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행’, 안정환의 자급자족에 스포츠 레전드들 진심 더해지니

[엔터미디어=정덕현] 안정환의 큰 그림이 드디어 그려졌다. 그 큰 그림에 의해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시청률은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렸고 결국 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애초 파일럿으로 8.6%(닐슨 코리아)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후 막상 정규방송으로 편성돼서는 끝없이 추락해 심지어 2%대까지 떨어졌던 시청률은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파일럿 이후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채우지 못했다는 걸 방증했다.

그래서였을까.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다시 안정환을 초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파일럿 때 방문했던 황도를 다시 찾게 했고 그 곳 이장님과 더불어 황도 청년회장이 되어 터전을 만들기 시작한 것. 집이라 하긴 그렇지만 밤이슬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움막을 짓고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문패도 걸었다.

놀라운 건 시청률이 그 후로 급상승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19일 황도살이를 시작한 안정환의 방송분이 4.9% 시청률을 찍더니 본격적으로 시작한 황도살이에 5.6% 그리고 집들이로 허재와 최용수를 부르고 여기에 막내라인으로 현주엽까지 황도로 들어오면서 결국 최고시청률 8.8%를 찍었다. 지난해 12월 5일 기록한 최저시청률 2.8%와 비교하면 무려 3배 이상 껑충 뛴 수치다.

이 큰 그림이 잘 될 수밖에 없었던 건 몇 가지 요인들이 겹쳐지면서다. 그 첫째는 안정환이 황도살이에 먼저 보여준 진심이다. 시청자들까지 힐링될 수밖에 없는 조용한 섬에서 자급자족의 삶을 만끽하는 모습은 특히나 코로나 시국에 더 빛을 발했다. 이러한 진심어린 안정환의 모습 위에 곧바로 얹어진 허재와 최용수라는 선수(?)들의 등판은 큰 그림이 성공으로 가는 두 번째 요인이다.

이미 JTBC <뭉쳐야 찬다>, <뭉쳐야 쏜다>로 가까운 선후배 사이인 안정환과 허재는 힐링만이 아닌 자연인의 라이프스타일에 필수적인 황도의 ‘노동’과 거기서 생겨나는 이 프로그램의 핵심코드인 ‘갈등요소’를 끄집어냈다. 물론 심각한 갈등은 아니지만, 힘겨운 자연 라이프의 노동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갈등들은 ‘안싸우면 다행’이라는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재미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만만찮게 ‘손이 많이 가는’ 최용수까지 얹어지니 안정환이 “제발 좀 가라”고 하는 하소연이 웃음의 코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게 끝이 아니었고, 현주엽이 마치 ‘게임체인저’처럼 등판(?)하면서 최절정으로 고조됐다. 떠났어야 할 허재와 최용수가 하루 더 머물기로 작정하고, 그래서 허재와 상극인 현주엽이 투입되면서 묘한 라인들이 생겨났다. 축구부와 농구부로 나뉘기도 하고, 막내라인과 선배라인으로 갈리기도 하면서 다채로운 갈등들이 웃음으로 만들어진 것. 물론 음식에 진심인 현주엽의 요리 실력과 먹방이 강력한 한 방이기도 했지만.

여기에 이장님이 알려준 더덕 캐기와 지나는 어선을 호루라기로 불러 물물교환을 하는 색다른 정경, 그리고 그렇게 얻은 엄청난 크기의 광어와 우럭으로 저녁 만찬을 만끽하는 장면은 이 큰 그림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었다. 그저 맥락 없이 먹방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일련의 과정들(섬에 들어오고 티격태격했던 많은 일들)을 거치면서 결국 한 마음으로 기가 막힌 음식에 모두가 빠져들었기 때문에 그 광경은 더욱 특별할 수 있었다.

결국 <안싸우면 다행이야> 안정환의 황도살이와 집들이의 성공이 말해주는 건 이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진심과 이를 구현해내는 능력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이다. 안정환의 진심이 끄집어낸 황도살이에 집들이로 초대된 이들의 스포츠인다운 순발력과 결정력이 뛰어난 예능감이 더해지면서 프로그램은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게 됐다. 안정환의 사례는 그래서 향후 이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대한 중요한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무작위로 캐스팅되어 출연하기보다는 안정환처럼 진심을 가진 반고정적인 출연자들의 일관된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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