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새로이 시작한 KBS2 예능 <수미산장>은 출연진의 구성, 자연 속 힐링 콘셉트, 숙박업을 모티브로 한 콘셉트 등 tvN <윤스테이>와 비슷하다는 오해를 받았다. 그러나 3회까지 방영한 <수미산장><윤스테이><어쩌다 사장> 같은 팝업스토어 예능과는 굉장히 거리가 멀다. 이름에 산장이 들어가지만 실제 숙박업을 하는 게 아니다.

과거 SBS <힐링캠프>와 같이 스튜디오를 벗어난 야외에서 연예인의 진솔한 속내를 꺼내어 듣는 형식의 토크쇼다. 힐링할 수 있는 유유자적한 풍광, 자연 친화적 공간, 좋은 사람, 연예인의 진솔한 토크, 맛있는 식사라는 점에서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와 강호동, 황제성이 함께하는 MBN <더 먹고 가>와 유사하다.

재미를 만들고, 설정을 구축하는 방식도 판이하다. <윤스테이>도 윤여정의 이름을 따와서 만들고 그로 인해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윤여정은 무대 중앙에서 비켜서 있음으로써 존재감을 발휘하고 이야기가 굴러가게 만든다. 반면 <수미산장>은 존재하는 모든 것이 김수미를 위한 무대 장치다. 김수미는 그 중앙에 당당히 서서 주인공이자 선생님이라는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런 방식의 접근이야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럴 것이었으면 굳이 어렵게 자연 속 힐링 콘셉트와 설정을 가져올 필요는 없었다.

설정과 환경은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데,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 너무나 방송적이라 대리만족과 몰입의 여지가 없다. 산장 문패를 내걸었으나 진짜 손님을 받지도 하룻밤을 보내지도 않는다. 실제 친분 관계가 없는 출연진이 급작스레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고, 함께 둘러앉을 때는 대화가 아니라 진행이 이뤄진다. 결정적으로 김수미의 캐릭터를 모셔다두고, 다루고자 하는 정서, 진솔함 등을 카메라 정면에서 꺼내는 인위적인 설정이다. 슬로라이프가 주는 대리만족과 완전히 어긋나는 지점이다. 숲속으로 들어와 좋은 사람들이 한솥밥을 나눠먹지만, 이런 방송적예능 장치들은 로망의 정서가 피어나지 못하도록 막는 억제기로 작동한다.

그러면서 자연 속 멋진 산장 공간이란 설정은 무의미한 장식이 된다. 산장이란 콘셉트를 내걸었지만 실제로 묵지 않는다는 점에서 설정의 힘을 받기 어렵다. 실제 함께 산장을 운영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단합하는 스토리나 위기, 미션이 없는 데다 김수미와 게스트가 독대하는 토크쇼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니 함께 출연하는 박명수, 전진, 하니, 정은지의 역할은 너무나 제한적이다.

결정적으로 모두가 어려운 이 시국에 연예인의 개인적 어려움,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듣는 토크쇼는 여러모로 대중적 접점이 부족하다. 연예인의 진솔한 이야기와 눈물을 카메라 정면에서 꺼내는 토크쇼는 SBS <힐링캠프>가 폐지될 시점에 이미 유통기한을 다했다. 그 이후에도 앞서 언급했던 <더 먹고 가>나 박명수가 출연했던 채널A <개뼈다귀> 같이 간간이 연예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키워드로 꺼내드는 예능이 나오고는 있지만, 앞선 결론에 힘을 실어주는 최신 사례들이다. 출연자도, 게스트도 관련한 모두가 방송에 임하고 있음을 알고, 시청자의 눈에도 보이는데 진지하게 연예인의 속사정과 고충을 나누는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대중들의 관심과 공감을 사기 어려운 코드다.

마찬가지로 김수미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tvN <수미네반찬>에는 레시피와 노하우라는 직접적인 효용이 있었다. 재미는 맛깔 나는 반찬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고 김수미의 캐릭터는 감칠맛인 셈이다. 그런데, <수미산장>이 내세우는 재미와 효용이 연예인의 진솔한 토크쇼다. <수미산장>이 김수미의 토크쇼라는 게 밝혀짐으로써 그나마 있던 기대감도 빠져버렸다. 시청률은 3회 만에 1%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함께 모여서 산장을 열었다는 콘셉트에 보다 충실하거나 기획에 맞는 현실적인 설정을 도모했어야 했다. 그런데 실상은 10여 년 전에 끝난 흔한 토크쇼를 팝업스토어 예능을 흉내 내어 펼쳐 보이니 정말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 멋진 공간에 갔지만 모두가 모든 상황에 낯설어 진다. 밥을 나눠 먹는 밥상에 초점을 맞추고 쿡방과 먹방의 재미를 진하게 담아낸 것도 아니고, 밥을 해먹는 과정을 제외하고 김수미 이외에 다른 출연자가 할일이 없다.

함께하는 유사가족의 따뜻함도, 산장을 운영하는 좌충우돌의 성장 스토리도, 촬영을 넘어선 인간미를 관찰하는 리얼함도 모두 걷어내고, 갑자기 시작되는 연예인의 진솔한 토크쇼에서 시청자들이 가질 수 있는 과연 효용과 재미는 딱 시청률 만큼이다. 오히려 <윤스테이>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 훨씬 나을 뻔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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