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낸 ‘안다행’ 파일럿, 안정환·이영표 다시 돌아올까
정규 확실한 ‘안다행’, 무엇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MBC가 파일럿으로 방영한 <안 싸우면 다행이야(이하 안다행)>는 단 2회 분량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는 파일럿 사상(사실 요즘은 정규 예능 프로그램도 이런 시청률이 쉽지 않다) 8.6%(닐슨 코리아)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게 그 증거다.

<안다행>은 아마도 제목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로 보나 프로그램 속 비중으로 보나 안정환이라는 예능 대세를 중심에 세워놓은 프로그램이다. 콘셉트는 안정환과 이영표가 자연인 홀로 살고 있는 황도에 들어가 하루를 보낸다는 비교적 단순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곳에서 톰과 제리 케미를 만들어내는 안정환과 이영표의 티키타카가 다양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일단 두 사람은 성격이 다르고, 선후배라는 점에서 위계가 분명하며 나아가 과거 함께 2002년 월드컵을 이끈 주역이라는 점에서 공통의 추억이 있다. 선배라 이런 저런 명령을 내리긴 하지만 곱게 자란 듯한 이영표는 특유의 꾀돌이 같은 면모로 이를 슬쩍슬쩍 빗겨가고 그래서 결국 일은 혼자 다 하게 된 안정환이 끊임없이 투덜대는 모습이 웃음을 준다.

그런데 툭탁거리긴 하지만 서로에 대한 끈끈함이 조금씩 느껴지고, 형 동생 하는 그 관계의 케미가 우스우면서도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만든다. 여기에 황도라는 공간과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자연인이 이들에게 부여하는 특별한 이 곳의 삶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섬이나 자연 속에 고립되어 사는 걸 오히려 로망으로 느끼게 된 현 시점에 이런 공간에서 전복과 성게는 물론이고 낚싯대를 던지기만 하면 잡히는 노래미를 자연인 방식으로 구워먹는 모습은 몸과 마음 모두 포만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월드컵 당시 히딩크와 얽힌 이들만의 이야기들은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유독 이영표를 편애했다며 투덜대는 안정환이 자신은 일종의 길들이기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물론 그건 팀워크를 위해 히딩크가 내린 처방이었지만, 스튜디오에서 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토크를 더하는 김병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를 존경하지만 축구선수로서는 좀 그랬다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안다행>은 일종의 하이브리드 예능 프로그램의 면면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완전히 새롭다기보다는 기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의 요소들을 끌어와 이어 붙여 놓은 데서 만들어지는 시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섬으로 들어간다는 거 설정은 <삼시세끼> 어촌편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곳에 자연인이 산다는 부분은 <나는 자연인이다>가 겹쳐져 있다. 여기에 백토크라는 설정으로 이뤄지는 스튜디오에서의 토크는 흔한 <나 혼자 산다> 식의 관찰카메라의 틀을 가져왔다.

어찌 보면 제 각각 색깔이 다른 프로그램이 얼기설기 엮여져 있는 느낌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안정환은 이걸 하나로 묶어내는 절묘한 힘을 발휘한다. 제대로 된 집도 없어 텐트에서 지내야 하고 전화 한 통 걸기 위해 산 정상에 올라야 하며 한 끼 식사를 위해 입수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 자연인의 삶에 전직 스포츠인 특유의 체력과 적응력을 보이고, 스트라이커로서 한 마디 한 마디를 빵빵 터트리는 골로 연결시킨다.

이영표가 칭찬으로 안정환의 축구스타일을 싸가지 없는 축구(예측 불가로 창의적이라는 뜻)”라고 했던 것처럼 안정환은 예능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이영표와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의 밀당을 하고 어떤 포인트들이 웃음을 주는 지를 이제는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제 예능인으로서의 말과 행동이 체화되어 있거나.

섬을 떠나며 안정환은 자못 이영표 때문에 힘들었다는 걸 드러내며 다시는 보지 말자고 얘기해 웃음을 주었지만, 바로 그런 지점은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이 어서 정규로 돌아오길 기대하는 이유다. 안정환이 고정으로 출연해 다양한 게스트를 데리고 전국의 자연인을 찾아가 하룻밤을 보내는 그런 이야기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물론 적어도 한 번 정도는 다시 안정환과 이영표가 함께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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