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개’, 유기견의 현실까지 보듬은 색다른 동물 예능 관찰카메라

[엔터미디어=정덕현] 견주의 학대로 사망한 어미와 그 끔찍한 어미의 죽음을 눈앞에서 봐야했던 새끼들. 파티는 그 새끼 중 한 마리로 사람들에 대한 두려운 기억을 트라우마로 가진 개였다. 그래서 SBS <어쩌다 마주친 그 개>가 마련한 임시보호소에서 출연자들이 처음 다가갔을 때 파티는 도망치고 피하기 일쑤였다. 그 충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 사연을 모르는 이연복, 조윤희, 티파니 영 그리고 허경환은 막연히 그 개가 겪었을 상처를 예감하며 앞으로는 즐거운 일만 겪으라는 의미로 파티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피하고 다가오지 못하는 파티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기다려주는 출연자들에게 파티는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다가오기 시작했고 출연자들의 손길을 허락했다. 의기소침한 듯 보였던 파티는 어느새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반려견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그 사연을 접한 출연자들은 누구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렸다.

누군가에 의해 버려져 유기견이 된 구름이는 차들이 쌩쌩 지나다니는 도로 위를 위태롭게 지나다녔다. 다리를 절룩거리는 구름이는 어디서 당했는지 몸과 다리까지 화상을 입어 보기에도 처참한 모습이었다. 주민들이 보다 못해 구조를 요청했고, 간신히 구조된 구름이는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어쩌다 마주친 그 개>의 임시보호소에 왔다.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구름이 역시 만만찮은 트라우마를 가졌다. 붕대를 풀어내고 미지근한 물로 처음 목욕을 시키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구름이는 특히 개들이라면 누구든 좋아할 산책을 꺼렸다. 버려졌던 기억은 집 밖으로 한 발을 내미는 것조차 힘겹게 만들었다.

조윤희는 전문가의 조언대로 구름이를 차에 태우고 나가 조금씩 산책을 하는 경험을 시켰다. 자꾸 불안해 멈춰서 집쪽을 살피던 구름이는 산책이 즐거운 일이라는 걸 그렇게 조금씩 알아갔다. 특히 구름이가 오자 활기를 찾은 파티 덕분에 구름이도 안정을 찾았고, 모두가 나와 정원에서 뛰노는 모습에 구름이도 스스로 집 밖으로 나오는 기적 같은 순간을 보여줬다.

사실 <어쩌다 마주친 그 개>는 최근 예능의 트렌드가 된 연예인 관찰카메라에 동물 프로그램이 접목된 방식처럼 보인다. MBC <애니멀즈>SBS플러스 <똥강아지들>, JTBC <마리와 나> 등등 연예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하는 관찰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들은 최근 쏟아져 나오다시피 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가족들의 인구가 급증하면서, 관련 프로그램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어쩌다 마주친 그 개>의 차별점은 그것이 단지 연예인과 반려동물 사이의 밝고 예쁜 교감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임시보호소에 들어온 유기견들은 모두 저마다 아픈 상처들을 갖고 있고, 그 상처는 다름 아닌 예쁘게만 봐왔던 반려견들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현실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유기견들을 사랑으로 보듬어 그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해주는 감동적인 과정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그 유기견이 겪게 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반려동물 문화에 있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부분 또한 놓치지 않는다. <TV동물농장>1000회를 맞아 파일럿으로 만든 프로그램인 만큼, 그간 이 장수프로그램이 해왔던 경험들이 <어쩌다 마주친 그 개>에는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무엇보다 <어쩌다 마주친 그 개>를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드는 건 조윤희나 이연복 셰프 같은 출연자들이 이들 유기견들에게 보여주는 진정성이다. 이미 여러 마리의 유기견들을 입양해온 경험이 있는 조윤희에게 어째서 특히 장애견들을 주로 보살폈는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스스로를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사랑으로 돌볼 때 변화하는 장애견을 통해 자신도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마치 자신을 돌보듯 장애견들에게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 어설픈 방송꾼들이 전문가인양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며 행세하다 망신당하는 시대에 조윤희의 이런 진심만으로도 <어쩌다 마주친 그 개>는 특별해지는 면이 있다. 다소 담담한 관찰카메라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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