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추리반’의 익숙한 매력, 과연 티빙에 득일까 독일까
멤버들 간의 호흡이 빚어낸 완성도 있는 추리예능 ‘여고추리반’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남지우·이승한·정석희 세 명의 TV평론가가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tvN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시리즈의 정종연 PD의 차기작이라는 점이나, JTBC <크라임씬>에서 추리여왕의 호칭을 얻었던 박지윤의 추리 예능 복귀작인 동시에, SBS ‘스브스뉴스소속 재재의 첫 타사 예능 고정작이라는 점,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향후 3년간 4,000억원 이상을 오리지널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하겠다는 티빙(TVING)의 첫 오리지널이라는 점까지. <여고추리반>은 여러모로 화제성이 높은 작품이다. 연출자도 출연자도 방송되는 플랫폼도 모두 다 화제성을 담보한 추리 예능. 공교롭게도 지난주 시즌3를 공개하며 [TV삼분지계]에서도 다뤘던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와도 비슷한 그림이다.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는 어떻게 보았을까? 남지우 평론가는 <신서유기> 시리즈를 통해 웹 예능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으나 결국 다시 TV라는 플랫폼 안으로 돌아왔던 tvN의 웹 오리지널 예능 시도가 <여고추리반>을 통해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고 평가하며 여성 예능, 학원물, 멤버 구성 등의 요소를 칭찬했다. 정석희 평론가 또한 정종연 PD의 전작 <대탈출>과 비교해봤을 때 인물 간의 관계나 심리가 더 도드라진다는 점에서 추리 예능의 매력이 더 살아난다는 평을 남겼다. 이승한 평론가 또한 익숙한 레퍼런스 위에 과하지 않은 설정과 호흡 좋은 멤버 배치로 만든 작품이라는 호평을 남겼지만, 동시에 과연 반드시 TVING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작품인가?’라는 점은 미지수라는 우려를 표했다.

◆ tvN, 갈고 닦아 닻을 올리다

6년이 걸릴 줄은 몰랐다. tvN이 온라인 플랫폼으로송출하는 프로그램의 성공을 자신하기까지 말이다. <신서유기>가 첫 방송한 2015. 텔레비전이 아닌 인터넷으로 방송을 내보내겠다는 나영석 PD의 계획에, 강호동은 진심으로 궁금해했다. “인터넷 방송이 뭐예요? 인터넷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 <신서유기>는 결국 TV로 자리를 옮겨가야 했다. 온라인 방송의 대항해 시대를 개척하려던 고귀한 정신만이 tvN에 남았다.

티빙 오리지널 <여고추리반>은 그 개척자 정신의 첫 번째 상속인이다. 우선 상속의 기회를 멤버 전원이 여성인(All-Female Cast) 프로그램에 주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지독한 입시 체제가 배경이 되는 학원물은 JTBC <스카이캐슬> 이후 한국 콘텐츠 특유의 장기로 자리 잡았음이 틀림없다. 시간상 과거에 일어난 일을 역으로 추적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공간에 안착해 스스로가 사건의 일부이자 목격자, 추적자가 되는 추리 예능의 새로운 구조를 제시할 듯 보인다. 참신하다. 시작이 좋다.

존대어가 극도로 발달한 한국어권 문화에서, ‘반말의 힘은 생각보다 세다. 반말이 형성하는 위계 없음의 편안한 분위기는 특히 예능에서 출연자들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다. 추리 예능의 대가 격인 박지윤이 합류했기에 <여고추리반>의 나머지 캐스팅이 파격적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재재의 존재는 유독 상징적이다. 온라인 방송 <문명특급>으로 연반인 타이틀을 얻은 그가, tvN의 오랜 염원과 기다림이 담긴 첫 온라인 프로젝트에 승선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렇다. 예능인으로서 재재의 능력치는 인터뷰어가 아니라 자신이 플레이어일 때도 엄청나다. 스타의 탄생이다.

