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스테이’, 국내 유턴 예능의 유일한 성공 사례 된 까닭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tvN 예능 <윤스테이>는 방영 전부터 공개 결과에 특히 관심이 쏠렸다. 나영석 PD의 수많은 히트작 중 결정판이라고 할 만한 <윤식당>의 시즌3이기 때문이다. 해외 현지인 대상 한식당을 운영하는 <윤식당>은 나영석 PD의 여러 인기 예능 중에도 대표작으로 꼽힐 만한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가 결합된 듯한 프로그램이다. <윤식당> 시즌2는 시청률 16%(이하 닐슨코리아)까지 기록, 역대 tvN 예능 중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앞선 시즌 1, 2가 동남아와 유럽에서 제작됐지만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이번 <윤스테이>는 국내에서 제작돼 더욱이나 어떤 반응을 얻을지 주목됐다. 기존 멤버인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에 최우식이 합류하고 전남 구례 한옥에서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민박을 제공하는 <윤스테이>3회 만에 시청률 11%를 돌파하는 고공비행을 이어가며 <윤식당> 시리즈다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외 로케 예능은 코로나19 유행이 번진 이후 국내로 유턴하며 살길을 모색해왔다. JTBC <비긴어게인>, tvN <현지에서 먹힐까>처럼 현지인들에게 한국 가수 공연이나 한식(또는 현지화된 한식 퓨전)을 제공하고 반응을 보는 프로그램들은 좋은 반응을 얻어 시즌제로 자리 잡았다.

대중들이 한국적인 것들에 대한 해외 반응에 관심 많은 편이라 이런 류의 포맷은 소위 국뽕예능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역으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처럼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들의 한국 생활에 대한 관찰 예능까지 생기는 등 인기리에 예능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아 왔다.

국내 유턴은 국뽕 예능 만이 아니라 여행 예능에서도 이뤄졌다. 가성비 높은 해외여행을 시도하는 재미로 인기를 모은 tvN <짠내투어>도 해외 촬영을 포기하고 20206월 국내 재발견 프로젝트로 전환해 방송을 이어갔다.

하지만 국내 유턴한 예능들의 성적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비긴어게인>의 국내판 <비긴어게인 코리아> 같은 경우는 코로나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제공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해외 제작 시즌 4~5%였던 시청률이 2%대로 내려왔다.

<현지에서 먹힐까>는 국내에서 배달로 평가받는 <배달해서 먹힐까>로 변환했지만 역시 4~5%였던 해외 제작편 시청률이 1%대로 급락했다. <짠내투어>도 시즌이 거듭되며 시청률이 완만한 하락세이기는 했지만 최고 4%대였던 해외판 시청률이 국내 버전은 1%대 초반이었던 것을 보면 역시 유턴 예능들의 부진과 결을 같이 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국내 유턴 예능은 <윤스테이>를 빼고는 대부분 결과가 신통치 않다. 그런데 <윤스테이>와 다른 유턴 예능의 차이를 살펴보면 가장 두드러지는 점이 국뽕 유지 여부다. <윤스테이>는 한국으로 와서도 한국 음식, 한국 가옥 등에 대한 외국인의 반응을 유지하지만 <비긴어게인><현지에서 먹힐까> 시리즈는 그런 부분을 없앴고 그 결과 성적은 하락했다.

<윤스테이>를 보면 외국인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부분이 한국 연예인 주인공들이 음식을 준비하거나 숙박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간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길게 나온다. 제공한 한식을 맛있어하며 먹는 모습이 세세히 다뤄지고 식사 외적으로는 전통 자물쇠나 한국 고무신을 좋아하는 모습 등도 챙겨서 보여준다.

물론 <윤스테이> 성공을 국뽕 고수에만 근거해 보는 것은 인과관계에 무리가 있다.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들도 꽤 다뤄지는데 이 또한 흥미롭다. 1, 2회에 나온 미국 가정의 경우 아이들이 자신 몫의 부각을 다 먹고 부모가 아직 안 먹은 부각을 넘보는 부분에 단호하게 불허하는 모습처럼 한국과는 좀 달라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들문화도 자주 등장한다.

<윤스테이>에는 다른 인기 요소들도 잘 갖춰져 있다. 우선 출연자들의 캐릭터 밸런스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예능에서 이상적인 케미를 만들어내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모두 등장하고 이들이 벌이는 캐릭터 플레이가 웃음과 감동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직설적이고 할 말하는(하지만 뒤로는 챙기고 할 일 알아서 다 해 매력적인) ‘나쁜 놈캐릭터 이서진을 고생까지 시키면서 캐릭터로 뽑을 수 있는 재미는 남김없이 끌어낸다.

편하게 계속 보게 만드는 영상미의 미장센과 이에 예쁘게 어울리는 편집, 자막, 음악도 여전하다. 힐링이 된다는 느낌 속에 넋 놓고 보게 만드는 흐름은 불멍처럼 나멍에 빠지게 만드는 나 PD 예능의 최대 장점이다. 이밖에도 멤버들이 <윤식당>에서 <윤스테이>로 넘어오면서, <윤스테이> 내부적으로도 일적으로 발전하는 성장 드라마의 구도 등 대중들이 좋아할 요소들이 <윤스테이>에는 겹겹이 존재한다.

<윤스테이>는 국뽕을 고수하지 않았어도 다른 유턴 예능과 달리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3회를 마친 후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국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외국인 출연자들에게 일부러 한국말을 못 쓰게 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을 만큼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가치를 인정받는 방식의 국뽕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갈리고 있다.

국뽕은 해외에서의 <윤식당>보다 국내로 가지고 들어온 <윤스테이>에서 더 크게 부각되는 분위기다. 결국 <윤스테이>는 현재의 높은 시청률과 상승세를 이어가며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일부 시청자들의 국뽕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남겨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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