기에 앞서 방영된 <안정환의 히든카타르> 3회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진가가 폭발한 회차였다. 시청률이 8.2%(닐슨 코리아)까지 치솟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에게는 가장 극적인 순간을 안겨준 포르투갈전이 담겼기 때문이다. 전반 시작 5분만에 한 골을 먹었지만, 선제골을 넣고 단 한 차례도 진 적이 없다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뼈가 부서지도록 달린 선수들의 투혼은 결국 1대1 동점, 그리고 2대1 극장골을 통한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이기고 난 후에도 골득실 차이로 16강행이 결정되기 때문에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를 초조하게 들여다보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이러한 드라마틱한 과정들이 <안정환의 히든카타르>에 고스란히 담겼다. 안정환의 공감가는 입담은 이 프로그램에서도 다시금 재조명됐다. 호날두의 등에 맞고 흘러온 공을 김영권이 차서 동점골이 터졌을 때 “호날두가 도왔다”는 멘트나 역전골을 넣고 2대1이 된 후 경기 종료를 기다리는 순간에는 가나전에서 추가시간을 끝까지 주지 않고 끝낸 주심에 대한 뒷끝 멘트로 “10분 일찍 끝내야죠”라는 말이 그랬다.

하지만 <안정환의 히든카타르>를 통해 다시금 보게 된 포르투갈전의 역전승은 선수와 응원단들의 합작품이었다. 쓰러지고 무너져도 일어나 다시 뛰고 또 뛰는 선수들이 있었고, 그 선수들이 지쳐갈 즈음 여지없이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선수들에게 기운을 넣어주는 붉은 악마들이 있었다. 그러니 경기가 끝나고 16강이 확정되었을 때 선수들도 응원단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기쁨의 눈물을 함께 흘릴 수밖에 없었다. 히든 서포터즈로 참여한 김용만과 정형돈은 펑펑 눈물을 쏟아내며 그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었다.

부상 하나씩은 다 달고 있으면서도 희생을 마다치 않고 뛰었던 선수들의 면면들이 ‘히든 카메라’에 포착되었고, 경기를 뛰는 선수나 그걸 관전하는 감독, 코치, 다른 선수들 모두 그들과 함께 뛰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안정환의 히든카타르>는 그렇게 경기 중계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숨겨진 그림들을 보여줌으로써 그간 선수들이 얼마나 투지를 불태우며 뛰어왔는가를 실감하게 해줬다.

그래서일까. <안정환의 히든카타르>를 통해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뛰었고 좋지 않은 몸 상태로도 분전을 해왔는가를 확인한 분들이라면 브라질전에서 분패가 결코 실패가 아니라는 걸 절감할 수밖에 없었을 게다.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후 기쁨의 눈물을 보이는 선수들을 보며 안정환이 할 말을 잃은 듯 가만히 있다가 “해내네요. 우리 후배들 해내네요.”라며 울컥하는 그 순간을 본 우리들은 알고 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걸. 그래서 8강 진출 좌절이 결코 아쉽지 않다는 걸.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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