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행’, 박명수·하하의 조합 어째서 웃길수록 아쉬움이 생길까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에 박명수와 하하가 다시 등장했다. 이번엔 무인도가 아니라 산 속. 자연인을 찾아가는 길조차 험난한 그 곳에 들어선 박명수와 하하의 투덜대는 익숙한 광경이 이어진다. “아니 다른 길 없냐고!” 하고 외치는 박명수의 화난 모습은 이번에 만날 자연인이 만만찮다는 걸 드러내는 베테랑 예능인의 공력이 묻어난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자연인의 삶을 체험하며 나오는 출연자들의 개고생이 핵심적인 웃음의 포인트라는 걸 박명수나 하하가 모를 리 없다.

무한머슴이라고 이번 콘셉트를 스튜디오에서 소개한 박명수와 하하에게 안정환이 지난 번 무인도로 간 그들의 체험이 고급스러운 패키지였다고 하자 박명수는 남 잘되는 꼴을 못 본다며 안정환을 예능 핏덩이라며 선배들이 하는 걸 보라고 말한다. 그런데 예능 베테랑은 과연 지금의 보다 리얼하고 자연스러운 상황들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더 유리한 지점일까.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길에서 만난 자연인을 따라 강가에 끌려가(?) 하게 된 낚시에서 박명수와 하하는 얼음장 같은 강물에 발을 들이며 베테랑다운 리액션을 보여준다. 게다가 박명수는 미끄러운 바위로 된 바닥 때문에 연거푸 넘어져 속옷까지 다 젖게 되고, 그걸 본 자연인마저 웃게 만든다. 하하는 지난 번 무인도 쭈꾸미 낚시에서도 그랬듯 잡았던 물고기마저 놓치는 모습으로 박명수의 구박을 받는다.

그런 리액션들은 아마도 박명수가 말하듯 짜놓은 몸 개그나 상황극이 아니었을 게다. 하지만 이미 <무한도전> 시절부터 이들의 케미를 오래도록 봐온 시청자들로서는 이제 짜지 않아도 척척 나오는 그들의 리액션이 너무 익숙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이어진 입담농담 역시 마찬가지다. 입담이 있어야 편안하게 스튜디오에서 하는데 입담이 없어 이렇게 힘든 일을 하게 됐다는 것. 하하가 콕 집어낸 입담 농담에 박명수는 여지없이 합을 맞춰 말장난 개그까지 더해 웃음을 뽑아내려 한다.

그렇게 어렵게 물고기를 잡아 자연인의 집으로 온 박명수와 하하는 자연인이 건네준 머슴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한바탕 웃음을 만들어낸다. 속옷까지 다 젖었지만 팬티를 챙겨오지 않은 박명수에게 자연인이 자기 팬티를 건네주면서 생긴 상황에 초면 팬티라는 멘트를 더해준다. 처음 만나서 팬티를 나눠 입게 된 그 상황이 주는 웃음을 예능 베테랑들이 놓칠 리 없다.

하지만 이런 예능 베테랑다운 면면들은 <안싸우면 다행이야>라는 리얼함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프로그램에서는 어딘지 장점이 아닌 단점처럼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프로그램의 파일럿만으로 8% 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안정환과 이영표의 그런 자연에서의 예능에 다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더 큰 장점으로 보인다. 박명수가 예능 핏덩이라고 했지만 그것이 그들의 장점이 되는 게 어쩌면 관찰카메라 시대의 역전된 상황이라는 것.

그러고 보면 이전에 출연했던 문희준, 토니안이 산으로 들어가 더덕을 캐기 위해 산을 넘어가고 물고기를 잡고 나무를 하며 겪는 생고생이 주는 케미가 훨씬 자연스럽게 다가온 건 그들이 그런 상황의 예능을 보여준 적이 별로 없어서다. 아이돌 시절의 그림들과 자연인 체험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비교해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리얼한 웃음을 전해주었으니 말이다.

이른바 찐 리얼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박명수나 하하는 워낙 예능의 베테랑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단점이 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이미 익숙한 조합을 피해 다소 엉뚱한 인물과 차라리 함께 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더욱 유리하다. 또 애써 웃음을 만들려는 상황극이나 리액션은 인위적인 느낌을 더할 뿐이다. 워낙 방송을 많이 해온 터라, 말과 행동이 모두 너무 익숙해진 이들 예능 베테랑들은 바로 그 점이 달라진 관찰카메라 시대에는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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