남지우 칼럼니스트 jeewoo1119@gmail.com

◆ 사람의 관계와 심리가 읽히는 추리

아가사 크리스티와 코넌 도일 문고판을 늘 들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소싯적 얘기지만. 한때 추리물에 탐닉했던 내가 tvN <대탈출>에는 좀처럼 몰입할 수 없었다. 큰 돈 들여 지은 세트라는데, 마니아 팬이 그렇게나 많다는데 왜 흥미롭지 않은 걸까? 방탈출 게임 경험이 없어서일까? 만사 심드렁한 나이여서? 티빙 <미스터리 어드벤처 여고추리반>을 보니 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겠다. <대탈출>이 문제 풀이에 오롯이 집중한다면 <여고추리반>은 추리와 동시에 사람이 보여서이리라. 나는 단순한 추리 과정보다는 배경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사람의 관계와 심리가 읽힐 때, 그 흐름과 변화에서 재미를 느끼는 모양이다.

 

0회 상견례 장면부터 벌써 남달랐다. 여느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웃겨야 된다는 강박에 필히 허튼 소리들이 오갔지 싶은데 <여고추리반> 멤버들은 추리 버라이어티 경험 유무와 상관없이 하나 같이 진지했다. 진지했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았고. 99학번 박지윤과 99년생 최예나가 진행자와 패널 사이가 아닌 같은 멤버라니.

나이와 경력을 앞세우지 않는 점, 무엇보다 선배라고 딱히 우대하지 않는 점이 신선했다. 게다가 티빙 오리지널이어서 브랜드 노출과 가벼운 욕도 가능하단다. 멀쩡한 옷에 테이프가 붙어 있는 장면, 눈 가리고 아옹인 모자이크며 묵음 처리, 여기선 없단 얘기겠지? 최예나가 상시 복용(?) 중인 마이쭈. 오늘 꼭 사먹을 예정이다. 간 김에 피자 호빵도 살까?

정석희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잘 만든 작품, 그런데 ‘티빙이어야 하는 이유’는 아직 안 보인다

티빙 <여고추리반>은 연상되는 레퍼런스가 많은 작품이다. 멤버들이 거대한 세트를 돌아다니며 공통의 목표를 위해 힘쓰는 형식은 정종연 PD의 대표작인 tvN <대탈출> 시리즈를, 초점이 추리를 통한 사건 해결에 맞춰져 있다는 점은 박지윤의 전작 JTBC <크라임씬>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여자고등학교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여성 캐릭터들끼리 쌓아가는 유대감을 서사의 동력으로 삼았다는 점에서는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도 떠올릴 법하다. 학생들에게 높은 성취를 요구하지만 학생들을 신뢰하진 않는 선생님들, 공부에만 집중하느라 전학생에게 냉랭하기 짝이 없는 학급 분위기까지, <여고추리반>은 익숙한 재료들을 전진 배치시켰다.

레퍼런스가 많다는 게 반드시 흉은 아니다. <여고추리반>은 익숙한 포맷과 정서를 상기시키며 빠른 속도로 자기소개를 끝내고, 여성 캐릭터들 사이의 호흡을 쌓아 올려 추리를 선보이는 쾌감에 집중한다. 추리 예능의 경험이 많은 박지윤이 앞에서, 다년간의 진행 경험으로 다져진 재재가 허리에서 팀 전체의 호흡을 이끌고 가는 동안, 장도연이 적재적소에 웃음을 배치하고, 조용히 날카로운 비비가 허를 찌르는 동안 최예나가 엉뚱함으로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변주를 시도한다. 과하지 않은 설정과 통제된 세계관, 주어진 역할에 몰입하는 출연자들의 조합은 삐걱대지 않고 안정적이다.

한 가지 걱정인 것은 아직 ‘tvN이 아니라 티빙이어야 하는 이유는 눈에 보이진 않는다는 점이다. <여고추리반>은 티빙의 첫 오리지널 프로그램으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 경쟁에서 티빙에서만 볼 수 있는오리지널 프로그램을 통해 가입자 수를 늘리고 승기를 잡겠다는 미디어 전략의 첫 결과물이다. 그러나 짧은 러닝타임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밀도는 TV를 통해 보던 <대탈출>이나 <크라임씬>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익숙한 매력이 강해 오리지널리티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자체로만 놓고 보면 흠잡기 어려운 훌륭한 콘텐츠이지만, 티빙 오리지널 프로그램으로서 얼마나 제 역할을 해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3부부터는 달라질 수 있을까?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영상=티빙. 그래픽=이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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